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아주 한참 지난 10월의 여행기록을 글로 쓰는 것은 아주 어렵다. 어떤 일이든 꾸준히 한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야심 차게 여행기록을 누가 보든 말든 기록하기로 야심 차게 마음을 먹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지나고 기억은 마치 잊혀진 계절처럼 멋진 날이 되어버린지 아주 오래...
각설하고 잊혀진 계절 10월의 어느 멋진 여행의 기억을 되살려보기로 한다.
그래서 나는 다카마쓰에 다녀왔다. 다카마쓰는 일본 시고쿠섬에 있는 그리 크지 않은 소도시로 우동이 유명하다. 왜 우동이 유명한지 천천히 알아보기로 하고, 여행의 기억은 지금으로부터 가장 최신, 그러니 나는 지금 여행의 기록을 거꾸로 작성해보려고 한다.
사실 여행이라는 게 별게 없다. 집 앞의 거리를 걸어도 내가 여행이라고 생각하면 여행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동네 산책은 기분이 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은 일상이라고 한다. 나는 주위 동네를 자주 산책한다. 그리고 골목골목을 다니며 길을 외우고 머릿속에 지도를 그려 넣는 것을 좋아한다. 이것이 나의 일상이다. 그리고 여행도 좋아한다. 대신 안 가본 곳의 풍경을 기억하고 지도를 머릿속에 저장한다. 그래서 늘 여행지에서도 조용한 곳을 산책하고 탐색한다.
어제와 그제는 이미 다카마쓰에서 아주 유명한 곳으로 산책을 다녀왔다. 오늘도 어김없이 어딘가로 산책을 떠나볼까 생각했다. 다카마쓰에서의 4일 차는 익숙한 동네가 되어버렸다. 호텔 주위로 펼쳐져있는 상점가나 전철역, 그리고 주변의 관광지, 아주 거만하게도 도시 자체가 익숙해진 기분이었다. 그냥 조용히 걷고 싶었다. 마침 공항에서 시내로 오는 왕복 에어라이너 티켓에 조금만 더하면 고토덴*패스권을 준다. 사실 패스권은 나의 일정상 필요가 없었다. 본전이상을 뽑기엔 꽤나 이동이 필요했었다. 한 번쯤은 타야 할 수도 있기에 미리 계산을 해보았다. 하루에 목적지를 2곳 이상 간다고 생각하면 왕복으로는 거진 본전 조금 넘는 가격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기회를 놓치지 않고 패스권이 포함된 왕복 에어라이너 버스 티켓을 구매했다.
*다카마쓰의 3개의 전철, 코토히라선, 나가오선, 시도선을 코토덴이라고 한다. 대부분 지역의 열차의 약칭은 ~덴으로 되어있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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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 하루는 전철을 타고 산책을 해보기로 했다. 사실 다카마쓰에서 고토덴 열차를 가장 많이 타는 노선은 정해져 있다. 대부분 고토히라궁에 가기 위해 코토히라 선 종점인 코토덴코토히라를 자주 이용한다. 종점에 위치한 고토히라역까지 왕복으로 이용하면 패스이용 금액보다 초과된 금액으로 이용할 수 있고,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하지만 나는 신사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는 결국 안 가본 곳이지만, 코토히라 궁에는 계단이 아주 많다. 좋아하지도 않는 신사를 그렇게 까지 고생해서 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바다나 보며 한적하게 걷고 싶었다. 유일하게 바다 쪽으로 향하는 노선은 시도까지 향하는 노선이었고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가와라마치에서 발차하는 열차를 타면 된다. 그렇게 종점인 시도까지 여행을 시도했다.
시도행 열차
가는 길에는 바다가 드넓게 펼쳐져 있다. 그리고 아주 작은 도시답게 시골로 향하고 있다. 내리면 아무것도 없을 것이 명백했다. 그리고 아주 신기하게도 열차의 노선은 단선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시도역에 도착했다. 예상처럼 시도역은 작고 거리는 시골 분위기 같았다. 맞은편에는 JR 시도역이 있었다. 아마 JR 노선은 도쿠시마까지 향하는 노선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시도까지 JR 노선과 같이 가지는 않고, 조금씩 맞물리는 것 같았다. 근데 어찌 단선으로 구성되어 있을지 신기했지만, 배차간격이 많지 않았고, 승강장은 복선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바로 이해가 됐다.
사도역과 단선의 코토덴
사실 딱히 할 건 없다. 그냥 걸으면서 시골풍경을 구경한다. 바닷가도 보이고 골목골목 주거공간은 조용하고 한적했다. 유일한 상업공간은 자판기와 작은 슈퍼가 전부였다. 아무도 놀러 올 리가 없다. 그럴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얼마 전에 동두천을 걸었던 기억이 있었다. 지행역부터 동두천역까지 걸어갔었다. 지행, 동두천중앙, 보산, 동두천까지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걸어 동두천역에 도착했다. 동두천역은 아주 작은 마을 앞에 위치하고 있다. 사람들은 왜 볼 것도 없는 동두천을 구경하겠냐고 하겠지만, 그냥 궁금했을 뿐이다. 시도역도 똑같았다. 물론 분위기는 아주 다르지만, 사람이 사는 동네였고 조용하고 한적했다. 하지만 시도는 드넓은 바다와 단층 주택 덕분에 평온하고 더 좋았다.
아주 작은 바다 시골
단지 아주 다른 것은 동두천에 가도 아파트가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차이가 있겠지만, 일본의 단층 주택을 보고 있으면 평온하다. 만약 일본 사람이 한국의 시골에 가면 똑같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다른 문화와 분위기가 그냥 좋았다.
시도 하라
이 글을 보고 시골 산책을 하고 싶다면, 당신도 '시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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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전철을 타고 후루이 다카마쓰로 향했다. 이곳에 내린 이유는 역 이름에 다카마쓰가 포함되어 있으니 주위에 식당이 조금 있겠지 생각했다. 그래서 내렸다. 배가 고팠다. 하지만 간과한 게 있었다. 후루이는 옛날 고, 낡은? 다시 말하면 이전의 다카마쓰이다. 그래서인지 생각보단 식당이 많지 않았다. 간간히 하나씩 있었다.
후루이 다카마쓰와 아이비키 강
주변에 천 같은 강이 흐른다. 아이비키 강이라고 한다. 왠지 모르게 수로로 쓰였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이름이 후루이 다카마쓰인가 했다.사실인지는 모른다.
시도행은 빨간색, 고토히라행은 초록색, 나가오행은 노란색
단선으로 된 전철은 시간을 가르며 양방향으로 운행한다. 하행열차가 지나가고 상행열차가 지나가고 제 아무리 단선이어도 사람들의 갈망을 충분히 해소하고 있다.
가이세키정식당
지나가다가 식당을 찾았다. 꽤 큰 가이세키 레스토랑이었다. 이렇게 전철은 나의 갈망도 해소해 주었다. 오징어 덮밥과 회, 그리고 후식까지 완벽했다. 디저트도 나온다. 점원은 말했다. 다 먹으면 벨을 눌려라. 디저트를 드리겠다. 내가 못 알아들었을까 봐 두 번이나 말했다. 다 먹고는 조금만 앉아서 여유롭게 쉬고 싶었다. 근데 벨을 안 누르면 종업원이 못 알아 들었음을 확신할까 봐 벨을 눌러서 디저트를 받았다.
배가 고파 더욱이 맛있게 먹고 가게를 나왔다. 후루이 옆에는 야시마 산이 있었다. 아니 야시마 섬, 산인데 왜 섬이라 할까? AI에게 물었다.
"야시마는 지붕을 뜻한다. 평평한 정상과 독특한 형상을 한 형태가 지붕과 비슷해 야시마, 그리고 용암으로 형성된 산으로 지형이 독특하다. 다카마쓰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고 자연경관이 아름답다고 한다. 주변에 섬도 많고 이런 환경 덕분에 섬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렇다고 하는데 이런들 저런들 어떠하리, 버스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섬으로 가보기로 했다.
나무
경치는 아주 멋졌다. 약간 비가 올 것만 같았지만, 어제 구경했던 시내와 다카마쓰 항구 그리고 저 멀리 나오시마 섬도 보일 것만 같았다.
야시마섬에서 보는 산
여행이 2달이 지난 지금, 산에 오르기 시작할 때쯤 내린 비와 구름이 조금만 빨리 왔으면 보지 못할 뻔한 경관을 다시 보니 여행의 어제와 그제 다카마쓰의 수많은 섬, 나오시마와 소도시마 그리고 다른 섬, 저 멀리 어디쯤인지 아는 리쓰린 공원, 호텔 주변이었던 다카마쓰 시내에서 구경했던 기억이 생생하게 생각이 난다.
미뤄뒀던 여행의 기록을 다시 글로 쓸 수 있겠다. 그리고 나의 기억의 장면을 모두 어딘가에 저장해 두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