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이사 그리고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이야기
1년 반 전, 결혼을 준비하며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며 살겠노라 다짐했다. 미니멀 라이프는 청소를 썩 잘하지 못하는 나에게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사항이었다. 남편과 나는 신혼살림으로 최소한의 가구와 가전을 구매했고, 그 이후에도 꼭 필요한 게 아니면 가급적 사지 않았다.
드디어 멕시코 해외이사 날짜가 잡혔고, 나는 하루에 해외이사와 국내 이사를 한 번에 진행하기로 했다. 모든 한 큐에 끝내는 걸 좋아하는 내가 내린 결정이었다. (멕시코로 가져갈 수 있는 부피가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가져가지 못한 짐은 친정댁으로 가져왔다. 부모님의 무한 배려로 항상 늘 고마움을 느낀다.)
나는 이사 며칠전부터 이사준비(?)를 했다.
큰 짐 분류부터 시작했다.
-냉장고는 친정댁, 식탁은 멕시코, 소파는 친정댁, 침대는 멕시코, 그리고 이건.......
포스트잇에 '멕시코'와 '친정댁'적어 가구와 가전에 붙여놓았다. 그리고 찬장을, 서랍을, 박스를, 창고를 열어 모든 짐을 꺼냈다. 물건을 산 기억이 없는데, 1년 동안 생각보다 많은 짐이 불어있었다. 세일해서 한 번에 몽땅 사놓은 것들, 필요해서 샀지만 사실은 꼭 필요한 게 아니었던 것들 등등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어느새 미니멀 라이프에서 맥시멀 라이프로 향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1차적으로 '언젠간 쓰겠지' 하던 물건들을 버렸다. 그리고 그다음은 신혼생활 1년 동안 몇 번은 사용했지만 크게 불편할 것 같지 않은 것들을 버렸다. 꽤 과감하게 잘 쓰던 물건들도 버렸다. 침대 옆에 두던 스탠드, 토스트기 같은것 말이다.
마지막 남은 것은 의외의 것들이었다. 그것은 바로 결혼 전에도 차마 버리지 못했던 장식품과 같은 예쁜 쓰레기들이었다. 남편이 가져온 그리고 내가 가져온. 참 희한하게도 먼지 싸인 장식품을 버리는 게 이리 힘이 든 건지 몰랐다.
1년 동안 단 한 번도 태엽을 감지 않은 오르골을 손에 들고 버릴까 말까를 한참 고민했다.
그건 아마도 그 오르골에 담긴 추억 때문이 아니었을까?
실용을 목적으로 산 물건에는 그 물건을 썼던 기억이 있다. "이 물건을 사서 참 요기 나게 잘 썼다!" 그뿐이다.
오르골은 다르다. 매일 사용하는 화장대 위에 올려놓았지만, 사실 그리 자주 신경 쓰지는 않았다. 그러나 어쩌다 한 번 오르골을 스쳐보는 1초가 나의 지난 이야기들을 소생시켰다. 이 오르골은 내가 이걸 어디에서 샀는지, 왜 샀는지, 샀을 때의 기분이 어땠는지, 함께 있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그때의 공기가 어땠는지를 모두 담고 있다. 그때의 그 시간과 감정을 버리는 기분이 들어 망설여지는 게 아닐까?
쓰레기봉투의 입을 열고 버릴까 말까를 고민하다...... 나는 결국 그것들을 버렸다. 화장대 위에 꺼내 놓았던 추억을 가슴속 깊이 집어넣었다. 물론 조금씩 희미해져 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잊혀질지도 모르겠다. 잊고 싶지 않은 추억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아쉽지만은 않다. 지난 추억을 끌어안고만 있기에 아직 젊은 30대이기 때문이다. 먼지 쌓인 추억을 다시 새로운 추억으로 채워갈 시간이 아직 남아있다. 가슴 저릿한 추억, 생각만해도 뭉클해지는 추억, 내 인생의 최고의 행복한 추억들이 기다리고 있기에 나는 아쉽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진짜 미니멀 라이프가 시작되었다. 강제적이든 반강제적이든.
이사는 끝났다. 이제 진짜 시작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