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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 만력제와 청 강희제

역사 이야기

by 오세일

1572년, 채 아홉 살이 되기 전에 제위에 올라 48년 동안 권좌를 지킨 명나라 13대 황제 만력제가 있습니다. 셋째로 태어났지만, 형들이 병으로 죽어 황제가 되는 행운을 얻습니다. 어린 나이로 제위에 오른 탓에 황제의 엄한 스승이었던 장거정이 재상이 되어 섭정합니다. 장거정은 개혁을 실시해 당대를 명나라의 번영기로 이끕니다.


1582년 정치에 관심을 보이던 황제는 장거정이 사망하고 친정을 시작하면서 돌변합니다. 다양한 주장이 있지만, 황제에게 장거정은 존경의 대상이면서도 억압의 상징이었나 봅니다. 장거정을 부관참시하고 일족을 핍박합니다. 이후 황제는 30여 년 동안 직무를 보지 않습니다. 궁궐 깊이 칩거하며 공사를 벌이고 보물 감상을 즐겼으며 주색을 밝혀 정력에 좋은 것이라면 무엇이든 먹었다고 합니다. 또한 성격마저 포악해 환관과 궁녀를 수시로 죽이기도 합니다.


만력제로 인해 쇠퇴기에 들어선 명나라는 만력제가 죽고 24년 더 존속하다 결국 청나라에 의해 멸망합니다.

1661년, 채 일곱 살이 되기 전에 제위에 올라 무려 62년 동안 황위를 지킨 청나라 4대 황제 강희제가 있습니다. 중국 역사상 유일하게 대제로 불릴 만큼 독보적인 존재입니다. 문무를 겸비했고 지식욕이 강해 끝없이 공부했으며 무엇보다 검소했습니다.


어린 황제를 대신해 오보이를 포함한 네 명의 신하가 대리통치하는 것으로 제위를 시작합니다. 13세에 황제의 친정이 시작되지만, 권력을 장악하고 방자했던 오보이로 인해 어려움을 겪습니다. 15세에 황제는 오보이를 제거하고 실권을 장악합니다. 1673년 중국 남부를 다스리던 한족 출신 세 왕이 일으킨 삼번의난으로 위기를 맞지만, 황제는 탁월한 군사적 재능을 발휘해 삼번의 난을 제압하고 실질적으로 중국 전체에 대한 통치권을 확보합니다.


극동으로 진출하려는 러시아 세력을 축출하고 타이완과 외몽골, 티벳을 병합해 영토를 확장합니다. 그러면서도 황제는 드물게 인권에 대한 개념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오보이를 숙정하고서도 그 가족은 존속시켰고 죄수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사형수일지라도 명분이 있으면 감형시키려 노력했다고 합니다.


군주가 태만하면 관리가 부패해지고 그 화는 백성들에게 돌아갑니다. 백성들이 깨어 있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여담이지만, 만력제에겐 미덕도 있습니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의 명나라 황제가 바로 만력제입니다. 물론 자국의 안위를 위해서였지만, 아무 일도 하지 않던 황제가 유독 조선에 대한 지원은 아끼지 않습니다. 병력을 파견했을 뿐만 아니라 식량을 지원해 대기근의 참사를 막아줍니다. 조선에 대한 참전과 지원이 만력제가 한 유일한 통치행위였다고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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