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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일 Nov 12. 2024

고난과 고난과 고난 그리고 희망의 땅, 오나라

역사 이야기

오자서 - 2


왕이 진을 태자로, 비무극을 태사로 임명합니다. 비무극이 왕에게 오사의 아들인 오상과 오원을 불러 한꺼번에 죽이라 합니다. 오상과 오원은 모두 뛰어난 인재입니다. 왕이 오사에게 두 아들을 불러들이는 편지를 쓰게 합니다. 오사는 편지를 쓰면서 오상은 오고 오원은 오지 않을 것이라 말합니다. 편지를 받은 오상이 오원에게 말합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우리가 가야 부친이 산다는 데도 가지 않으면 불효이고, 부친의 억울한 죽음을 복수하지 않는다면 이 또한 불효이다. 나는 아버지와 함께 죽을 테니 너는 달아나 원수를 갚아라.” 오원이 바로 복수의 화신이자 의지의 중국인 오자서입니다.     


오자서가 더 이상 가족을 돌볼 수 없는 현실을 아내에게 말하며 안타까워합니다. “부친과 형님의 억울한 죽음만으로도 감당할 수 없을 고통을 겪고 있을 텐데 어느 여가에 가족을 돌본단 말입니까?” 그리고는 자신의 존재가 남편의 복수에 방해가 될까 염려돼 목매어 자살합니다. 부친과 형과 아내를 동시에 잃은 오자서가 달아납니다. 왕이 오사와 오상을 죽이고 오자서를 잡기 위해 추격군을 보냅니다. 이어 초상화를 전국에 뿌려 거액의 포상금을 걸고 수배합니다. “오원이 달아났으니 이제 초나라 임금과 신하는 편히 잘 수 없게 되었구나!” 오사의 마지막 말이었다고 합니다.     


오자서가 도주 중에 사신으로 다녀오던 형제 같은 절친 신포서와 마주칩니다. 오자서가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하고는 반드시 초평왕과 비무극의 살을 씹어 원한을 갚겠다고 다짐합니다. 신포서가 말합니다. “그대에게 원수를 갚으라면 반역이 되고 갚지 말라면 불효가 되니 어찌할지 모르겠소. 그대의 뜻에 따라 행동하시오. 오늘 그대를 본 사실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소. 다만 그대가 칼을 들어 초나라를 위태롭게 한다면, 나는 방패를 들어 초나라를 구원하려 노력할 것이오.”     


송나라로 간 오자서가 건을 만납니다. 송나라의 힘을 빌려 복수하려 했으나 송나라 또한 내분으로 인해 오사서를 도울 형편이 아닙니다. 두 사람은 정나라로 갑니다. 당시 정은 진(晉)을 섬겨 초와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오자서의 명망을 듣고 있던 정정공이 환대합니다. 정정공이 진(晉)의 도움을 받으라 조언하고 건이 진나라로 갑니다. 진나라도 초를 칠 뜻이 있습니다. 진은 건을 이용해 먼저 정을 없애고 초를 치려합니다. 진은 건에게 정으로 돌아가 내부에서 호응하라 제안합니다. 건이 초로 돌아갈 욕심에 진의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건이 오자서에게 진의 제안을 설명하자 오자서는 자신들을 환대한 정을 배신하면 신의에 어긋난다며 반대합니다. 건이 듣지 않고 사람을 모으다 계획이 들통나 죽습니다. 다급해진 오자서는 건의 아들 승을 데리고 오나라를 향해 도망칩니다. 이제는 초뿐만 아니라 정나라도 오자서를 잡으려 합니다. 오로 가기 위해서는 초나라를 통과해야 합니다.     


천신만고 끝에 초나라에서 오나라로 들어가는 관문에 도착합니다. 국경을 통과하는 과정에 대한 몇 가지 버전이 있습니다. 사기에 기록된 내용입니다. 오자서가 장강에 도착했으나 추격군은 다가오고 건널 배가 없습니다. 오자서가 포기하고 칼을 빼 자살하려 합니다. 이때 한 늙은 어부가 나타나 오자서를 태워 장강을 건넙니다. 오자서가 백금의 값어치는 나갈 거라며 장검으로 사은하려 합니다. 노인이 말합니다. “당신이 오자서라는 것을 알고 있소. 당신 목에는 수만금과 벼슬이 걸려 있소. 내게 욕심이 있다면 그 칼이 문제겠소. 그냥 가시오. 당신이 위급할 때 그 칼이 필요할 것이오.”     


(오자서 아내에 대한 이야기는 사기에 나와 있지 않습니다. 극적 효과를 위해 훗날 더해진 이야기일 수도 있고, 어쩌면 연좌제가 있던 시절이니 같이 도망갈 수 없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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