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의 반란인가
세탁기의 반란이다.
이건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다. 진짜로.
분명히 아침에 나는
“오늘은 세탁만 딱 돌리고 정리해야지.”
라는 아주 소박하고 평화로운 계획을 세웠다.
세탁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늘 그렇듯 묵묵하게 빨래를 삼켰다.
그래서 나는 속았다.
세탁기가 조용하다고 해서
세탁이 끝났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건 단지
폭풍 전의 고요였을 뿐이다.
잠시 후
세탁기는 갑자기 미친 듯이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덜컹.
쿵.
쿵쿵.
마치 드럼세탁기가 아니라
세탁기 안에 성난 멧돼지 한 마리가 들어간 것 같았다.
나는 한동안 문 앞에 서서
생각했다.
이건 단순한 탈수 문제가 아니다.
이건 세탁기의 반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