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포지교, 자격을 묻다!

역사 이야기

by 오세일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관포지교는 두 사람의 사적인 이야기를 배경으로 합니다. 그러나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뒷이야기가 있습니다.


기원전 770년, 포사의 화를 입고 서융을 피해 낙읍으로 천도한 주나라는 종주국으로서의 힘을 잃고 상징적인 왕으로만 존재하게 됩니다. 주나라에 의해 유지되던 질서가 무너지자 수많은 제후국은 춘추시대라는 약육강식의 혼란기로 내몰립니다.


중국의 동쪽에서 작은 패권을 행사하던 제나라의 군위에 제양공이 있습니다. 제양공의 정치가 혼탁하자 관이오와 포숙아는 각각 제양공의 이복동생인 규와 소백을 데리고 외가의 나라로 망명합니다. 제양공이 암살당하자 군위를 놓고 규와 소백이 경쟁합니다. 이 과정에서 관이오가 쏜 화살이 소백의 허리띠를 맞춥니다.


기원전 685년, 최후의 승자는 포숙아가 지원한 소백이 되고 군위에 올라 제환공이 됩니다. 제환공은 재상의 자리에 포숙아를 임명합니다. 그러나 포숙아는 자신의 한계, 옳고 그름이 명확한 자신의 성향이 정치에 맞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군위를 이을만한 인재를 선택하고, 군위에 오를 수 있도록 돕고, 군위에 오른 군주가 선정을 펼 수 있도록 경계하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한정합니다. 대신 포숙아는 제나라의 미래를 관이오에게 맡기려 합니다. 먼저 죽을 위기에 처한 관이오를 구한 뒤 자신의 뜻을 밝힙니다. 관이오가 거절하며 죽음으로 절개를 지키겠다는 뜻을 밝힙니다. “이미 규를 모셨는데 다시 제환공을 모신다면 세상이 나를 비웃을 거요.”


포숙아가 말합니다.

“큰일을 하는 자는 사소한 일에 신경 쓰지 않으며, 큰 공을 세우는 자는 사사로운 절개 때문에 목숨을 버리지 않소. 한낱 필부의 절개와 공을 이루어 천하에 이름을 높이는 것이 어찌 같을 수 있겠소.”


포숙아는 제환공에게 관이오를 천거합니다. 제환공이 발끈합니다. “살을 씹어도 시원치 않을 놈을?” 포숙아가 말합니다. “신하된 자가 자기 주군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관이오가 주공께 활을 쏜 건 모시는 주인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이제 주공께서 관이오를 등용하시면 그는 주공을 위해 천하를 쏠 것입니다.”


관이오로부터 국가경영에 대한 포부를 들은 제환공은 만족하여 그를 재상으로 등용하고 관중이라 부르게 합니다. 관중은 제환공에게 다섯 명의 신하를 추천하는데 포숙아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관중은 자신에게 주어진 절대권력을 남용하지 않고 오직 국가를 위해 헌신합니다. 일생을 통해 흔들림 없는 믿음과 만인지상의 자리를 자신에게 넘겨준 포숙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제나라를 춘추 최고의 국가로 만드는 일일 뿐, 다른 어떤 것도 있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관중은 포숙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제나라를 춘추 첫 번째 패권 국가로 만듭니다.


세월이 흘러 관중에게 병이 찾아옵니다. 병석의 관중을 찾은 제환공은 후임으로 포숙아를 임명해도 될지를 묻습니다. 관중이 대답합니다. “포숙아는 군자입니다. 선악을 대하는 태도가 지나치게 분명해 그 밑에선 아무도 견딜 수 없습니다. 그런 이유로 포숙아는 정치를 할 수 없습니다.” 이 대화를 엿들은 역아라는 간신이 포숙아에게 고자질하자 포숙아가 웃으며 대답합니다. “관중은 오직 나라에 충성할 뿐, 친구라는 사사로운 관계 때문에 나랏일을 그르칠 사람이 아니오.”


제나라의 패권은 관중이라는 뛰어난 재상, '疑人勿用 用人勿疑'의 정점을 보여준 제환공, 무엇보다 자신의 한계를 냉철하게 인식한 포숙아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한 번쯤이라도 생각해 봤을까요? 자신의 역량이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적합한지, 단지 권력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아닌지, 일시적 지지율에 부화뇌동하는 건 아닌지. 부족한 자질로 대통령이 되면 결국 국민이 고통스럽지요. 공직선거에 정책은 사라지고 오직 인기투표로 전락해 버린 요즘 세태엔 더더욱 후보 스스로의 자기검증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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