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은 처음입니다만

나는 지금 자야 한다.

by 충청도 여장사람

하루는 왜 이렇게 짧은지 모르겠다.

그 옛날 학교를 다니던 시절엔

1교시, 1교시가 그렇게도 길게 느껴지더니

지금은 그 50분이라는 시간이

눈 한 번 깜빡이면 사라져 있다.


분명 어젯밤, 잠들기 전에는

내일은 이러이러한 일들을 해야지 하며

머릿속으로 꽤 성실한 계획을 세워두고 잤다.

아침에 눈을 뜨기 전,

침대에 누운 채로 다시 한번 그 계획을 더듬으며

나는 오늘의 나를 제법 믿었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 시계를 보면

이미 아이들 등원 시간이고,

다시 한번 시계를 보면 점심시간이 지나 있다.

그리고 또 한 번 시계를 보는 순간

아이들 하원 시간이다.

집은 아이들로 인해 다시 난리법석이 되고

나는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한 기분이 된다.


분명 아침에 눈을 뜰 때까지만 해도

오늘 하루는 꽤 길고,

꽉 차 있을 것 같았다.

계획도 있었고, 의지도 있었고,

의욕은 정말로 만땅이었다.


오늘만큼은 헛되이 시간을 쓰지 않겠다고,

나름 진지하게 다짐하며 시작한 하루였다.


그런데 이상하다.

설거지는 한 번도 끝난 적이 없고,

점심은 언제 먹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세탁물은 혼자서 번식이라도 하는지

어느새 산처럼 쌓여 있고,

시계는 내가 보지 않는 사이

단거리 달리기라도 하듯

혼자 앞서 나가 있다.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은데

몸은 분명히 피곤하고,

하루를 통째로 잃은 적은 없는데

내 몫으로 남은 시간은 늘 없었다.


하루는 짧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는 시간만

유난히 짧다.


그러나 나는

내 하루를 ‘나로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을 얻겠다고

밤샘으로 바꿔버리지는 않기로 한다.


그렇게 하면

그다음 날의 나는 없을 것이므로.


나는 지금 잔다.

내일의 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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