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소설가>의 문장으로 질문하기, 나의 북극성 떠올려보기
11/15 화요일 밤의 일기
마음이 싱숭생숭했던 날, 나에게 큰 영감을 주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다시 읽고 싶었다. 책을 꺼내서 문장들을 읽으면서 심장이 쿵쿵. 나에게 영감을 주는 좋은 책을, 좋은 문장을 만났을 때 느낄 수 있는 이 설렘과 두근거림은 언제나 참 좋다.
당신이 뭔가 자신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행위에 몰두하고 있는데 만일 거기서 자연 발생적인 즐거움이나 기쁨을 찾아낼 수 없다면, 그걸 하면서 가슴이 두근두근 설레지 않는다면, 거기에는 뭔가 잘못된 것이나 조화롭지 못한 것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p.106
합당한 내 모습이 내 머릿속에 있었습니다. 그 이미지가 항상 하늘 한복판에 북극성처럼 빛나고 있었던 것입니다. 무슨 일이 있으면 그냥 머리 위를 올려다보면 됩니다. 그러면 나 자신의 지금 서 있는 위치며 나아가야 할 방향이 잘 보였습니다. p.105
이 문장들을 다시 읽으면서 나는 스스로 질문해봤다.
"지금 나는 즐거운가?"
"가슴이 두근두근 설레는가?"
"나의 북극성은 무엇인가?"
지금 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 언제 어떤 일로 다시 일을 시작하는 게 좋을까,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했던 상황에 만난 질문들. 모든 질문에 뾰족한 답을 하지는 못하고 좋은 질문을 만난 것에, 생각을 시작해본 것에 만족하며 책을 덮었다.
저녁에 나가서 산책을 하는데, 아파트 단지에서 이 메시지를 만났다. 왠지 찡하고 감동이어서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렸더니, 나만 그런 마음이 들었던 게 아니었나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하트를 눌러주고, DM을 보내왔다. DM을 보내주신 분께 '저만 감동받은 거 아니죠?'라고 답장을 보내다가 ‘아!’ 하는 깨달음이.
나는 위에 하루키 책을 읽고 “지금 나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했고, 이전에 먼저 "나는 어떤 걸로 가슴이 두근거릴까?" 하는 질문을 먼저 짚고 넘어가야 했는데, 그 답이 명확하게 떠올랐다.
“따뜻한 것. 감동적인 것"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들, 내가 마케팅 잘한다고 생각하는 브랜드들은 모두 다 나를 감동하게 했던, 따뜻한 브랜드였다. 작년부터 영감 수집 노트를 쓰면서 내가 수집하는 것들은 대부분 나에게 감동을 주었던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래서 지금 나도 그런 일을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 생각났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브랜드 기획, 마케팅을 하고 싶은 것).
나를 감동하게 만드는 것들을 보면 '누가 이런 걸 만들었을까?' 감탄하고, '왜 만들었을까?' 궁금해하고, '내가 해볼 수 있는 건 없을까?'고민한다. 그게 차곡차곡 쌓여서 '나도 이런 걸 해보고 싶다!' 하는 열망까지 피어올랐다.
오래전에 친구와 나눈 대화를 오랫동안 친구와의 채팅방 공지로 (지금까지) 해놓고 있는데 그 대화는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는 사람이 되자'는 것이었다. 브랜드, 마케팅 이전에 내 삶 자체를 그렇게 살고 싶었고, 내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되는 일의 영역이기에, 일에서도 그런 걸 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커져버렸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을 만들자.
무라카미 하루키 책에서 말한 북극성이 정리되고 이 북극성이 확실히 찍어지니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내가 앞으로 어떤 곳에서 일하게 될지,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잘 모르겠을 때 올려다볼 곳이 보여서 다행이다. 아무리 좋은 회사라도 내가 서있는 위치와 나아갈 방향이 북극성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면 내 마음이 두근거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다른 생각하지 말고 북극성을 바라보며 앞으로 할 일들을 좀 더 심플하게 정리하고 실행해봐야지.
뭔가 이상하다면, 불안한 마음이 올라온다면, 잠시 멈춰서 질문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