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이 없다.
열정이 없다.
예전엔 뭔가 해보겠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눈에 불을 켜고 다녔는데
지금은 커피 물 내리는 것도 귀찮다.
가슴속엔 열정이 없고, 그냥 열만 있다.
늘 잔잔하게, 은근하게, 미열이 있다.
해열을 하려면 분출을 해야 하는데,
예전엔 그 분출도 제법 잘했던 것 같다.
요즘은 그마저도 귀찮다.
분출보다 방전이 빠르다.
지금은 뭐 먹기도 싫다.
말도 안 되지, 나는 먹는 걸로 살아가는 사람인데.
내가 왜 이럴까.
집은 난리도 아니다.
내가 잠시 내려놓는 순간
집은 바로 난장판이 된다.
아이들 꼴은 또 난장판,
신랑은 신을 양말도 없다.
무기력해지기 싫어서
억지로 뭔가를 해보지만
금세 다시 힘이 빠진다.
분명 예전엔 뭔가 하고 싶었는데,
그것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책상 서랍 속일까,
냉동실에 얼려놓은 생선과 같이 있을까.
그렇다면 제발, 어서 해동이 되었으면 한다.
그때의 나는 참 좋았다.
날카롭고 빛나는 눈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의 내 눈은 냉동실 속 생선의 눈처럼
생기 없고, 그냥 눈만 떠 있는 것 같다.
그때의 눈은 세상을 다채롭고 흥미롭게 바라봤는데,
지금의 눈은 대체 무엇을, 어떻게 보고 있는 걸까.
너무 깊게 구멍을 파고 들어가진 않았으면 좋겠다.
그건 너무 힘드니까.
그냥 적당히 파다가, 다시 일어나기를.
아마도 그 열정이란 건
언제든 다시 꺼내 쓸 수 있는 ‘즉석밥’ 같은 게 아니라,
한 번 식으면 다시 데우기 어려운 ‘국물’ 같은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언젠가,
그 냉동실 속 생선의 눈에도
다시 빛이 들어올 날이 오겠지.
그날이 오면, 나는 다시 날아오를 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