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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우리의 삶

by 오구리

3형제 중 키가 가장 큰 막내는 드넓은 운동장을 크게 뛰며 거친 숨을 내뱉는다.


세 형제는 시치미, 부니치미, 초치미


그중, 초치미는 달리기를 잘했다. 제 아무리 달려도 지치지 않는다. 함께 운동장을 돌 때도 초치미는 온 힘을 다해 달렸다. 형들은 마치 막내가 몇 바퀴를 돌았는지 체크만 해줄 뿐, 관심은 없었다.


초치미는 형들에게 찾아가 따졌다. 함께 뛰기로 약속했던 형들에게 따져 물었다.


형 내가 3600바퀴 돌 동안 형은 고작 한 바퀴, 심지어 내가 형보다 훨씬 크게 돌았다고. 억울함을 내비쳤다. 둘째 형은 함께 걸어준 게 어디냐고 말했다. 억울함이 해소되지 않은 막내는 첫째 형에게 따져 물었다. 내가 3600 바퀴 돌 동안 고작 1/12 바퀴가 뭔데 우리가 형제는 맞냐는 듯이 따져 물었다. 형은 작은 목소리로 구시렁거렸다. 나도 함께 걷고 싶지만 트랙이 다르고 상황이 다른 걸 어떡하냐는 듯이 말했다. 동생은 굽히지 않고 끝까지 떠들었다. 자신의 노력도 좀 알아주면 안 되겠냐고. 누굴 위해 함께 걷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형은 소리쳤다.


과연 편할까?


일상생활에도 이런 일은 많다. 어느 개발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앞으로의 이야기에서 어느 개발자는 상진이라고 칭하겠다.


상진은 걸음이 지치지 않을 정도로 수많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모든 상황에 특징을 찾고 연결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다. 상진 본인은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고자 알고리즘을 건설하기 위해 수 없이 루프를 태운다. 루프는 원 없이 돌고 마치 시곗바늘의 끝을 찾는다. 시곗바늘이 종점에 다다랐을 무렵 "안 해주지"를 외치며 멈추지 않는다 질세라 상진은 끝까지 달린다. 둘의 수 없는 싸움에 상진은 외친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나. 사용자들의 마음은 상진의 마음을 달래기엔 너무 적은 돌림이었다. 상진은 매우 억울해한다. 고생에 비해 상진의 마음은 와닿지가 않는다. 상진은 분침의 마음을 아니 팀원의 마음을 꺾으려 3600바퀴들 돌았고, 겨우 한 바퀴 돌렸을 뿐인데 팀장의 고개는 고작 1/12 정도 꺾였을 뿐이다. 아무리 구시렁거려도 팀장은 말한다.

과연 편할까?


상진은 과연 편할까의 의미를 깨달았다. 단순하게 자신의 노력을 알아주기를 아니 전혀 그렇지 않음을, 시계가 과연 원주율에 따른 지름의 둘레가 공평했다면 노력이 필요했을까에 대한 의미를 깨달았다. 제 아무리 고생의 시간이 축을 향해 돌아도 대중의 마음은 모두 똑같지 않음을.


상진은 과연 노력의 지름이 같기를 바랐던 착각을 뒤집을 수 있는 다른 수치를 아니 공간을 해석하기를 바란다.


과연. 다름의 이해일까. 차원이 문제일까.


상진의 숙제이다.


마음 정리가 완벽했고 포기하지 않는 노력은 시계가 되었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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