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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일 Jul 11. 2024

미국자리공

사람 이야기

나를 오인한 대가

알파스피나스테롤이라는 긴 이름의 통증이

당신의 소화관을 관통하면

살갑던 초봄의 식탐은 경련이 됩니다.

     

날 닮은 도라지가 내 탓일까요?


미세먼지 사그라진 밤이면

북쪽 하늘 지나온 별자리 똑똑 떼어 내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

당신들의 고향 북아메리카는

어느 하늘 그리던 마을이었는지 묻습니다.

볕 좋은 곳 어디든 뿌리 내려

식솔 거두고 사는 곳이 고향이지요.

가난이 밀어낸 도시 끝자락 폐자재 사이

달방 같은 안식처에 있습니다.

검붉은 가을 익으면

머루송이 닮은 내 자식들 똑똑 떼어 내

손끝 아리도록 염료 만들며

멀리 서남아시아의 겨울을 꿈꿉니다.     


예멘의 모래바람 사이로

신기루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는 섬

삶과 죽음의 경계를 따라 제주도가 있습니다.

예멘의 상처와 무관한 이곳에서

유토피아를 꿈꿀 리가요.

     

특성이 독성이 되고, 낯섦은 범죄가 되는

이방인의 통증이 깊어가는 밤이면

사나의 핏빛 역사 똑똑 떼어 내

제주의 하늘 아래 펼칩니다.

쪽빛 바다 위로 불어오는 모래바람에

위태롭게 지켜야 할 식솔이 있어

차이가 만든 동의어 차별을

가슴 깊이 아프게 새깁니다.     


오! 필승 코리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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