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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일 Mar 10. 2024

로드 넘버 원

사람 이야기

로드 넘버원


들어는 봤는가 몰라

그대,

긴 하루 지나고

습관처럼 스며들던 이 거리가

한때 로드 넘버 원이었다는 것을

지금에야,

값싼 술자리와

뜻 같지 않던 삶의 한탄과

빛 잃은 기억들로 정체된

쇠락한 거리가 되었지만

유려했던 그 시절엔

속살 드러낸 여인의 홍등가와

밤새워 질퍽이던 클럽과

하루를 배설할 모텔이

곳곳에 둥지 틀던 곳

주지와 육림이 넘치던 거리에

짧은 밤이 지고 나면 겹겹이 쌓이던 만리장성

남겨진 추억은 어느 영화처럼

바람과 함께 사라지고

속절없이 흘러버린 세월만 남아     


이 거리의 순댓국집

경배하듯 술잔 드는 

등굽은 저 사내에게도 로드 넘버원이 있었지

움켜쥐면 

손안에 가득할 것 같던 기회의 순간들

반복된 실패에도 기대는 끈질겨

초라한 말년을 딛고

새로운 희망을 술잔에 담아 펼친다    

 

그 시절,

취한 사내의 꿈은

어느 거리를 거닐고 있을까?

저 사내의 낡고 야무진 꿈이

손 안에 잡힐 때면

이 거리도 다시

로드 넘버 원이 되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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