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을 꼭 해야 할까?
고등학교 1학년 때, 1차 수시로 대학에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수능이라는 한 번의 시험으로 미래가 결정되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내신 성적으로 대학에 가자는 전략을 세웠던 것이다.
수시 원서를 쓸 무렵, 압박감에 정말 힘들어했던 기억이 난다. 학교를 다니며 자기소개서, 논술, 인적성 시험을 동시에 준비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막막한 마음에 수업 시간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던 적도 있다.
대학 4군데를 지원했는데 서류 전형에서 한 군데가 떨어졌고, 논술 시험에서 두 군데가 떨어졌다. 하나의 대학만 남은 상황이 되었다. 서류는 붙었지만 논술과 인적성 시험이 남은 상태였다. 여기마저 떨어지면 나는 수능을 봐야 했고, 그동안 내신에만 치중했기 때문에 참으로 불안한 상황이었다. 마지막 대학의 수시 최종 경쟁률은 50:1이었다.
50:1.
높았다. 여기에 내 미래가 달렸는데(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50명 중에 1명만 뽑힌다니. 막막했다. 부모님도, 주위에서도 걱정스러운 눈치였다. 솔직히 나도 걱정됐다.
하지만 내가 걱정한 것은 경쟁률이 아니었다. 나는 내가 시험을 잘 볼 수 있을지 없을지가 걱정이었다. 경쟁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성향 덕분인지, 경쟁률은 그다지 신경 쓰이지가 않았다.
50대 1이면 뭐? 어차피 내가 잘하면 붙을 거고, 못하면 떨어지는 거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경쟁률이 2:1이든, 50:1이든, 100:1이든, 나의 성공 확률은 반반이다. 내가 잘하면 붙고, 못하면 떨어진다. 경쟁자가 몇 명인지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쟁자가 많아질수록 자신이 붙을 확률이 낮아진다고 생각한다. 물론 수학적으로 계산하면 그게 맞다. 하지만 인생은 그렇게 딱 계산에 맞게 흘러가지만은 않는다.
내가 잘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내 목표에 에너지를 집중하는 사람에게, 세상은 기회를 준다. 경쟁률을 신경 쓰면 정신이 흐트러진다. 반면 나 하기에 달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정신을 한 군데로 모은다. 계속 주위를 둘러보며 화살을 쏘는 사람과, 자신의 과녁만 보고 화살을 쏘는 사람, 누가 과녁을 명중시킬 것인지는 너무나 뻔하다.
그래서 그때 결국 어떻게 됐을까?
난 붙었다. 합격 발표가 나던 날, 손으로 눈을 가린 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뱁새눈을 뜨면서 결과를 확인했던 그날, 합격이라는 두 글자를 보고 부모님과 소리 지르며 방방 뛰었던 일은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그 작은 성공의 경험이 나에게 자신감을 안겨주었고, ‘내가 잘하면 결과는 좋을 것이다.’라는 믿음은 더 단단해졌다. 이후로도, 수많은 경쟁에 부딪힐 때마다 이런 믿음으로 헤쳐 나갔다.
면접에 임하는 자세
경쟁률이 가장 피부로 느껴지는 상황은 아무래도 ‘면접’ 일 것이다. 나 역시 대외활동, 아르바이트, 취업, 이직을 위한 면접을 수도 없이 봤었다. 탈락의 고배를 마시기도 했지만, 원하는 곳에 합격한 경우가 더 많았다. 면접에서도 나의 믿음은 효과가 있었다.
내가 영어강사를 준비하던 시절, 꼭 일하고 싶었던 어학원에서 면접을 본 적이 있다. 규모가 큰 학원이어서 같이 면접 보는 강사들이 외모도 뛰어나고, 경력도 화려했다. 나보다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심지어 그때 나는 경력도 별로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기죽었을까? 아니다. 효과 만점인 나만의 주문이 있지 않은가?
내가 잘하면 붙는다.
이 주문은 언제나 효력이 있다. 나는 당당하게 면접을 봤고, 주어진 과제를 최선을 다해서 했고, 합격했다.
자랑을 하는 것이 아니다. 경쟁률을 생각하며 불안해하는 것이 불필요한 일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다른 사람이 못하기를 바라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다른 사람이 못하든 잘하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일단 내가 잘하는 것이다.
경쟁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이런 생각의 패턴이 잘 굳어지면, 세상을 보는 관점이 바뀐다. 밖을 보는 것이 아니라, 안을 본다. 타인을 예의 주시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집중한다. 에너지를 흩뿌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에 집중시킨다.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결과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을 것이다. 성공할 확률은 훨씬 높아질 것이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더라도, 손해 볼 것은 없다. 적어도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며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는 시간낭비는 없었을 테니까. 내가 나를 믿는 것. 이게 경쟁에서 자유로워지는 최고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