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때면, 나는 침대에 누워 이불을 꼭 끌어안고 몸을 웅크린다. 그리고 몇 번 심호흡을 하며 내 가슴속에 꽉 막힌 것 같은 부분에 집중하고, 속으로(때로는 소리 내어) 조그맣게 속삭인다. 다정한 목소리로.
지금 기분이 어때?
...
기분이 별로 안 좋구나
우울하구나
...
어떤 것 때문에 우울해?
어떤 부분이 너를 우울하게 만드는 것 같아?
...
더 잘하고 싶은데 잘 안 돼서 마음이 힘들었겠다
아무도 너를 온전히 이해해주지 않는 것 같아서 속상하고 외로웠구나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지
괜찮아
내가 여기 있어줄게
나는 언제나 네 편이야
...
어떻게 하면 기분이 조금 더 나아질 것 같아?
뭐 하고 싶어?
네가 하고 싶은 것만 하자
하기 싫은 건 하지 말자
뭐 먹고 싶어?
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
그냥 쉴까? 그냥 쉬고 싶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자
...
괜찮아
내가 있잖아
나는 네 편이야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나에게 충분히 시간을 주고, 듣고 싶은 말을 계속 반복해 주고, 우울한 나를 온전히 끌어안는다.
그러면 가슴 깊은 곳에 잔뜩 웅크려있던 우울이 눈물범벅이 된 채 살짝 고개를 들고 이렇게 대답하는 것 같다.
...
...
... 이제 좀 괜찮아진 것 같아-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