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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세일 Dec 23. 2022

오기(傲氣)의 오기

역사 이야기

전국시대 위나라에 한 장수가 있습니다. 그는 장수로서의 특권을 버리고 병사들과 고락을 같이하며 병사들의 신뢰를 얻습니다. 어느 날 한 병사가 종기로 고생하자 장수는 입으로 고름을 빨아 치료합니다. 소식을 들은 병사의 어머니가 통곡합니다. “장군께서 그 아비의 종기를 빨아주었기에 몸 사리지 않고 싸우다 죽고 말았다. 이제 아들의 종기도 빨아주었으니 결국 죽고 말겠구나!”


‘목적을 갖고 선행한다.’는 의미인 연저지인(吮疽之仁)의 유래가 되는 고사입니다. 전국시대의 시작을 자신의 시대로 만든 위문후가 등용한 오기 이야기입니다. 오자병법의 저자이며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한 병법가입니다. 손자병법에 밀려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오히려 근래에 들어 전략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답니다. 위나라 출신인 오기는 자신을 조롱하던 30여 명을 죽이고 노나라로 달아났다고 사기는 기록합니다. 노에서 병법을 공부한 뒤 노의 관리가 됩니다. 제나라가 노를 침공하자 노의 군주는 오기를 기용하고 싶지만 오기의 부인이 제나라 출신이라 망설입니다. 오기는 아내의 목을 베고 장군이 돼 제와의 전쟁에서 크게 승리합니다.


노의 군주가 오기의 과거 행적을 문제 삼습니다. 능력은 있지만 가까이 두기엔 꺼림칙한 오기를 배척합니다. 위나라로 가 위문후에게 등용된 오기는 진(秦)나라와의 접경에 배치돼 수많은 전공을 세웁니다. 연저지인의 고사는 이때 생겨납니다. 그러나 위문후를 이어 군위에 오른 위무후에게 배척된 오기는 초나라로 가 초도왕에게 등용돼 재상이 됩니다. 개혁정책을 실시해 초나라의 위력을 떨치고 영토를 확장하지만, 초도왕이 죽자 오기의 개혁으로 권력을 잃은 특권세력이 난을 일으킵니다.


기원전 381년, 살아온 인생만큼이나 오기의 최후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난을 피해 달아난 곳은 초도왕의 시신이 있는 곳입니다. 오기는 최후의 순간 기지를 발휘해 자신을 죽인 자들에게 복수합니다. 폭도들이 오기를 죽이는 과정에서 초도왕의 시신을 훼손합니다. 초도왕을 이어 왕위에 오른 초숙왕은 법에 따라 선왕의 시신을 훼손한 70여 명과 그 일족을 주멸합니다.


76차례의 큰 전투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는 오기, 뛰어난 재능과 눈부신 성과에도 불구하고 삶이 바르지 않았기에 부정적인 이름을 후세에 전합니다. 뛰어남과 바름이 한 인간의 내면에 공존하기가 쉽지 않은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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