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악연이 되다!

역사 이야기

by 오세일

기원전 758년, 위(衛)나라 군위에 위장공이 오릅니다. 위장공에겐 동복에서 태어난 완과 진, 그리고 다른 여인에게서 태어난 주우라는 아들이 있습니다. 주우는 포악한 성격에 무예를 좋아합니다. 위장공이 애첩의 소생인 주우를 편애했기 때문에 그의 방종은 도를 넘습니다. 상대부 석작이 주우를 벌해 미래에 발생할지도 모를 재앙을 미연에 방지하자고 간하나 위장공이 듣지 않습니다. 석작에게는 석후라는 아들이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 아들이 주우와 어울려 문제를 일으키고 다닙니다. 석작은 석후를 매질해 감금하나 도망친 석후는 주우와 숙식을 같이하니 석작도 더 이상 어쩌지 못합니다.


기원전 734년, 위장공이 죽고 세자 완이 군위에 올라 위환공이 됩니다. 위환공 16년, 주나라에 상이 나자 위환공은 조문을 위해 주로 가야 합니다. 주우가 위환공을 위한 환송연을 열고 서형인 군주를 죽입니다. 주우는 위환공이 급살병으로 죽었다고 공표하고 군위에 오릅니다. 석작은 병을 핑계로 물러나고 석후는 상대부가 됩니다. 그러나 백성들은 주우가 위환공을 죽이고 군위에 올랐다며 따르지 않습니다. 주우는 국면전환을 목적으로 전쟁을 일으킵니다. 별다른 전투 없이 승전했다며 귀국하지만, 백성들이 속지 않습니다. 민심 수습이 절실했던 주우는 석후를 시켜 백성의 신망이 두터운 석작에게 조언을 구하게 합니다. 석작은 주왕실에 입조해 군주로서 인정을 받으라고 조언합니다. 또한 주에 입조하기 위해 주왕실과 친분이 깊은 진(陳)환공에게 주선을 요청하라는 조언도 잊지 않습니다. 주우와 석후는 석작의 조언을 받아들여 진환공을 만나기 위해 진나라로 떠납니다.


석작은 평소 친분이 깊었던 진의 대부 자침에게 혈서를 써서 보냅니다. 주우와 석후가 반역한 사실과 그들을 벌해 후대에 경계로 삼기를 원한다는 내용입니다. 혈서를 읽은 진환공은 주우와 석후가 오자 잡아 가두고 석후가 석작의 아들이라 차마 죽이지 못하고 위나라에 사람을 보내 석작의 뜻을 묻습니다. 석작은 대신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주우와 석후를 어찌 처리할 것인지를 묻습니다. 주우는 죽이고 석후는 가벼운 벌로 처리하자고 대신들이 제안합니다. 그러나 석작은 단호합니다.


“석후를 죽이지 않고서 어찌 정의를 운운할 수 있겠는가?”


기원전 509년, 로마시민은 폭군이었던 7대 왕 타르퀴니우스를 추방합니다. 왕정을 폐지하고 막 공화정을 실시한 로마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납니다. 일군의 젊은이들이 추방당한 왕을 불러들여 왕정으로의 복귀를 획책합니다. 임기 일 년의 초대 집정관인 브루투스의 두 아들이 모의에 가담합니다. 음모는 사전에 발각되고 관련자들은 재판에 넘겨집니다. 국법에 따르면 사형에 해당하는 죄였으나 브루투스를 의식한 재판정의 분위기는 추방령을 내리자는 쪽으로 흘러갑니다. 이때 브루투스가 커다란 목소리로 두 아들에게 스스로를 구명하도록 요구합니다. 그러나 너무도 명백한 증거 앞에 입을 열지 못합니다. 브루투스는 똑같은 요구를 두 번 더 외치고 나서도 자신의 두 아들이 여전히 입을 열지 못하자 재판정을 향해 외칩니다.


“남은 것은 그대들의 몫이오.”


두 아들에 대한 형이 집행됩니다. 심한 매질로 두 사람이 쓰러지고 차례로 목이 잘리며 반역에 대한 치죄가 마무리됩니다. 브루투스는 두 아들의 참혹한 최후를 표정 하나 흩트리지 않고 지켜보았다고 합니다. 법 앞에 냉엄했던 부루투스에게도 찬사가 쏟아지지만 석작이 받은 것처럼 절대적이지는 않습니다. 당시 로마인들은 브루투스의 감정이 인간이 아니라 신이거나 동물이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심을 누르고 법을 집행한 브루투스에게는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지만, 자식의 죽음을 표정의 변화 없이 지켜본 비인간성에 대한 비난도 잊지 않습니다. 막 시작하긴 했지만, 공화정을 선택한 로마인과 군주에 대한 충성이 절대가치인 춘추인의 차이겠지요.


기원전에 일어난 두 이야기가 오늘날까지 전해져 회자되는 건, 자식 앞에 냉철하기가 어렵기 때문이겠지요. 공직자라고 다르지 않겠지만 공직자이기에 달라야 합니다. 자식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는 두 아비가 있습니다. 한 아비에겐 그나마 동정이 가네요. 머리 큰 자식 맘대로 되지 않고, 부자지연을 끊을 수도 없고. 물론 그가 했다는 “자식에게 문제 있는 공직자는 공직자 자격이 없다.”는 발언은 결자해지했으면 좋겠습니다. 한 아비는 ‘내로남불’계에서 신의 경지를 보여주네요. 그들의 공정은 항상 그랬지요. 국민에게 극도의 분노와 좌절을 주고도 자신이 무얼 잘못한 지조차 모르네요. 남에겐 항상 가혹한 잣대를 들이댔으니 자신이 저지른 불공정도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겠지요. 그 끝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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