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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딱 Apr 30. 2022

스타트업에서 면접관을 하며 알게 된 면접의 기술

약 50~100회(?)의 면접을 보다


저는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약 3년 반 정도 개발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회사에 정말 감사하게도, 약 3년 반 재직하면서 대략 50~100회의 면접을 볼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횟수가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네요.^^;) 개발자부터 해서 디자이너, 기획자, 사업개발, 사용자 지원 등 다양한 직군의 면접에 참여하게 되었고, 면접을 통과하신 분 들 중 일부와는 같이 일하는 기회도 얻게 되었습니다.


  면접을 직접 본 후 제가 면접을 본 분들과 일하다 보니 좋은 분을 뽑았을 경우 그 열매를 제가 맛보게 되고, 핏이 조금 안 맞는 분을 채용했을 때는 그 매를 제가 맞게 되는 일들도 겪게 되었습니다.^^; 채용-수습-전환 등의 사이클에 참여하게 되면서, 면접에 대해 나름의 경험과 관점을 미흡하게나마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부끄럽지만 회사에서 프로 면접관이라는 별명을 대표님이 붙여주셨습니다. 면접을 그래도 못 보는 편은 아니라는 평가인 것 같아요. 이 글에서는 면접을 보며 나름대로 정립한 면접을 보는 기술 몇 가지를 가볍게 풀어볼까 합니다. 면접의 특성상 매우 주관적이므로 감안해주세요.


면접을 보는 기술


아래는 제가 면접을 보면서, 괜찮다고 생각하는 방법들을 몇 가지 적어본 것인데요, 제가 떠올린 것이라기보다는 회사에서 많은 경험과 통찰을 가지고 계신 분들에게 듣고 저 나름대로 소화한 방식에 가깝습니다. 어찌 보면 굉장히 평범한 이야기지만, 어떤 분들은 공감을 못하시거나 잘못된 방법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으실 것 같아요. 참고 정도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제 의견일 뿐이고, 회사의 의견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1. 생각보다 중요한 이력서 팩트체크

생각보다 중요한 것이 이력서 팩트체크입니다. 이것이 중요한 것은 생각보다 1)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하는 경우 2) 한 일을 부풀리는 경우 가 많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그 일에서 얼마나 많은 일을 담당했는지 물어보고, 해당 일을 했다면 모를 수 없는 질문들을 던져보세요. 예를 들어 옷을 만들었던 경험을 이력서에 썼다면, 바느질하는 법이나 원단을 어떻게 구매했는지를 물어보는 거죠. 이런 질문을 하다 보면 실제로는 옷을 만든 게 아니라 디자이너로서 옷을 디자인만 했다던가, 아니면 원단을 구매하지는 않고 바느질만 했다던가, 하는 것들이 드러나게 됩니다. 아예 옷을 만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하지 않은 일을 적었거나, 일부에만 참여했던 일에 대해 부풀려서 이력서에 썼다면 큰 감점 요인이 됩니다. 정직하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에요.


이력서를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는 점을 꼭 주의하세요. 중요한 이력의 경우 여러 각도에서 체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과거를 통해 미래 바라보기


면접자에 대한 모든 판단은, 면접자의 과거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데이터가 없을 경우 최대한 비슷한 경험을 물어보세요. 그 사람이 면접에서 보여주는 의지와, 이력서에 작성한 포부와 열정은 그것이 진실될 지라도 면접자가 미래에 어떻게 일할지와 별 관련이 없을 수 있습니다.


사용자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것을 중시하고 사용자 관점이 뛰어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라면, 과거에 무엇을 만들었는지 물어보세요. 그것을 만들면서 어떤 것을 생각했는지도요. 과거에 무엇을 만들 기회가 딱히 없어 보였다면, 다른 질문으로 바꿔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평소에 어떠한 앱이나 웹 서비스를 훌륭하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세요. 사용자 관점이 뛰어나다면, 카톡과 스냅챗을 비교한다던가 은행 앱과 토스를 비교하면서 나름대로의 관점과 이야기를 풀어낼 것입니다. "저는 앱을 잘 안 써서요.." 같은 이야기를 한다면 사용자 관점이 뛰어난 사람이라 보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앱을 안 쓰는 사람은 세상에 없기 때문이죠.^^;


주도적으로 일하고 동기 부여되어있는 사람을 뽑고 싶다면, 과거에 그 사람이 방학 때 무엇을 했는지 물어보세요. 대학교 1학년 때 어떤 동아리를 했는지, 과에서 무슨 활동을 했는지, 어떤 아르바이트, 대외활동, 공모전을 했는지 물어보세요. 거기서 실제로 주도적으로 일했는지를 물어보세요. 앞으로 우리 회사에서 어떻게 일하겠다는 포부와 의지는 조금 미루어 두고요.


면접자가 스스로 썼던 장점이 과거의 경험에 전혀 묻어 나오지 않거나 과거의 경험과 많이 대치된다면 자기 자신을 잘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인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스스로를 파악해야 소통도 잘하고 성장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것 역시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3. 질문과 답변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능력 보기


회사에서 같이 일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커뮤니케이션 능력입니다.   특히 질문 답변 능력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기초로 평가할  합니다. 권위, 연차보다는 논리로 일하는 회사일수록 이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 논리적으로 소통을   있어야 하는데, 논리적으로 소통을 하려면 우선 상대방의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고 답변할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고 해서 화려한 언변, 매너 등을 말하는 것은 아니고요, 그것보다 훨씬 기초에 가까운 정확한 의사소통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보통 후속 질문,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서 잘 드러납니다. 이력서에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면접자가 답변을 미리 생각해봤거나 준비했을 것이기 때문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미처 예상할 수 없는 후속 질문들을 던지다 보면 아래 두 가지를 생각보다 쉽게 체크할 수 있습니다.


1) 질문에 대해 정확히 대응되는 답변을 하는지 살펴보기.


A를 물어보면, A에 대해 대답하는지를 보아야 합니다. 이것을 못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예를 들어 면접자가 채팅 앱을 만들었다고 이력서에 적은 상황이라고 해보겠습니다.

 "채팅 앱을 왜 만들었나요?"라는 질문을 던져본다면, 면접자가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후속 질문으로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을 던져보세요. 왜 그 서비스를 사람들이 쓸 것이라고 생각했나? 사람들이 쓰는 서비스는 그렇지 않은 서비스에 비해 어떤 특징이 있는 거 같은지? 등등 후속 질문을 던지다 보면 생각보다 질문과는 다른 답변을 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왜 그 서비스를 사람들이 쓸 것이라고 생각했나?"라는 질문에, "네이버도 채팅 서비스를 만들고 있었다. 그래서 만들게 되었다"라는 식의 답변을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사용자가 왜 쓸지에 대한 답변을 한 것이 아니라, 큰 회사가 만들었기 때문에 만들게 되었다는 스스로의 동기에 대해 설명한 답변이죠.  이렇게 질문에 대해 정확히 답변한 것이 아닌, 미묘하게 질문에 대응되지 않는 답변들을 계속한다면 언변이 화려하더라도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2) 여러 질문을 한 번에 던지고 놓치지 않는지 물어보기


이것은 조금 심화 과정입니다. 예를 들어 "학생회장을 하셨는데, (1) 거기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2)그리고 가장 즐거웠던 경험은요? (3) 그 과정에서 가장 성장했다고 느낀 점도 말해주세요"라는 질문을 던졌다고 해 봅시다. 생각보다 (1)에 해당하는 가장 힘들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잘 대답하다가, (1)에 대해 답변하다가 (2), (3)에 대해서는 아예 놓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 부분은 놓쳤다고 큰 감점 요인은 아니지만, 놓치지 않고 답변하시는 분들에 대해서 높은 커뮤니케이션 점수를 줄 법합니다.


같이 일을 하다 보면 여러 사람이 다양한 사안에 대해 의사소통을 하면서 일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곁길로 새지 않고 중심을 잡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일하면서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되는 분들을 보면, "아 그래서 처음에 했던 얘기로 돌아가 보죠, 그래서 우리가 무엇을 결정하기로 했었죠?"라고 말하며, 논의가 발산할 때 휩쓸리지 않고 정리를 잘하십니다. 그러한 특성을 가진 분들을 이러한 질문을 통해 알아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4. 메타 인지를 통한 팀워크와 성장 가능성 보기


팀워크와 성장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성장 욕구, 방향 등도 물론 중요하지만, 저는 메타 인지를 꼽고 싶습니다.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면 더 성장하기도 힘들겠고요,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메타인지가 안 되는 사람인지를 체크하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학교 프로젝트, 동아리, 인턴, 이전 회사 등의 경험에서 같이 일하기 힘들었던 사람들, 같이 일하기 좋았던 사람들 등을 물어보고 스스로 생각하는 동료로서의 장점과 단점을 물어보세요. 이때 정말 중요한 것이 단점입니다.  아래 몇 가지 답변을 하는 케이스가 제 생각에는 주의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1) 나는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사람들이 기분 나빠했다.


팀워크가 안 좋은 분들이 흔히 하는 얘기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실제로는 사실을 말해서 기분을 나빠하기보다는, 사실을 말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거나 사실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선한 의도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기분을 상해하는 경우가 더 흔하죠. 물론 상황에 따라 정말 사실을 좋은 의도로 사려 깊게 말했음에도 기분 상해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누군가 기분 나빠했던 경험에 대해 "나는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라는 자세로 일관하는 경우에는, 스스로의 말투나 행동이 띄는 공격성에 대해 인지를 못하는 사람일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을 인지하고 고치려는 의도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같이 일할 수 있겠죠. 이 부분은 특히 똑똑하고 비판적인 분들이 많이 띄는 특징이기도 한데요,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을 수 있지만 정도에 따라서 같이 일하기 힘들어질 수 있으니 주의할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 저는 아직까지 딱히 단점이 없는 것 같습니다. & 제 가장 큰 단점은 경험 부족입니다.


스스로의 단점을 잘 말하는 것은 메타 인지가 잘 된다는 큰 증거인데요, 스스로의 단점이 경험 부족이다라고 말하거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실제로 스스로의 단점 파악을 못 하고 있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입니다. 단점이 경험 부족이라면, 경험만 쌓으면 단점이 없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니까요.^^; 단점을 스스로 정확하게 말하고, 그것을 고치기 위해 노력했던 점 들까지 말하는 분이라면 훌륭한 분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분들이 성장을 정말 잘하시는 분들이 아닐까 해요


3) 이전 회사 대표가 쓰레기였다. 이전 회사 팀장이 쓰레기였다.

 

이전에 일했던 사람들, 이전에 일했던 회사에서 힘들었던 점에 대해 물어보세요. 왜 이직을 하게 되었는지도요. 이전 회사 대표나 리더, 동료에 대해 극단적인 비난으로 일관할 경우 그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의 짧은 경험상으로 이전 회사를 아주 나쁘게 말하는 경우에 본인에게 문제가 있는 경우도 꽤 있었던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만족스럽지 못한 이직이더라도 상황을 나름대로 이해해 보고, 이전 회사도 본인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정도로 말합니다. 아주 나쁘게 말하는 경우에는, 보통 스스로가 이상한 행동을 하고 그에 대해 회사가 징벌적 대응을 하는 경우로 유추되는 경우가 꽤 있었어요. 스스로가 먼저 잘못 행동했던 부분은 잊어버리고 회사의 행동만 부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전 회사의 비난으로 이어지는 것이죠.


이전 회사를 욕하거나 비난할 경우 자세히 물어보고, 스스로가 어떤 행동을 취했는지, 주변 반응은 어땠는지, 지금 그 회사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물어보세요. 정말 이전 회사가 누가 봐도 잘못된 행동을 했을 경우에는 그냥 넘어가면 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메타 인지가 부족하다는 증거일 수 있습니다.  



축구 잘하는 사람과 달리기를 잘하는 사람


회사에서 필요한 능력을 구체적으로 정리할수록, 좋은 사람을 뽑게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우리는 축구팀인데 그냥 운동 신경이 좋은 사람만 뽑으려고 했다가는, 달리기만 잘하고 축구를 못 하는 사람이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알고리즘을 정말 잘하시는 개발자분들일지라도, 실제로 사용자에게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하는 경우로 이어져 같이 일하기 힘들고 성과도 안 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어떤 조직인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어떤 특성을 가지지 않아야 하는 조직인지 잘 정의할수록 좋은 사람을 뽑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평범한 것을 제대로 보는 법.


위에서 이야기한 것들은 결국 굉장히 평범한 특성들을 보는 방법들입니다. 성실, 정직, 커뮤니케이션, 자기 인지 등등.. 너무 당연하고 평범한 이야기들이지만 실제로 그것들을 잘 체크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저도 끊임없이 고민하는 부분이고, 스스로도 돌아보게 되는 하나의 기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면접에 대해 의견이 있으시면 댓글로 편하게 남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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