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은 처음입니다만

꾸준함에 대해서

by 충청도 여장사람

내가 가진 수많은 단점 중 가장 큰 단점은, 꾸준히 뭘 못한다는 것이다.

무엇이든 금방 달아올라 저질렀다가, 금방 다시 시들어버린다.

이게 내 문제다.


그래서 수많은 다이어트가 그렇게 끝이 났고,

SNS 속 깔끔한 집을 꿈꾸며 사놓은 정리함들은 여전히 팬트리 속에 잠자고 있다.

책장 속엔 읽다 만 책들이 누워 있고,

‘올해는 꼭 일기를 써야지’ 하며 사놓은 수첩들도 그대로다.

가계부, 노트, 다짐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흩어진 나의 살림살이 속에서

매일같이 나의 단점이 모습을 드러낸다.


왜 나는 시작은 잘하면서 끝을 맺지 못할까.

그렇게 설계된 인간은 아닐 텐데 말이다.

문제를 찾기 위해 생각해 보지만,

그 생각마저 금방 끝내고 만다.


1월의 나는 늘 야심차다.

‘이번엔 다르다’며 계획을 세우고, 다짐을 적어둔다.

하지만 12월의 나는 늘 같다.

완료된 미션은 없고,

대신 ‘다음엔 진짜’라는 문장만 새로 써넣는다.


아이를 키우면서 이 단점은 더욱 도드라지는데

거의 예술의 경지에 이른다.

아이 학습습관 잡아주기 3일, 식습관교정 2일, 정리습관 잡아주기 하루 반나절.

살림 또한 마찬가지이다.

빨래는 매일 해도 산더미 이고 설거지는 해도 해도 끝이 없다. 매일 반복되는 집안일은 마치 내가 꾸준하게 뭔가를 하는 인간인 것처럼 보여주지만 그 착각은 오래가지 않는다 하루만지 나면 먼지와 함께 바로 들통이 나고 만다.


하루에 세 번은 다짐하고 네 번은 포기하지만 다음날엔 또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무언가를 시작한다.

꾸준하지 못하게 꾸준히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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