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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딱 Sep 11. 2022

빠르게 일하는 것은 왜 중요한가?

흔히 스타트업은 언제나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말한다. 빠르게 일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당연히 제품을 성공시키기 위한 것이다. 누구나 빠르게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어떤 특정 사안을 놓고 '지금 이걸 빠르게 할지 좀 더 잘할지'를 선택할 때 실제로 빠르게 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은 어렵다. 그것은 빠르게 일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왜 다른 것 보다 더 중요한지에 대해 생각이 충분히 자리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구루들이 어떻게 말하는지 살펴보자.


폴 그레이엄은 그의 에세이에서 이렇게 말했다. "레딧은 현재 50만 유저가 매일 방문합니다. 그 유저가 누군지 레딧이 아냐고요? 전혀 모릅니다. 어떤 웹 기반 스타트업도 모를 거예요. 유저가 누군지 잘 모른다면, 그들이 뭘 원할지 예측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그냥 빨리 릴리스하세요."


제프 베조스는 타입 1 결정/ 타입 2 결정이라는 프레임워크를 제시한다. 타입 1 결정의 경우에는 되돌릴 수 없고 비용이 엄청나게 큰 결정이다. 매우 소수이며 이런 결정은 신중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타입 2 결정은 어떤 사안에 대해 최선의 결정을 하지 못한 상황에도, 차선을 수용하거나 낮은 비용으로 다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결정이다. 타입 2 결정의 경우에는 "최선의 결정"보다 "빠르게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타트업에서 만드는 제품은 대부분 타입 2 결정에 가깝다. 제품이 잘 안 되더라도 다른 제품이나 기능으로 도전하는 것이 리스크가 높지 않고, 그 리스크를 기본적으로 가정하고 만들어진 조직이기 때문이다.


위의 두 구루의 말씀에 따르면 "시장을 어차피 정확히 알 수 없고, 되돌리거나 다시 하면 되니 그냥 빨리 하세요."라는 말이다.


제품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일을 작고 빠르게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제품 성장의 수혜를 직접적으로 받지 못하는 구성원들에게도 이것이 좋을까? 오늘은 그 글에 대해서 써보려고 한다.


빨리 일하면 더 빨리 배운다.


본인이 빨리 성장하고 싶다면 더 빨리 일하는 것이 유리하다.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하면서 느낀 깨달음과 의문, 노하우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잊힌다. 일이 느려지면, 다음에 똑같은 일을 했을 때 다시 처음부터 문맥을 쌓아 올려야 한다. 일을 빠르게 하면 문맥이 날아가기 전에 다시 한번 복기할 수 있다. 깨달음은 확신이 되고, 의문에 대해서도 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노하우도 잊히지 않고 계속 발전한다.  


학창 시절을 돌이켜 보자. 수학의 정석을 한 달에 하루 공부한다면 어떻게 될까? 1단원만 계속 다시 보게 될 것이다. 한 달 후에 책을 펴보면 저번 달에 공부했던 것을 다 까먹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진도를 빼고 싶으면 공부를 더 자주, 되도록 매일 해야 한다. 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아닐까? 경험이 쌓여 지식이 되고 지식이 지혜가 되기 위해서는, 그 경험이 반복되는 사이클이 인간의 망각의 범주 안에 놓여 있어야 하고, 최대한 자주 반복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빨리 일하는 사람은 '매일 공부하는 범생이가 수학의 정석 진도를 빼듯이' 일 잘하는 법에 대한 진도를 남들보다 더 빨리 뺄 수 있을 것이다.



빨리 일하면 더 몰입하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가장 몰입도가 떨어질 때가 언제인가? 전개가 느릴 때이다. 게임을 할 때 언제 가장 흥미가 떨어질까? 레벨이 오르지 않을 때이다. 대학교 때 들었던 교육심리학 강의에서 교수님은 말하셨다. "게임이 재미있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피드백이 즉각적이고, 피드백이 항상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이 말에 따르면 게임의 재미를 구성하는 요소 두 가지 중 하나가 "빠른 결과"인 것이다. 인간은 무언가가 빨리 진행될 때, 내가 한 일에 대한 결과가 즉각적일 때 심리적으로 더 흥미를 느끼게 되어있는 생물이다.


반대로 아무리 재미있는 일도, 일이 느려지고 누군가가 일을 지체시킨다면 흥미가 떨어진다. 시즌 1,2만 보다가 관둔 미드가 다들 하나씩 있지 않은가? 잘 생각해보면 스토리가 빠르고 긴박하게 진행되지 않아서 그런 경우가 종종 있었을 것이다. 운동도 그렇다. 테니스나 클라이밍, 헬스 등을 할 때 사람들은 무언가 빠르게 늘지 않을 때 흥미를 잃게 된다. 이것을 "슬럼프"라 부르기도 한다.


바꿔 말하면, 일을 충분히 빠르게 진행된다면 사람들은 "게임과 같은 흥미와 몰입"을 느낄 수 있고, 일이 느리게 진행된다면 "슬럼프를 겪은 것과 같은 의욕 저하"를 느낄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말이다. (애초에 일에서 재미 자체를 찾을 생각이 없는 사람은 예외이다.)


빨리 일하면 팀워크가 좋아진다.


어떤 사람과의 친밀도를 표현할 때 흔히 "얼마나 자주 보는지"로 말하고는 한다. 자주 볼수록 그 사람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이해도가 높아지면 친밀도가 높아진다.


 한편으로 친밀도를 표현할  "얼마나 밑바닥까지 보았냐" 논하곤 한다. 우린 "진짜        사이야." 소꿉친구들에게 흔히 통용되는 말이다. 어떤 사람의 다양한 면을  깊이 있게 알게 되면,  사람에 대한 정보의 완결성이 높아져서 예측 가능하게 된다. 예측가능하게 된다는 것은  친밀하게 느끼게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친밀도높아지면 뭐가 좋을까? 친밀도가 높아지면 소통 비용이 낮아진다.  " 그거 좋은 생각이야 여섯 시에 볼까 그럼?" 대신 "ㅇㅇ"   있다. '일적인 친밀도'  마찬가지이다.  사람과 자주 일하고, 일하는 과정에서의  사람의 다양한 모습을 보게 된다면 일적인 친밀도가 높아지고 의사소통 비용이 낮아진다. 그리고 이것은 일을 함에 있어서 효율성을 크게 증대한다.


빨리 일하면 이 두 가지를 다 적절히 만족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기본적으로 빠르게 일하니 더 자주 일하게 된다. 일 년에 기능을 12번 릴리즈 하는 개발자와 일 년에 기능을 3번 릴리즈 하는 개발자 중 어떤 사람이 더 자주 디자이너와 토론과 소통을 하게 될까? 전자일 것이다. 자주 일하면 더 자주 협업하게 되므로 일적인 친밀도가 높아진다.

 또한 빠르게 일하면 서로의 다양한 측면과 다른 의견을 알게 된다. 그저 하하호호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보자 하는 식으로 넘어갈 수가 없게 된다. 모두를 만족해서는 빠르게 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하지 말자." "이것은 제외하자."라는 이야기가 오가게 되고 그러면 서로 생각이 다른 부분이 부딪히게 되어 그것을 조율하며 서로에 대해 이해도가 높아진다.


빠르게 일하면 즉 자연스럽게 일적인 친밀도가 높아지고, 이는 의사소통 비용을 낮출 수 있다.



빨리 일하면 좋은 동료를 찾아낼 수 있다.


만약 당신이 나중에 창업이나 사내 프로젝트를 할 생각으로 훌륭한 동료를 찾고 싶다면? 빠르게 일해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빨리 일하려고 하다 보면 선택과 집중을 잘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가 드러난다. 똑똑해 보이던 사람일지라도, 무엇도 포기하지 못하다가 몇 배 씩 느리게 일하기도 하며, 그만큼 똑똑해 보이지 않고 어수룩해 보이더라도 중요한 것에 집중하여 남들보다 훨씬 빠르게 결과를 내는 사람도 있다.


 빨리 일하기 위해서는 직무 능력 뿐 아니라 의사소통 능력도 중요하다. 빨리 일하는 사람들은 결과를 위해 자기 생각과 조금 다를지라도 이를 포용하거나 타협을 할 줄 안다. 나만 알고 있어서 일을 느리게 하는 고인 지식이 무엇인지 공유하여 본인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더 빨리 일할 수 있게 한다.


이런 사실들을 종합해 보았을 때 한 사람이 독립적으로 똑똑해 보인다고 그 사람이 팀으로 빨리 결과를 내는 일을 잘할지 알 수 없다. 결과를 내는 것은 팀으로 하는 종합 스포츠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종합 스포츠에서 잘 할 선수를 알기 위해서는 해당 스포츠를 직접 해 보는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일을 빠르게 하면, 똑똑하게 말하지만 결과를 빠르게 못 내는 사람을 알 수 있다. 말은 어수룩하지만 누구보다 결과를 잘 내는 사람도 알 수 있다. 그래서 일을 빨리 하다보면 좋은 동료를 찾아낼 수 있다.



정리하며


빨리 일하는 것은 제품이 시장에 자리잡기 위해 중요하지만 구성원들의 성장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빠르게 일하는 것은 제품과 회사를 위해 구성원을 착취하는 방식이 아니며, 스타트업에서 구성원과 회사가 윈윈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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