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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딱 Jun 05. 2022

피드백 잘하기

 일 잘하는 스타트업들 중, 제품에 대한 지표를 보지 않거나 사용자의 의견을 듣지 않는 회사는 거의 없다고 봐도 좋습니다. 단순히 일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유저가 좋아하는 것을 만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대한 유저의 피드백을 빨리 받기 위해 MVP라는 말도 생겼습니다. Minimum Viable Product는 유저의 피드백을 받기 위한 최소한의 구색을 갖춘 제품을 말합니다.  제품에 대한 피드백이 그만큼 제품의 성장을 빨리 일으키는 데 있어 필수적이라는 이야기이죠.


 그런데 이렇게 일하는 스타트업에서도, 일하는 개인에 대한 피드백은 거의 주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그리고 피드백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개인은, 유저가 써보고 의견을 주지 않는 제품처럼 제대로 된 방향으로 성장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물론 이러한 상황에서도 뛰어난 소수 인원은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 가지 간접적이고 애매한 데이터 속에서 일반적인 지혜와 지식을 뽑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사람들 역시 성장의 속도가 현저히 느려질 것입니다. 그리고 스스로 성장 동력을 가지기 어려운 대부분의 인원은 성장을 못 해버릴 수도 있겠죠.


 좋은 제품을 유저의 피드백을 통해서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직원의 성장은 다른 직원의 적절한 피드백 없이 알아서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역설적입니다.


제가 현재 일하고 있는 회사는 좋은 피드백을 주기 위해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하고 있어요. 제가 살면서 또 회사를 다니면서 피드백에 대해 들었던 생각을 정리해봤습니다.



1. 피드백이란?


피드백이란 무엇일까요?

피드백은 '결과를 만들어낸 과정에 대한 평가, 수정 정보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즉 피드백에서 필요한 것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원하는 결과

2. 과정에 대한 평가 또는 수정 정보

3. 대상에게 전달


즉, 어떠한 결과를 달성하기 위해 했던 행동에 대해서 잘한 것에 대해 잘했다고 하고, 못 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고치면 좋을지 전달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원하는 결과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입니다. "수익을 내는데 모든 것을 집중한다."라는 평가가 비즈니스 모델 개발 부서에서는 칭찬이지만, 비영리 자선 단체에서는 욕일 수 있겠죠. 스타트업에서는 흔히 제품의 성장을 원하는데요, 제품이 성장하기 위해  실제로 어떠한 방향으로 일을 해야 하는지를 전달해야 합니다. 그래야 지만 그러한 방향에 비추어 보았을 때 행동이 왜 훌륭했고, 왜 잘못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개선되었는지를 말할 수 있습니다. 평가의 문맥을 전달하는 데 소홀할수록 피드백은 공허해집니다.



2. 피드백은 정말 필요한가? 우리 회사는 바쁘다고..


대체 피드백은 왜 필요할까요? 피드백 여부는 결과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아닐까요? 흔히 이런 생각으로 보통 피드백을 제대로 주지 못하는 단체 또는 개인은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어차피 배울 사람은 다 배우게 되어있어."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사회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은 관찰만 해서는 대부분 정확한 결과와 원인을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원인을 정확히 말해주어야 한다.


비교적 정답에 가까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명확해 보일지라도,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보기에 도대체 무엇이 원인이고 결과인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기획자 A가 만든 기획안에 대해서 대표님이 이 기획안은 논리적이지 않으니 다시 해오세요!라고 했다고 합시다.  이것을 지켜보는 기획 인턴 B 씨는 도대체 대표님이 기획안을 논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한 이유를 제대로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i) 기획자 A가 쓴 기획안에 대한 문서의 위계가 맞지 않을 수도 있고

(ii) 기획안이 비슷한 다른 소프트웨어를 충분히 참고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iii) 데이터 조사를 충분히 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iv) 이미 제품 안에 들어있는 기능들과 논리적인 일관성이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v) 그냥 대표님이 저 사람을 싫어한다? ^^;;


이 것 말고도 수십 가지의 원인이 더 있을 수 있지만, 갓 입사한 기획 인턴 B의 입장에서 어떤 것이 원인일지 짐작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특히 (iv)의 경우 제품 안에 있는 기능을 다 알지 못하는 경우에는 이해조차 못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획 인턴 B가, 기획안을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을 보면서도 무엇이 원인인지 배우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무엇이 원인인지 정확히 말해줄 수 있다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 것입니다.


2. 해당 사건 자체에 정보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사건 밖의 문맥을 전달해 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잘못이 벌어졌을 때, 그것이 잘못이라고 판단하는 기준 자체가 해당 사건을 통해 유추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기획 인턴 A가 있다고 합시다. 그 기획 인턴이 "사용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제품을 사용하는데 버그를 겪는 사용자 한 명의 이야기를 듣고, 인터뷰를 하고, 그 사용자와 영상통화를 하고 이야기를 하는데 일주일을 썼다고 합시다. 왜 이렇게 한 사용자에게 비효율적으로 시간을 썼냐는 이야기에 대해, 기획 인턴은 '사용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한 것인데요?'라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것은 단순 사용자 응대에 시간을 쓰는 것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용자에게 가치를 전달할 새로운 기능을 만드는 것도 포함한다. 따라서 적절한 수준에서 사용자 응대를 해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면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더 어려운 것은, 특정 시점에서는 사용자 한 명에 대해 일주일 동안 응대하는 것이 적절할 수도 있고, 특정 시점 이후에는 응대는 효율적으로 하고 새로운 기능을 만드는데 시간을 쓰는 것이 요구될 수도 있습니다. 사람에게 요구되는 것이 시기마다 다른 것이죠. 이러한 기대는 스스로 알기가 어려운 문맥이므로, 적절히 전달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3. 상당히 많은 피드백은, 시간과 노력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직무 능력보다는 알려주기만 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 가깝다.


가운데 손가락을 펴는 것이 반갑다는 표시이고, 혀를 쯧쯧 차는 것이 경청이라는 의미이고, 하품을 하는 것이 신난다는 의미인 문화를 가지고 있는 나라에서 온 외국인을 생각해봅시다. 이 외국인이 다른 사람의 눈치를 살피고, 다른 사람의 얼굴이 찌푸려지는 것을 굳이 경험하면서 가운데 손가락의 의미, 혀를 쯧쯧 차는 것의 의미, 하품을 하는 것의 의미를 배울 필요가 있을까요? 이런 종류의 지식의 경우 다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서 배운다고 해서 더 값진 지식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 와서 "그렇게 하면 안 돼~"하고 알려주면 끝나는 것이죠.


회사에서도 이런 일이 흔하게 일어납니다. 회사에서 잠깐 나갔다 오는 것, 티타임을 가지는 것, 일을 시작하고 추진하는 법, 메신저에 한 일을 공유하는 법은 반드시 노력을 통해서 배우기보다는 누가 알려주면 되는 지식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피드백의 상당수는 그냥 알려주면 되는 것이고, 알기만 하면 바로 성과로 이어지는 지식이라고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3. 피드백 잘하기


피드백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피드백은 감정이라는 살얼음 위에 쌓아 올려진 성과 비슷하기 때문이에요. 아무리 성을 멋지게, 차근차근 쌓아 올려도 그 밑에 감정이라는 살얼음이 깨지는 순간 무너지고 맙니다.


피드백을 줄 때는 아래와 같은 생각을 다시 한번 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1. 이 사람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순간, 아무리 내 의견이 맞더라도 이 사람은 내 의견을 받아들여주지 않는다.

2. 이 사람이 내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변하지 않는다.

3. 사람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피드백은 실패한 피드백이다.

4. 따라서 이 사람의 감정을 상하게 한 순간, 내 피드백은 실패한 것이다.


제가 생각하는 잘못된 피드백의 흔한 특징을 네 가지를 들어보겠습니다


(1) 사건보다 사람에 대해 가치판단한다.


누군가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을 때, "논리적이지 못하네요.",  "고객 관점이 없네요."라고 사람에 대해 판단한다면, 본인이 공격당했다고 느끼고 마음이 닫히기 쉽습니다. 그보다는 "이 말을 이렇게 고치면 더 논리적으로 소통할 수 있습니다."라고 행동과 사건 위주로 피드백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2) 팩트를 말했다고 생각하며 막말을 포장한다.


보통 논리적이고 논쟁적인 분들이 이러한 함정에 많이 빠집니다. 본인은 논리적인 이야기를 할 때 상처를 안 받으므로, 적어도 역지사지는 했다는 겁니다. 이러한 말씀을 하시는 분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마음속으로 "논리적으로 말했는데 상처를 받는 사람들은 못난 사람이야. 논리적으로 말하면 받아들여야 돼."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사실일지라고 하더라도, 피드백을 받는 사람을 변화시키는 데는 완전히 실패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은 감정이 상하면 마음이 닫히기 때문에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려워집니다.


(3) 상대방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


피드백을 주기 전에 피드백 대상자에 대한 싫은 마음이 충분히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움, 한심함, 짜증을 감추지 못하고 피드백을 주고 있다면,  피드백의 객관성이 크게 손상될 수 있습니다. 더 좋은 결과를 달성하기 위해 피드백을 하는 것인지, 감정을 토해내는 것인지 피드백을 받는 입장에서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죠. 피드백을 받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감정을 토해내는 것으로 오해하기가 더 쉽습니다.  감정이 격해진 상황에서 피드백을 주고 있다면, 그것은 피드백이 아니라 지위 또는 격해진 감정을 사용해 "동의를 강요하는 행위" 일 수 있습니다. 감정이 적어도 가라앉고 난 후에 피드백을 주는 것을 잊지 마세요.


(4) 상하관계를 드러내며 피드백한다.


한국 문화에서 특히 도드라지지 않을까 추측이 드는 부분인데요. 아이에게, 또는 아랫사람에게 대하듯이 피드백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흔히 말해서 "혼낸다"라고 말하는데요, 노골적으로 상하관계를 드러내며 피드백하기 좋아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것이 곤란한 이유는 아래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i) 한쪽 방향으로만 피드백이 일어나게 된다.


  발전을 위해서는 본인도 피드백을 받아야 하고, 팀 문화를 위해서도 서로 피드백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상하관계를 명확히 하며 피드백을 주는 순간, 좋은 결과를 위한 피드백이 아니라 상대방을 교육하는 것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따라서 피드백이 일방적이 되어버리고, 반대방향의 피드백을 주기 힘들어집니다.


     (ii) 피드백의 내용보다는 권위에 의해 납득한 척하게 된다.


  피드백받는 사람이 실제로 피드백의 내용에 납득하는 것이 아니라 상하관계, 권력관계에 의해 실천해야 할 명령으로 오인하게 됩니다.


따라서 어른  어른으로, 나도 반대편 입장이 되더라도 납득할  있을 말투와 태도로 피드백해야 합니다. 상하관계를 드러내는 순간 많은 것들이 바뀌게 되니, 피드백이 많이 오가는 문화, 권위보다는 내용에 의해 피드백이 이루어지는 문화를 원한다면 상하관계를 드러내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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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내용으로부터 정리한 피드백 잘하는 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사람보다는 사건, 행동에 대해 피드백을 주어라.

2. 막말을 팩트 전달로 포장하지 않도록 주의하라.

3. 감정이 가라앉은 후에 피드백하라.

4. 상하관계를 드러내지 않고, 어른 대 어른으로 피드백하라.



마무리하며


피드백을 주기 전에, 스스로의 마음을 돌아보았을 때 정말 회사와 제품, 사람을 위한 발전적인 목적으로 이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점검해보세요. 아무리 논리적으로 맞는 이야기일지라도 오만한 마음으로, 잘못된 목적으로 피드백을 주면 결국 그러한 마음이 드러나고 맙니다. 지금 내가 아무리 맞다고 생각하는 생각도 이 회사, 이 나라, 이 시대를 벗어나면 틀린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잊지 마세요. 피드백을 들어주는 사람에게 감사함을 표하고 나도 틀릴 수 있다는 겸손한 마음을 가져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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