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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일 Dec 23. 2022

아들의 등용을 철회 요청한 여인

역사 이야기

기원전 260년, 전국칠웅의 하나인 조나라 효성왕 앞에 한 여인이 부복합니다. 왕이 여인의 아들을 대장군에 임명하자 여인이 철회를 요청합니다. 왕이 거절하자 여인은 아들로 인해 화를 당하더라도 어미인 자신에겐 책임을 묻지 말라고 다시 요청합니다. 여인은 왕의 승낙을 받고서야 물러납니다.


한나라 영토인 상당은 교통 요충지로 진(秦)나라가 한나라에 할양을 요구합니다. 약소국 한은 초강국 진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합니다. 상당 접수를 위해 왕흘이 이끄는 진군이 다가오자 상당태수는 진 대신 조에 상당을 넘깁니다. 고민 끝에 상당을 접수하기로 한 조나라는 염파를 파견해 장평에서 왕흘과 대치합니다. 장평은 진나라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 시간을 끌면 병참 문제로 철수하리라 판단한 백전노장 염파는 보루를 높이 쌓아 수비에 집중합니다.


전황이 조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었지만 조왕의 조급증은 염파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집니다. 이를 간파한 진이 소문을 조작합니다. “염파가 뇌물을 받고 전쟁을 지연시킨다.” “진이 무서워하는 장수는 오직 조괄뿐이다.” 이어 진은 당대 최고 명장인 백기로 장수를 교체합니다. 조왕은 몇몇 신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실전경험이 없는 조괄로 당대 최고의 명장 중 한 명인 염파를 대신합니다.


조나라의 젊은 피 조괄은 명장 조사의 아들입니다. 어려서부터 병법을 배워 군대에 관한 논쟁에서는 그를 당할 자가 없습니다. 조사마저도 조괄을 당하지 못합니다. 생전의 조사가 아내에게 말합니다. “전쟁터는 사람이 죽고 사는 곳인데, 괄은 너무 쉽게 말하오. 괄을 장수로 삼으면 조군은 무너질 것이오.”


백기와 조괄이 장평에서 마주합니다. 백기에게 농락당한 45만 조군은 포위당하고 조괄은 전사합니다. 장수 잃은 조군이 굶주림을 견디지 못해 항복합니다. 백기는 어린 병사 240명만 살려 보내고 40여만 조군을 생매장합니다.


장평대전의 패배로 그나마 진의 동진을 견제하던 조는 급격히 몰락하고, 40년이 지나지 않아 진이 중국을 통일합니다. 승자 백기의 최후도 순탄하지 않습니다. 진소양왕과의 갈등이 있었고 결국 왕이 보낸 검으로 자결합니다. 마지막 순간, 자신의 최후가 수많은 생명을 죽인 인과응보라 자책하면서.


대한민국까지는 아니어도 보수정당의 말 잘하는 젊은 피 한 분이 있습니다. 보수당원과 보수당을 지지하는 국민이 파격적인 선택을 합니다. 그러나 파격은 거기까지였습니다. 몇 차례 의미 있는 선택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기성정치와 차별화하지 못했습니다. 안티페미니즘으로 20대 남자들의 지지를 얻어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지만, 20대 여자들의 이탈을 만들어 세대 내 남녀 갈등이 투표로 표출되는 초유의 현상까지 벌어졌습니다. 세대포위론이라는 자극적 용어 선택도 거슬렸고 갈등을 정치도구화하는 구태의연함도 국민의 정치혐오를 키웠습니다. 토사구팽일 수도 있고 충분히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큰 정치를 위해 자신을 되돌아볼 성찰의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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