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같지도 않은 이야기

ep1 음주와 감정의 관계

by 오구리

인간은 세상 살아가며 희로애락을 느낀다.

기쁨과 노여움 그리고 슬픔과 즐거움을 번갈아 여러 감정을 느낀다.


사람마다 다르겠다만, 본인이 가진 만큼 기쁨과 슬픔이 교차한다.

즉, 어떤 사람의 하루의 테마는 기쁨 혹은 슬픔, 만약 시간이 더해진다면 한 사람이 희비를 겪게 되는 빈도는 정해져 있다고 본다. 이와 같이 자주 슬픈 사람과 자주 기쁜 사람들의 표본이 모여 모집단을 이루게 되면 동전을 던져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과 같을 수 있다.


일단 모두가 평범한 사람?이라는 전제하에 기준을 세워보았다.

h0: p(오늘 하루는 기쁠 것이다.) = 0.5

*p = Probability


Day 1

분명 오전까지는 밤 잠을 설치지 않아, 아침밥이 맛있어서, 출근하는 길이 순탄스러 (환승이 딱 맞아떨어지는, 날씨가 좋아서 등) 즐거웠고, 회사에 들어서는 순간 즐거움이 다소 가라앉았지만 아직까지는 즐거움을 상쇄시킬 수는 없다. 보이지 않는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곧 점심을 먹고 무탈 없이 퇴근을 하여 즐거웠다.


Day 2

오늘은 비가 오지 않기로 약속했었고, 우산을 안 가지고 나왔다. 하지만 아침부터 비는 추적추적 내렸다. 문 앞에 놓인 우산을 생각하며 괜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비 때문이라고 단정하고 싶었다. 사실 알량한 욕심 때문에 팔지 않았던 주식이 손실을 안겨 주어 기분이 좋지 않았다. 비도 주식도 내릴 거라고 약속하진 않았지만, 둘 다 내려버려 괜히 속상한 하루였다.


Day 3

"오늘 몇 시에 만날래?"

약속을 명확히 정하는 날은 참으로 기쁜 날이다. 일이 바빠 서로 만나지 못했던 일맥상통하는 친구와의 만남이 예정되어있다. xx역에서 만나 무엇을 먹든 무슨 이야기를 하던 즐거웠다. 밀물과 썰물의 빈도가 잦아졌고, 파도는 우리가 헤엄쳐 놀기에 적당했다. 그렇듯 시간은 즐겁게 흘러갔다.


Day 4

저번 주부터 아프던 손가락의 이상함을 감지했다. 일주일이 지났는데 통증은 그대로, 붓기는 오히려 커졌다. 아침에 일어나 병원부터 가보기로 한다.

"손가락 골절입니다. 수술해야 합니다."

"..."

저번 주에 엎어진 모습과 X-Ray 모습이 참으로 비스무리하게 보일 정도로 어이가 없고, 속상하다.


4일 동안의 희로애락의 척도는 마치 동전을 던지듯 비스무리하게 흘러갔다.


만약 베이스라인 Day 0을 기점으로 술을 마셨다면 (많이),


Day 1

분명 일찍 잔 것 같은 데 밤 잠을 설쳤고, 아침밥은 왜 이렇게 안 넘어가고, 출근하는 길에 사람은 왜 이렇게 많고, 회사에 들어서는 순간 짜증은 증폭되었다. 시간은 더디게 흐르고 겨우 퇴근하였는데, 허기가 져서 저녁을 먹다가 아무도 모르게 술을 한잔 마셨다.


Day 2

오늘은 비가 오지 않기로 약속했지만, 비는 주렁주렁 내렸다.

...

제 아무리 약속을 지키지 않은 비가 짊어질 숙취는 아니었기에 무척 힘들었다. 주식이라도 올랐으면 하는 마음에 증권 어플을 켜보았지만, 주식은 비처럼 떨어졌다. 괜히 어제 마신 술이 보고 싶었다. 핑곗거리가 생겨 의무감?에 마시는 술은 달콤했다.


Day 3

"오늘은 안될 것 같아. 다음에 보자."


Day 4

저번 주부터 아프던 손가락의 이상함을 감지했다. 일주일이 지났는데 통증은 그대로, 술을 들이부어 붓기는 오히려 커졌나 싶다. 어떻게든 아침에 일어나 병원부터 가보기로 한다.

"손가락 골절입니다. 수술해야 합니다."

"아휴..."

거울에 비친 모습이 아주 꼴좋다.


술을 마시든 마시지 않든, h0는 기각되거나 되지 않거나, 결국 살아봐야 안다. 또 매일 기쁘거나 그렇다고 슬플 수도 없는 일이기도 하고 말이다. 시간에 흐름에 따라 종속변수인 감정을 통계적으로 한정 지을 수는 없다.

다만,

술을 (많이) 자주 마시지 않았다면, 혹은 통제력을 잃지 않을 정도 먹었다면 어느 정도는 가설을 입증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스스로 통제력λ고 정의하면, 지수 분포를 따를지도 모른다.

통제력이 클수록, 아니 작을수록, 결국 술을 많이 먹으면 좋지 않. 또한 통제력이 클수록 감정 상실의 타격은 크다. 아이러니하게도 통제력 없이 술을 들이 붓는게 좋아보인다만, 모두가 알다시피, 뭐 더이상 말을 않겠다.


Day 4 가 어느 시점인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Day 4를 기점으로 대략 20일 정도 술을 먹지 않고 있다. 금주의 효과는 나름 대단하다. 사람이 살짝 미쳐 이런 글을 쓰고 있듯, 뭔가 될 것만 같다. 실상 인간의 감정을 숫자로 표현하는 것도 불가능할지언정, 감정이 통계적 분포를 따른다는 것은 더더욱 말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 난 통계학을 전공하였지만, 잘 모르기에 말 같지도 않은 이야기에 불과하다.


다만.


말 같지도 않은 이야기들이 생각될 여유, 그리고 이렇게 쓰일 수 있다는 생각이 금주의 효과이지 않을까 싶다. 그간 느껴보지 못한 재미, 그리고 소소한 행복이었던 것 같다.


이상, 말 같지도 않은 이야기 - 끝 -

(다음은 담배를 참아 보고 싶다만, 금주를 더하다 보면 가능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