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치질에 걸렸다

출산보다 치질이 더 아프다는 아내를 위해 내가 했던 일

by 오섭

“애 낳는 건 참겠는데, 똥 싸는 건 못 참겠어.”


갑자기 아내가 웃으며 던진 말이었다.


그 말 뒤에 감춰진 고통을

그땐 몰랐다.



며칠이 지나고 아내는 점점 말이 없어졌다.

앉는 걸 피하고

식탁 대신 소파에 무릎 꿇고 밥을 먹었다.

산후 치질이었다.



병원에 다녀오고

연고를 바르고

좌욕을 하루 두 번씩 했다.



하지만 따뜻한 물을 받는 것도 일이었고

아이 보랴 몸 챙기랴

결국 좌욕기는 베란다로 밀려났다.



쿠션을 깔아봤다.

진동 온열방석이라는 것도 써봤다.

그것도 며칠이었다.



“앉는 게 제일 싫어…”

툭 내뱉은 말이 마음에 걸렸다.


아프다는 표현도 잘 못 하던 사람이

이젠 아무 말도 안 한다.

찾다 찾다, 정말 별걸 다 찾아봤다.



좌욕 대신 가능한 거 없을까.

연고보다 간편한 건 없나.

밤새 검색하다가 처음 본 단어,

치질담요


처음엔 웃겼다. 근데 솔직히

이걸 내가 찾아냈다는 사실이

아내에게 좀 멋있어 보이고 싶었다.



효과 없으면 환불이라기에

큰 기대 없이 주문했다.


담요는 조용했다.

그냥 깔고 앉으면 끝.

아무 냄새도 없고 아무 번거로움도 없었다.



첫날엔 “이거 꼭 써야 돼?” 하더니

3일째부터는 말도 없이 먼저 깔고 앉더라.


표정이 조금 풀렸고,

앉은 자세도 자연스러워졌다.



“그냥, 덜 아파.”

그 말이 전부였다.

치질에는 좌욕이 좋다고 한다.


연고도 필요하고

병원 진료도 중요하다.


그런데 내 아내에게

제일 오래 남은 건 따뜻한 담요였다.


아마… 그게 온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아무 말 없이 그걸 찾아서 건네준 내 마음 때문이었을까.


치질담요, 진짜 효과 있었냐고요?

음 잘 모르겠어요.

근데 그거 깔고 앉은 아내가

처음으로 웃었어요.


그거면 된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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