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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익명의 오소리 Feb 12. 2020

에세이를 읽고 쓰는 일에 관하여

정지우 작가님 북토크 및 글쓰기 강연 후기

(이 글을 기점으로, 올해부터 내가 참석하는 크고작은 강연들에서 들었던 내용들을 잘 기록해 두고자 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목적과 독자를 대상으로 한 글을 쓴다. 그 중 가장 좋아하는 것도 쓰고 싶은 것도 에세이이지만, 한편 '나(3n세, 대한민국 국적, 직장인, 미혼)'의 에세이를 과연 누가 읽는단 말인가? 에 대한 딜레마를 오랫동안 겪어오기도 했다. 그저 내가 쓰고 싶은 것을 쓸 뿐인데 과연 누가 읽을 것이며 어떻게 이 글이 누군가에게 도달할 것인가? 에 대답하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햇살의 포근한 온기를 명주솜 이불에 담아낸 마냥 따스한 문체로 '결혼하세요 아이도 낳으세요 그럼 당신의 일상도 조금은 행복해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하고 나지막히 속삭이는 듯한 정지우 작가님의 에세이를 매일같이 읽으면서 '나도 언젠가는 내 이야기를 마음껏 써내려갈 수 있을까? (근데 그럼 뭘 써야 하나)' 하는 동기부여와 함께 글쓰기에 대한 또다른 궁금증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나와 연이 없는 트레바리에서, 아직 읽지 못한 신작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의 저자인 정지우 작가님의 북토크와 글쓰기 강연이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종종 들르는 나의 크고 아름다운 방앗간 페이스북에 매일 꾸준히 글을 올리는 훌륭함을 본받고 싶은 마음에 매일같이 그분의 글에 좋아요만 누르던 차였는데, 이 참에 궁금한 것 다 물어봐야지 싶어서 씩씩하게 선 북토크 후 독서를 계획하며 모임에 다녀오게 되었다. 



글쓰기란 ___다


'글쓰기란 ___다'라는 몇 가지의 문장들을 통해 글쓰기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나누어 주셨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었지만 크게 분류하자면 독자와의 교감/소통, 나를 담아내는 방식, 그리고 글쓰기 기술 자체라는 3가지로 나뉠 수 있었다. 


1. 글쓰기는 적대에서 시작해서 사랑으로 끝난다

글감을 찾기 어렵다면? 내가 무엇에 반대하는지, 내가 무엇과 싸우고 있는지 그리고 내가 무엇을 사랑하는지에 대해 풀어내 보자. 


2. 글쓰기는 '시선'이라는 대지 위에 세우는 건축물이다.

일반적으로 글쓰기는 작가의 시선을 담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작가의 시선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글을 접하는 독자의 시선이다. 어떤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쓰는지 처음부터 정해놓고 쓰지 않으면 안 된다. 보통은 중학생 대상이라고 생각하고 쓰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라고 한다.


3. 글쓰기는 관계의 또다른 방식이다

백지 뒤에 독자 있다. 읽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4. 글쓰기는 대조로 먹고 산다

언어의 성립은 반대개념이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 모든 단어는 그 단어가 아닌 것을 통해 정의된다. (어릴 때 영어사전을 보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모르는 단어가 나와서 멘붕이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대조를 적절히 이용해 맛깔나게 풀어낸 글은 읽는 재미가 있다.


5. 글쓰기는 독자와의 소개팅과 같다

진실을 추구하되 글을 통해 이미지메이킹을 하고 원하는 자아상 및 이를 어필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6. 글쓰기는 디테일에 있다

'정확한 솔직함'을 통해 개인의 고유한 개성과 진정성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7. 글쓰기는 자기가 쓰는 모든 문장에 대한 이유를 아는 것이다

내가 어떤 의도로 다른 비슷한 단어를 놔 두고 굳이 이 단어를 사용했는지 알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8. 글쓰기는 전체와 부분이라는 분열적 상태를 항상 필요로 한다

글의 흐름에서 내가 지금 어디쯤에 와 있는가? 를 인지하며 글을 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 부분을 들으면서 많은 곡들이 A-A-B-A' 형식을 지니듯 글에서도 마지막에 초반의 이야기를 한번 더 짚어주면서 마무리하는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역시 숲과 나무를 동시에 볼 줄 알아야 한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글을 쓸 때의 나는,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많은 아이디어들을 일단 문장으로 만든 다음 그 문장들을 배치해서 말이 되게끔 나열을 하는 편이었다. 소설을 쓸 때도 첫 시작점과 인물의 설정만 정해둔 뒤 마음 가는 대로 쓰면서 숱한 자유로움을 느꼈었다. 하지만 제대로 배워서 쓴 것이 아니다 보니 이런 방식이 괜찮은가? 에 대한 나름의 고충이 있었다. 에세이를 쓰는 것에 대해서도 그랬다. 더없이 솔직한 글에서 고스란히 묻어나는 글쓴이의 사고방식과 성품은 감추려고 해도 절대 감추어지지 않음을 알기에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걱정도 질문도 많았다. 에세이를 쓰는 이유가 무엇이어야 하는지, 어떤 글이 좋은 글일지, 어떤 마음으로 글을 접해야 할지... 하지만 글쓰기의 목적, 글을 씀으로써 개인이 원하는 성과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결국 '누가 읽어도 괜찮고 나에게 좋은 글'을 쓰며, 나에게 좋은 글이란 소중한 시간을 기억하고 간직하기 위해서 마땅히 해야 하는 것, 그리고 글쓰기를 통해 마음이나 삶의 태도를 가다듬는다는 답변을 들었다. 글쓰기 또한 내용이 보여주는 결과물만큼이나 쓰는 이에게도 이로움을 주는 활동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전업 작가와의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나의 글쓰기 방식을 돌아보고, 좋은 방법과 사고방식을 배워올 수 있었기에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 이젠 정지우 작가님의 책을 읽을 차례다. 책을 읽고 내용과 생각을 다시 정리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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