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찍 자려고 노력 중이다. 평소에 밤 11시 이후에 잘 때가 많았는데, 남편 출근 시간에 맞춰 항상 새벽에 일어나다보니 잠이 부족해 아침에 늘 피곤했다. 그래서 최근에는 밤 10시 30분 전에 침대에 눕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며칠 전에도 일찍 잘 준비를 마치고 누워 남편과 굿나잇 인사를 하고 잠을 청했다. 근데 이상하게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분명 몸이 피곤하고 정신도 몽롱한데, 의식이 계속 깨어있었다. 부럽게도 남편은 눕자마자 갸르릉갸르릉 소리를 내며 곯아떨어졌다.
'얼른 자야 내일 아침에 덜 피곤할 텐데.'
어떻게든 잠을 자려고 해봤지만 도저히 잠에 들지가 않았다. 계속 뒤척거리면서 원인을 생각해 봤다.
'뭐 때문에 잠이 안 오는 거지? 내가 오늘 카페인 들어간 걸 먹었나? 점심에 뭐 먹었더라. 샐러드랑 옥수수랑 연두부랑.. 또 뭐 먹었지? 아, 다크초콜릿도 한 조각 먹었다. 근데 그건 이 정도로 영향이 크지 않은데. 저녁에는 어머님이 주신 육개장 먹었고, 요거트 먹었고... 딱히 잠이 안 올만한 건 안 먹었는데 뭐지?'
원인을 찾으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슬쩍 시간을 보았다. 벌써 12시 30분. 5시간도 못 자게 생겼다, 된장!
화장실에 한 번 다녀오고 다시 잠을 청했지만 쉬이 잠들지 않았다. 남편이 옆에서 조그맣게 코를 골고 있었는데 소리가 불규칙적이라(크릉.. 크릉... 크르르릉... 크르르... 크릉) 괜히 신경이 쓰여 갈수록 정신이 말똥해졌다. 남편을 쿡쿡 찌르며 조용히 만들고 다시 눈을 감았다. 그렇게 잠이 살짝 들었다 깼다를 반복하며 다시 시계를 보니 새벽 2시 50분.
그러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는지 살짝 꿈을 꾸다가, 알람 소리를 듣고 겨우 눈을 떴다. 이건 뭐, 잔 것도 아니고 안 잔 것도 아니고. 일어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아흑, 나 잠 거의 못 잤어."
"헐! 그럼 그냥 더 자. 일어나지 말고."
"안 돼! 일어날 거야."
너무 피곤해서 그냥 잘까도 생각했지만, 나는 남편이 출근할 때 배웅하는 게 좋다. 내가 자고 있으면 남편이 혼자 출근 준비를 하고 외롭게(?) 나가야 해서 마음에 걸린다. 일어나야지. 부족한 잠은 남편이 가고 나서 보충하면 되니까.
남편이 씻는 동안 책상 앞에 앉아 곰곰이 생각했다. 왜 잠이 안 왔을까? 그러다 문득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바로 '비타민'이었다. 전날 저녁 식사 후에 비타민B와 C를 먹고 잤는데 혹시 그것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원래 점심에 먹는 영양제들인데, 점심에 못 먹어서 저녁에 먹었었다. 특히 비타민B는 비맥스라는 고함량 제품을 먹고 있어 영향이 있을 것 같아 검색을 해보니,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비타민 B, C, D는, 특히 그중에서도 비타민B는 신진대사를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해서 자기 전에 먹으면 불면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비맥스를 저녁에 먹고 잠이 안 온다는 글들이 많았다. 이래서 내가 잠을 못 잤구만! 역시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다. 이유를 알고 나니 속이 시원했다.
그날부터 비타민제는 점심에만 먹고 있다. 반면에 오메가3나 마그네슘은 수면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해서 저녁에 먹는다. 건강에 대한 상식은 많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기본적인 정보를 내가 놓치고 있을 줄이야. 역시 아는 것이 힘인가.
잠을 잘 자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다. 다음 날 컨디션을 좌우하니까. 꿀잠을 자기 위해 몇 가지는 꼭 지켜야겠다. 비타민제 점심에 먹기, 카페인 음료 마시지 않기, 걷거나 운동하기(많이 걸은 날은 확실히 숙면하더라) 그리고 일찍 자기!
오늘도 꼭 지키고 꿀잠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