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이야기
나를 오인한 대가
알파스피나스테롤이라는 긴 이름의 통증이
당신의 소화관을 관통하면
살갑던 초봄의 식탐은 경련이 됩니다.
날 닮은 도라지가 내 탓일까요?
미세먼지 사그라진 밤이면
북쪽 하늘 지나온 별자리 똑똑 떼어 내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
당신들의 고향 북아메리카는
어느 하늘 그리던 마을이었는지 묻습니다.
볕 좋은 곳 어디든 뿌리 내려
식솔 거두고 사는 곳이 고향이지요.
가난이 밀어낸 도시 끝자락 폐자재 사이
달방 같은 안식처에 있습니다.
검붉은 가을 익으면
머루송이 닮은 내 자식들 똑똑 떼어 내
손끝 아리도록 염료 만들며
멀리 서남아시아의 겨울을 꿈꿉니다.
예멘의 모래바람 사이로
신기루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는 섬
삶과 죽음의 경계를 따라 제주도가 있습니다.
예멘의 상처와 무관한 이곳에서
유토피아를 꿈꿀 리가요.
특성이 독성이 되고, 낯섦은 범죄가 되는
이방인의 통증이 깊어가는 밤이면
사나의 핏빛 역사 똑똑 떼어 내
제주의 하늘 아래 펼칩니다.
쪽빛 바다 위로 불어오는 모래바람에
위태롭게 지켜야 할 식솔이 있어
차이가 만든 동의어 차별을
가슴 깊이 아프게 새깁니다.
오! 필승 코리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