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마를 타는 건, 마음에도 바른 길을 내는 일이었다.”
‘빗’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문득 어릴 적 풍경이 따라온다.
할머니는 늘 머리를 단정히 쪽지셨고,
그 머리 위에는 꼭 비녀가 꽂혀 있었다.
빗으로 곱게 머리를 가르신 후에야
그 비녀는 제자리를 찾았다.
어머니도 그랬다.
정성스레 머리를 나누고 빗어 올리던 그 모습이
지금도 선명하다.
할머니는 내가 열세 살 되던 해,
어머니는 열네 살 되던 해,
먼저 세상을 떠나셨다.
그러나 그들의 손끝에 담긴 정갈함의 의식은
시간을 건너 내 안에 남아 있다.
그분들은 단순히 머리를 빗은 게 아니었다.
하루를 가다듬고,
삶을 다시 시작하는 마음의 준비를 하셨던 것이다.
가르마를 탄다는 건
그저 머리카락을 나누는 행위가 아니다.
그건 어쩌면
흩어진 마음에 바른 길을 내는 일,
나를 바로 세우는 의식이었다.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우리는 더 단정한 무언가를 갈망한다.
머리를 빗는 일처럼,
마음도 하루 한 번쯤은 가지런히 빗어야 한다.
서두르지 않고,
엉킨 것을 조심히 풀고,
매무새를 다시 짓는 그 순간이야말로
삶이 조금은 고요해지는 시간이다.
나는 이제 알 것 같다.
그 옛날,
조용히 거울 앞에 앉아 머리를 빗으시던
할머니와 어머니의 모습은—
자신을 정돈하고,
세상 앞에 정직하게 서기 위한
가장 조용한 준비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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