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입에 쏙 넣을 수 있거든
나는 김밥이랑 초밥이 좋다. 먹을 때 간편하기 때문이다. 보통 요리를 먹을 때는 왠지 입으로 저작운동을 하고 있을 때에도 손이 쉬지 않고 움직이게 된다. 다음에 먹을 한 숟가락을 준비하는 것이다. 덮밥을 먹는다고 한다면, 입으로 오물오물 씹고 있을 동안 숟가락 위에 밥을 올리고 고기를 올린다. 그 외에 무순이나 오이 같은 부재료가 있으면 그것도 잘 간추려서 올린다. 따라서 밥을 먹는 것은 나름의 멀티태스킹이다. 한 입을 다 먹고 나면 숟가락 위에 대기하고 있는 바로 다음 한 입을 먹는다. 따라서 입 안이 쉬지 않는다. 턱 근육을 움직이랴, 맛 느끼랴, 숟가락에 음식 정리하랴 바쁘다.
또 숟가락 위에서 음식이 기다리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빨리 씹게 된달까? 마치 횡단보도를 건널 때 우회전 차가 기다리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서둘러서 길을 건너게 되는 것과 같다. 그럴 필요는 없지만 서두르게 된다는 거지. 그리고 숟가락 위에 얹은 음식은 그리 단단하지 않아서 숟가락의 수평을 을 잘 맞추고 있지 않으면 쓰러질 것이기에, 이 긴장상태에서 서둘러 벗어나고 싶어서라도 빨리 입 안의 내용물을 비워버리고 숟가락 위에 기다리고 있는 다음 순서를 입장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김밥이나 초밥은 숟가락에 음식을 정리할 필요가 없다. 음식이 한 입에 먹기 좋은 크기로 만들어져 나오기 때문이다. 다음 일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없으니 조급하지 않다. 숟가락 위에 위태롭게 밥알을 쌓아놓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느긋하게 입 안의 음식을 모두 씹고 나서 다음 동작을 해도 충분하다. 멀티태스킹을 하지 않아도 되어 머릿속이 비워지는 것도 있고, 물리적으로 밥을 천천히 먹게끔 유도되는 면도 있어 결론적으로 여유로운 식사를 하는 기분이다.
큐레이터가 되고 싶은 미대생. 매일의 일상에서 영감을 모아서 10분씩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