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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자객, 전제와 요이

역사 이야기

by 오세일

오자서 - 4


오나라의 부흥 군주인 수몽은 현명했던 넷째 아들 계찰에게 왕위를 전할 뜻이 있으나 계찰의 고사로 장자인 제번에게 왕위를 전합니다. 제번은 선왕의 뜻을 이루기 위해 계찰에게 왕위가 전하길 기대하며 아들 공자 광 대신 동생 여제에게 왕위를 전합니다. 여제도 죽으며 왕위를 동생 여말에게 전합니다. 여말이 죽고 계찰의 차례가 되지만 계찰의 고사로 여말의 아들 요가 왕위에 올라 오왕 요가 됩니다.


수몽의 장손이자 제번의 장자인 공자 광은 계찰이 왕위에 오르지 않는다면 사촌 동생인 요가 아니라 자신이 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광은 오왕 요를 죽이고 왕이 될 뜻이 있습니다. 오자서가 오나라에서 사귄 전제라는 사람을 광에게 소개합니다. 마침 오나라가 초평왕의 초상을 틈타 초나라를 공격하려다 역공을 받아 퇴로가 차단당합니다. 오의 핵심 전력이 초에 묶이자 광이 이 틈을 노립니다. 광이 왕을 초대하고 전제가 왕을 죽입니다. 광이 왕위에 올라 오왕 합려가 됩니다.


초나라에는 백극완이라는 명장이 있습니다. 백극완의 명성이 높아지자 비무극이 시기해 간계를 꾸며 죽이고 아들 백비는 오나라로 달아납니다. 백성들이 비무극을 저주합니다. 초평왕이 죽자 분노한 백성들이 비무극을 죽이고 그의 일족을 도살합니다. 관상이 좋지 않다며 주변 사람들이 만류했지만, 오자서는 비무극으로부터 핍박받은 백비를 거둡니다. 이것이 동병상련의 고사입니다.


오왕 요의 아들인 공자 경기는 초와 오의 국경에 머물며 아비의 원수를 갚고 빼앗긴 왕좌를 되찾으려 합니다. 오자서가 천민 출신인 요이라는 사람을 천거합니다. 요이는 왕이 자신의 오른팔을 자르고 처자식을 죽이면 그것을 명분으로 경기에게 접근하겠다며 고육책을 제안합니다. 합려가 차마 수용하지 못하고 망설이자 요이가 말합니다. “집안을 돌보느라 임금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충성이라 할 수 없습니다. 신이 충절의 이름을 후세에 남길 수만 있다면 온 집안이 죽더라도 영광입니다.” 합려가 죄를 만들어 요이의 오른팔을 자르고 처자를 가둡니다. 요이가 탈출해 경기에게로 달아나고 합려는 요이의 처자를 불에 태워 죽입니다. 경기가 요이를 중용했고, 요이가 경기를 죽입니다.


전제와 요이는 춘추시대의 유명한 협객입니다. 오자서가 천거했고 오왕 합려를 위한 비수가 됩니다. 결국 이들이 오왕 요 부자를 암살함으로써 합려는 왕좌를 차지하고 오나라를 안정시킬 수 있습니다. 어떤 이유든 비수가 된 자객은 스스로를 죽여야 했기 때문에 훗날 칭송의 대상이 됩니다. 사마천도 협객의 충절을 높이 사 사기에 자객열전을 따로 기술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요이가 원했던 것처럼 충절로 그의 이름을 전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팔을 자르고 처자식을 불에 태워 죽이면서까지 얻으려 했던 충절의 이름 대신 어리석은 협객의 전형으로 기억할 뿐입니다.


권력에 대한 맹종도 명예롭지 못한 이름을 후대에 전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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