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디자인 인턴의 미술관 기행 첫 번째 이야기 - 첫 번째 오랑주리
아름다운 건 왜 사라지는 가. 사랑은 정말 아름다운 것인가.
- 아름다운 건, 강태구 -
오랑주리에 처음 들어서면, 시원한 통창 유리, 그 너머로 보이는 튈르리 가든.
그곳을 비추는 햇빛이 나에게 까지 닿는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1층에는 내가 좋아하는 모네의 수련 (Water Lilies) 이 있기 때문에, 지하 2층부터 작품을 보기로 한다.
그곳에서 나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Robert Ryman이라는 추상화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작품은 젯소칠만 한 듯한 흰색 프레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장은 온통 하얀색이다.
붓 터치 하나하나에서 작가들과 대화함을 느낀다. 미술사적 지식은 뛰어나지 않지만, 그들이 붓을 움직이며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당시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생각해 본다.
글을 쓰는 작가, 음악을 하는 작곡가, 그림을 그리는 화가.
많은 사람들은, 그리고 나 조차도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이 있다면 아티스트에 대해서 의문을 품고는 한다. 그러나 적은 기간 동안 아티스트로 살아본 나로서는, 가벼운 마음으로 작품을 만드는 것은 자신에게 부끄러운 일이다. 아티스트는 공익을 위해 작업하지 않는다. 즉, 모두가 '이걸 보는 사람이 행복해지면 좋겠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무슨 감정이었는지, 보존된 작품을 보면서 대화를 하는 것이다.
마침내 수련이 있는 장소로 향한다. 소집 해제 후 겨울에 파리에 왔던, 작년의 나는 수련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수련은 모네의 연작 시리즈 중 하나로, 360도의 원형으로 작품이 배치되어 있고 총 2개의 방이 존재한다. 모네는 직접 작품이 배치될 때를 가정하여, 작품의 배치, 그리고 작품이 전시되는 공간에 대한 설계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 결과 가운데에는 바깥으로 이어지는 밝은 자연광이 들어오고, 360도로 작품이 배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수련을 좋아하는 이유는, 사계절이 보이기 때문이다. 전체를 사계절이 보이고, 작은 붓터치까지 들어가면 그 거침과 부드러움이 계절의 느낌을 담고 있다. 가령, 봄에 듣는 노래와 겨울에 듣는 노래가 나뉘어 있듯 말이다.
사실 수련은 하루에 빛이 지고, 변화가 생기며 보이는 변화를 모두 담아낸 작품이라고 한다. 즉, 사계절과는 거리가 멀 수도 있다. 이는 내 개인적 견해이다.
총 두 개의 방을 둘러보며,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볼 수 있다.
입구로 입장하면 바로 왼쪽에는 어두운 파란색이 시작된다. 이윽고 분홍색이 점점 들어온다. 초록색과 파란색이 이어지며, 다시 어두운 파란색으로, 그리고 이는 반복된다.
수련에서 제일 좋아하는 부분은 분홍색이 파란색에 잔뜩 어우러지는 부분이다. 내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라지기도 하고, 다시 보이기도 한다. 해지는 절정의 순간에서 채도 높은 분홍색이 나타나기도 한다.
아름다운 것은 영원할 수 없는가. 그럼에도 나는 내가 좋아하는 부분 앞 벤치에 앉아 가만히 멍을 때린다. 마치 그 부분이 아니면 작품을 보지 않겠다는 듯이.
그러나 곧바로, 나는 자리를 양보한다고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곳으로 향했다.
수련을 보며 들을 수 있는 노래들.
- 아름다운 건 / 강태구
- 화원 / 김현창
- 형을 위한 노래 / 남혜승, 박상희
2024.04.13
1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