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 3
나는 왜 이 고생을 하는가?
호쿠리쿠 지방에는 공항이 없나? 하다 못해 간사이 공항이라도? 조금 덜 고생할 수도 있잖아?
이유가 있었겠지. 가령 비행기표가 후쿠오카가 싸다던지, 혹은 기차를 타고 싶었던 건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첫 번째는 비행기표가 싸다. 또 하카타는 공항에서 단돈 260엔, 20분이면 갈 수 있다. 패스를 당일 발권하기에는 뭔가 아깝다. 기차를 타는 것도 나는 너무 좋다. 마지막으로 나는 규슈에 볼 일이 있다. 다시 돌아와야만 한다. 마지막 스케줄이 있다.
그렇게 고생 아닌 기차를 타고 마치 남미를 여행하는 여행객처럼 애틀랜타에 잠시 머물러 환승하듯 가나자와에 도착했다. 그래서 뭘 하면 좋을까? 이 먼 길 온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
사실 나는 일본 전역의 기차를 타고 싶은 게 아닐까? 가고시마부터 쿠루메, 하카타, 고쿠라, 히로시마, 오카야마 많은 역을 지나갔고 내렸다. 신 오사카는 평생 지나만 갈 것이지만, 언젠가는 일본 전역을 탐험하고 싶나 보다. 아마 다음부터는 도카이도 신칸센을 타지 않을까 싶다.
다시 본론으로,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한 달 전, 쿠로베 트롤리 협곡열차를 예약해 두었다. 세상의 열차는 다 타고 싶은가 보다. 하지만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다. 취소할까 고민했지만 모든 것은 운명에 맡기기로 했다. 다행히도 화창한 가을 날씨였다. 하카타보다는 시원한 가을 날씨. 시간은 모든 것을 고려하여 오후 1시 51분 협곡 열차를 예약했다. 얼마나 계획적인가? 혹시라도 비가 오더라도 오후엔 그치지 않을까? 아니 새벽부터 갈 것도 아니고 점심은 언제 먹냐 하는 생각은 전혀 했었고, 또 취해있을 나를 걱정하며, 하지만, 8시 50분 신칸센을 타고 출발했다. 쿠로베까지는 50분 정도 소요된다. 시간이 많이 남는다. 잠깐 거쳐서 내렸다가도 될 시간이다. 그래서 다카오카에 잠시 정차하기로 한다.
신다카오카역에는 아니 다카오카는 도라에몽 작가의 고향이기도 하다. 신다카오카는 신칸센 노선을 보면 알겠지만, 신칸센이 서기에는 너무 뺑 돌아가는 노건, 안 서기에는 애초에 이시키와 노선과 아이노카제노선이 다니던 재래선 구간이다. 타협점을 찾아 정차할 수밖에 없었던 신다카오카역에 잠시 내리기로 했다. 근처에는 도라에몽 공원인 동화의 숲이 있었다. 걸어서 20분 정도면 갈 수 있다. 버스를 타고 가보려 해도 택시를 타려 해도 뭐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시간만 더 걸릴 뿐, 차가 없다면 두 다리가 가장 완벽한 교통수단이다. 그렇게 걸어 논밭을 지나 도착했다. 걸어가는 길은 아주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 마을이었다. 나는 도시보다는 시골길이 더 좋다. 가나자와에 내려 가나자와는 구경하지 않은 채 걸어갔다. 가는 길에는 JR 기찻길도 있었고, 진구의 모습을 한 용수로도 있었다. 한자를 잘 아는 우리 할.. 아니 엄마는 논과 밭에 물을 대는 물이라고 설명을 해주며 공원에 도착했다.
공원은 아주 평온했다. 도라에몽은 찾기 어려웠다. 아니 없었고 진구 같은 어린이집 친구들만 있었다. 그중 퉁퉁이같은 친구는 하나도 없고 모두 도라에몽처럼 귀여웠다. 먼 길을 다시 돌아 신다카오카로 돌아갔다. 즉흥적으로 하차하였지만, 시간이 부족하거나 쫓기지는 않았다. 사실 신다카오카는 신칸센역이 아니었으면 오기도 힘든 곳이고, 올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순간순간 구글지도를 보며 내려볼까 하는 마음에 어디든 내리는 것도 엄청난 행복 요소이다.
신다카오카에서 출발하는 신칸센 열차를 타고 쿠로베우나즈키온센역에 하차했다. 사전 조사를 한 덕에 바로 티켓을 사고 협곡열차를 타러 가는 신쿠로베역에서 도테츠도야마 선을 탈 수 있었다. 1시간을 달려 우나즈키온센역에 도착했다. 내리자마자 예약한 티켓을 바꾸었다. 가는 길에는 수비드 족발탕을 볼 수 있었다. 예약한 티켓을 바꾸고 점심을 먹고 수비드 족발탕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점심은 가볍게 솥밥집을 갔다. 한식이랑 다르지 않게 똑같았고, 쌀이 맛있었다. 그리고 수비드 족발탕에서 족발을 삶고, 협곡열차를 타러 갔다.
타이머에 맞춰 무르익은 족발에 곁들일 협곡열차의 경치는 너무나 멋있었다. 온천물이 강을 이룬 색깔은 뭔가 크러쉬 맥주 같았다. 뻥 뚫린 창문의 바람은 시원한 맥주 같았다. 우나즈키온센으로부터 약 1시간 20분가량 종착역인 네코마타까지 달린다. 중간중간에는 댐도 있었고, 일을 하시는 인부들도 많았다. 관광지로서 협곡열차를 운영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수력발전을 위한 혹은 댐을 관리하기 위한 철도로 사용되는 열차였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모든 사실을 찾아보거나, 이런 것까지는 조사를 하지는 않는다. 단지 경치를 보면서 왜? 어떻게? 무슨 목적으로?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생각을 하다 보니 매우 신기했다. 과거에는 산업을 위한 시설이었던 것을 어떻게 관광지로 활용할 수 있는지, 일본이라는 나라는 상품을 팔기 위한 마케팅뿐만 아니라 모든 요소들을 관광에 녹일 수 있는 대단한 마케팅의 나라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다시 쿠로베 강, 협곡열차의 종착역은 네코마타역이다. 그래서 네코마타역에는 고양이 장갑과 머리띠가 있다. 기념으로 사진을 찍고, 경관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또, 정거장이 아닌 모든 노선은 단선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거장에서 돌아오는 열차를 만날 때마다 서로 손은 흔들며 인사를 한다.
모든 관광객이 손은 흔들고 행복한 모습으로 교차한다. 단풍까지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하지만 단풍이 피는 순간부터는, 그때부터는 올해의 협곡열차가 마지막이지 않을까 싶다. 돌아오는 길도 나쁘지 않았다. 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날씨는 화창했기에 지루하지 않았다. 네코마타를 출발해 쿠로사키역을 지나 다시 우나즈키역으로 돌아온다.
조금 바람이 차가워서 추웠다. 돌아가는 열차의 시간이 40분 정도 남았길래, 찬 바람에 식어버린 족발을 다시 한번 탕에 넣어 보기로 한다. 족발이 무르익어갈 때쯤 내일은 뭘 해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 내일부터는 비가 온다는 예보도 있고, 딱히 다음 일정이 없었다.
예상 일정 1: 가나자와 시내 탐방 - 21세기 미술관, 겐로쿠엔, 가나자와 성, 오미초 시장, 히가시차야거리
- 가나자와의 모든 관광지가 시내 한 곳에 모여 있다.
예상 일정 2: 다카오카 시골 구경
- 다카오카는 아주 작은 도시로 뭐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냥 산책해보고 싶었다.
예상 일정 3: 신칸센 타고 모르는 도시에 내리기
- 근처에 갈 수 있는 도시는 후쿠이, 고마츠, 이토이가와, 조예스묘코 등 여러 작은 도시가 있다.
사실 정한 건 없다. 그냥 아침에 일어나서 하고 싶은 일정을 할 생각이다.
내일 뭐 할까?
근데, 궁금한 게 생겼다. 가나자와, 호쿠리쿠 지방에 온 지 이틀차, 가나자와 역 앞에서 수많은 서양인과 로컬 관광객을 많이 봤다. 그리고 협곡열차를 타러 온 관광객은 거진 일본인이 많았다. 수많은 서양인은 어디에 있을까? 히로시마에는 서양인이 무척이나 많다. 히로시마는 역사적인 도시이고, 가나자와 시내는 전통적인 거리, 현대적인 미술관, 일본 전통의 분위기의 성과 공원이 있고, 속초시장과 비슷할 것 같은 오미초 시장이 있으니, 그쪽에 모여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