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휴가
아이의 캠프는 두 달 전에 예정되었다.
갑자기 남편의 장기출장도 연달아 계획되었다.
일정이 겹쳐서 남편이 걱정했다.
캠프 픽업 장소가 멀어서.
걱정하지 마 그런 건 내가 알아서 하지.
늘 그랬듯 내가 알아서 한다고 하고
마음속으로는 그 운전을 어떻게 해야 하나 염려하며 시간이 흘렀다.
그의 출장을 준비하느라 (혹한기이니 이것저것 살 것이 있었다)
아이의 캠프에 대한 준비물은 한층 더 세심해야 했기에
일상을 살아가느라 분주했다.
갑자기 카톡.
‘다음 주 수요일에 뭐 해?’
나에게 생기는 온전한 4일의 휴가에 대한 실감이 난다.
“엄마로 살아온 지 10여 년이 지나니
온전한 내 시간에 대한 감이 없다. “
라고 쓰고 육아 후 내 삶을 돌아보니
자유시간을 가졌었던 기억이 있다.
엄마들끼리 여행도 다녀봤고
혼자 여행을 다녀온 적도 있다.
아이가 유아였을 때 휴일에 남편이 육아를 도맡아준 적도 있다.
아이가 어렸던 그 시절엔
당장의 해방만으로 기뻤다.
9시에 외출해서 6시까지 자유!
결혼하지 않았던 그 시절처럼
내가 좋아하는 옷을 입고 나가는 것 만으로 벅찼다.
그 모래알 같은 날들의 이유가
아마도 누군가의 결혼식, 장례식, 혹은 오랜만의 귀국 등등
뭔가 타이틀 있는 외출이었고 그래서 명분이 있었다.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신데렐라처럼 00시가 땡 하면 들어가야 하지만
핸드폰 알람은 계속 언제 오냐 재촉하지만
그래도 그 순간만으로 즐거웠다.
바깥공기를 콧구녕에 온전히 혼자 느낄 수 있는 잠깐의 순간들이.
그런데 이번 휴가는 예전의 그것과는 다르다.
언제 들어오느냐는 재촉을 받지 않는다.
통으로 4일.
누구를 특별히 만나야 하는 목적이 있는 시간도 아니다.
나 혼자 4일.
그래. 나는 혼자 있는 시간에 대한 감을 잃은 것이 맞다.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것이 즐거울지
막연하고 망막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어떤 것일까?
강추위 때문에 아름다운 내 4일을
방구석 넷플릭스와 함께하고 싶지는 않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