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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해라 물만두 Oct 29. 2022

저마다의 삶 속에 저마다의 공부가 있습니다

<최재천의 공부> 독서노트

이 땅의 교육 문제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신나게 난도질을 했습니다. 저는 원래 요리를 못해 그냥 난도질한 기억밖에 없는데 안희경 작가가 어쩌면 이렇게 먹기 좋은 음식으로 정갈하게 차려놓았는지 감탄할 따름입니다. /22


공부의 뿌리

그렇지만 한 시간 안에 모든 해법을 찾아야 하는 긴박한 삶을 평생 살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정해진 시간 안에 반드시 뭘 해야 하는 경우가 그렇게 많은 건 아니잖아요. /142


공부의 시간

제가 대가들과 조금 깊이 이야기를 나눠본 경험이 있는데, 대가인데 이런 것도 모르나 싶을 만큼 그분들에게도 구멍이 있어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의 양이 있다고 봅니다. 그분들도 꼭 완벽하지는 않다는 제 나름의 확신이 있어요. /181
다른 걸 하다가 예전 걸 얼핏 보면 안 보이던 것이 보일 때가 많습니다. /182
다양하게 배우면서 쌓아가고 조금은 어설프게 흔들거리다 보면, 어느 순간에 관심이 가는 분야를 찾습니다. 그럴 때 저는 심도 있게 들어가도록 도움을 줍니다. 언젠가는 전반적으로 이해를 높이는, 쓸 만한 학습 성취 구조를 이룰 수 있다고 기대하는데요, 더는 교육을 그렇게 하고 싶어요. /184
외나무다리를 비틀비틀 아슬아슬하게 건너가는 사람을 응원해주면 좋겠습니다. 마음을 졸이며 바라보더라도 '어! 저 녀석 보게. 결국엔 건너갔내!'라고 말하는 뿌듯한 경험을 나누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면 안 돼' '균형을 잡아야 해' '실수하면 안 돼'라는 말만 하고, 외나무다리를 건너가도록 도와주지도 못하면서 준비만 잔뜩 시키는 그런 교육을 이제는 그만해야죠. /189
1, 2차에서 술을 마시면 그날 저녁은 일을 못 하죠. 다음 날까지 숙취가 이어지니 또 일을 제대로 못 합니다. /208
다 하고 책상에 앉으면 어김없이 오후 9시였습니다. 어느덧 이제는 저녁에 집 밖으로 나가도 되지만 나가지 않습니다. 제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니까요. /209
저는 제가 기획해서 혼자 있습니다. 그 시간을 즐긴다기보다 가장 중요한 삶의 순간으로 받아들이고 일에 집중해요. /215
5일 후에 제출할 리포트를 기어코 그 시간에 해야 했느냐고요. 너무도 당당하게 강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답하더군요. /222
미리 끝내고 틈날 때마다 리포트를 다시 들여다보며 조금씩 고친다고 하더군요. 그러면 질이 좋아질 뿐 아니라 돌발 변수가 생겨도 대처할 시간이 있다고요. /224


공부의 양분

우리 같은 사람이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때 제가 말했죠. "네가 맨날 나한테 'You never know until you try'라고 말했잖아. 내가 트라이하겠다는데 뭐가 문제냐."라고요. /264
독서는 일입니다. 빡세게 하는 겁니다. 읽어도 되고 안 읽어도 되는 책을 그늘에 가서 편안하게 보는 건 시간 낭비이고 눈만 나빠져요. /318
영어를 배워서 하는 사람이니까 영어를 못해서 그런 것처럼 슬쩍 묻어갔고요. 또 누가 그렇게 말해주면서 주변에서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생기니까 그때부터는 막 저지르게 됐습니다. /340

내가 미술을 시작할 때 딱 이랬다. 남들보다 미술을 한참 늦게 시작했다 보니 그림 실력이 떨어지는 것이 당연했다. 나 스스로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오히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었다. 대학에 가고 나서도 완벽한 결과물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 없이, 되는 대로 사람들한테 보여주면서 피드백을 받았다. 그래서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었다. 또 나보다 그림을 오래 그린 동생들이 나보다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이 당연했다 보니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똑같이 대해야 한다는 생각도 그 때 생겼다. 
실수하면 사과하면 된다는 생각, 그리고 실수를 실수로 받아준 환경을 경험하면서 떨림을 극복할 수 있었죠. 저도 제 연구실에서, 또 국립생태원장으로 일하던 시절에도 실수한 사람을 탓하지 않았습니다. '실수한 사람을 꾸짖지 않는다'라는 철학을 마음에 새기고 살아요. 제 경영 십계명 중 하나입니다. /343
자연에서는 꼴찌만 아니면 삽니다. /368


공부의 성장

최재천 교수의 수업을 듣고 D학점 받은 학생을 뽑아야지, 최재천 교수의 수업을 듣다가 빠져나가서 다른 말랑말랑한 수업에서 A학점 받은 학생을 뽑으면 그 학생이 회사를 위해서 공헌하겠느냐고 물었습니다. /396
저는 아직 천장이 어딘지도 모릅니다. 지붕 없는 세계에서 살아요. 그래서 비는 많이 맞는데 아직 하늘이 얼마나 높은 줄 모릅니다. /422
대학생들이라면 양상이 달라집니다. 지금 그 또래의 전형적 생활 방식은 현명하지 못해요.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은 책상에 앉아 꼼짝하지 않고, 조금 움직이는 학생을 PC방에 가서 게임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움직여야만 강의를 들으러 갈 수 있는 교정을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469


공부의 변화

'요즘 젊은이들의 문해력이 떨어졌어'라고 이야기하는 대다수는 기성세대인데요. 과거의 눈으로 내린 평가라고 봅니다. 요즘은 정보의 파편을 모아서 하나의 상으로 완성할 수 있는데, 예전에는 책처럼 잘 짜인 완성본을 읽어야 제대로 봤다고 여겼잖아요. 
지금 인터넷을 뒤지는 젊은 세대는 스스로 편집합니다. 기성세대는 명저 한 권을 붙들고 흡수했죠. 젊은 세대는 스스로 여러 정보를 검색해 나름대로 취사선택하고, '뭐 이래?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니야?'라고 판단도 하면서 그 화면은 닫고 다음 걸 읽죠. 자기가 편집을 합니다. 저는 그 방식이 결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486
그 이유를 몇 차례 오자미 순번이 지나가면서 알게 됐어요. 아이들은 그냥 옆에 있는 아이가 말하는 답을 듣고 '3'을 더해 답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제야 '아! 곱셈의 기본은 더하기구나!' 깜짝 놀랐습니다. /510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서울대학교에서 댄서 한 명을 뽑으면, 그 친구가 다른 아이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줄 뿐 아니라 그 자신도 뭐가 될 거라고요. /547
대학을 안 가고 혼자 배워 스타트업을 하는 친구들도 있고요. 그 인구가 점점 많아지면 주도권이 바뀔 가능성이 크지요. 이미 그런 일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576
등록금을 나라가 내고 기업이 내고 독지가가 내면 왼다. 학생을 돈을 안 내고 대학에 다녀야 한다. 그러나 대학 등록금이 지금보다 더 비싸지기를, 나는 원한다. 왜냐면 대한민국의 대학은 구조상 등록금으로 많은 걸 해결하기 때문에, 여러분이 등록금을 깎는 것이 아니라 대학에 들어오는 돈을 늘리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593

기부 입학 제도를 만드는 것이 옳을까? 기부를 통해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기회가 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복지재단이 해주면 되는 일이 아닌가? 재단을 만드는 것은 순수하게 선한 의도에서인데, 기부 입학은 개인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기능도 있다. 한 명의 천사로에게 의지하는 것 보다는 그보다 덜 선할 지라도 여러 명의 인간이 선행을 베푸는 것이 낫다.


공부의 활력 

집단 지성을 이루고 창의성을 끌어내려면, 리더는 어금니가 아프도록 입을 다물어야 합니다. /613
먼저 말을 시작하게 주도권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제가 주도권을 가지면 아이는 묻는 질문에 답만 하지만, 아이가 주도권을 가지면 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해서인지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술술술 붑니다. '아! 요 녀석이 요즘 이것 때문에 그렇구나.' 감이 오죠. 하지만 참는 게 참 힘들어요. /617
공부를 제대로 한다면, 공부할수록 사는 품이 넓어질 것 같습니다. /636
진정으로 공부한다면, 그런 선입견으로 상대를 바라볼 수 없어요. 그 자리에서 상대를 바라보면 각자가 뿜어내는 가치가 보입니다. 현대 사회가 추구해야 하는 다양성의 가치도, 바로 그곳에서 시작됩니다. 네, 저마다의 삶 속에 저마다의 공부가 있습니다. /641
다행히, 알면 바른 선택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나를 알면 나의 욕망이 보이고 고통이 어디서 오는지 선명해지고 그 고리를 조금이라도 끊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목소리가 잠기는 이유가 위산 역류 때문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 두근거리던 겁부터 잦아들 듯이요. /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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