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9일 용산 전쟁기념관 이병형홀에서 '민주정부 4기 평화경제체제와 실용외교 정책 제안'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동북아평화경제협회, 민주평화광장, '세상을 바꾸는 정책 2022'의 공동 주최로 오전 10시 반부터 오후 5시 반까지 열렸다.
나도 마지막 3세션(국익중심의 실용외교 비전)에서 '실용적 한일관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나'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했다.
이날 토론회는 코로나 오미크론의 기승으로 직접 참가는 50여명으로 제한한 채 <오마이TV>로 생중계하는 방식으로 열렸다.
이날 하이라이트는 개회식에 이어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민주평화포럼 공동대표, 세상을 바꾸는 정책 2022 공동대표)의 사회로 열린 원로 좌담회였다. 좌담회에는 이해찬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이사장과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이 참석했다. 세 사람은 모두 지금은 '통일'보다는 '평화'에 중점을 두는 한반도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미-중 관계, 남북관계 현실,북한 내부 사정, 남한의 국력 상승 등 지금의 국내외 정세를 감안할 때 '선평화-후통일'이 상식이고 현실이라는 것이다. 또 평화를 만들어 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경제라면서, 경제를 통해 남북 사이의 신뢰를 쌓고 이를 통해 미국 등 주변국을 설득해 한반도 평화를 이룩해 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실용외교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부분에 관해, 정세현 전 장관은 미국 중심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한반도 문제를 주도할 수 있는 외교를 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조직과 인물이 중요하다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 문정인 이사장은 무조건 실용외교만 강조하다 보면 중심 없이 우왕좌왕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원칙 있는 실용외교'를 주문했다. 이와 함께 대북정책에 관한 국내 합의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이해찬 이사장은 미국을 방문해 보면 전문가들의 남북현실에 관한 이해가 매우 낮다고 지적하며, 국익 관점에서 미국을 설득하고 협력을 끌어내는 노력을 더 열심히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정부 3기인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는 긍정과 아쉬움이 함께 나왔다. 이해찬 이사장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부터 9월 19일 평양 정상회담까지는 일을 잘 풀어왔으나, 하노이 정상회담 무산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으며 유엔 제재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교류와 사업이 있는데도 과감하게 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문 이사장은 2017년에는 서울의 주요 호텔에 전쟁 전문 외신기자들이 진을 칠 정도로 위기가 고조됐었다는 점을 지적한 뒤 문 정부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평화 분위기 조성을 주도한 것은 크게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큰 문제에만 집착한 나머지 '작은 성공'을 못 만든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신뢰는 거대 담론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작은 성공'에서 온다는 점을 깨달아야 하고, 대북 문제에 국민합의를 이루려는 노력이 부족했음을 지적했다.
좌담회 말미에는 이해찬, 문정인 이사장으로부터 '내가 접해본 김정은 위원장'을 듣는 순서도 있었는데, 이들은 모두 김 위원장이 내외 정세를 잘 파악하고 있고 판단이 빠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때 청중석에 있던 천해성 전 차관이 2차례의 특사단에 포함되어 김 위원장과 가장 오래 얘기를 나눈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사회자에게 깜짝 호명되어 단상에 올랐다. 천 전 차관도 김 위원장이 국제정세와 한반도 상황, 남북관계를 잘 파악하고 있었고, 북한이 처한 어려운 상황도 숙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좌담이 끝난 뒤인 오후부터는 이종석 전 장관의 기조발제(대전환 시대의 통일외교안보 구상), 2세션(한반도 평화경제체제의 수립)과 3세션(국익 중심의 실용외교 비전)이 오후 5시 반까지 이어졌다. 이 전 장관 이후 내용은 너무 길어 생략한다. 전체 내용이 궁금한 사람들은 유투브에 들어가 <오마이뉴스>의 '<생중계> 이해찬, 정세현, 문정인, 이종석, 민주정부 4기 한반도 평화경제체제와 실용외교 토론회'를 치면 볼 수 있다.
다만, 내가 발표한 '실용적 한일관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라는 글은 첨부해 놓으니 참고 바란다.
실용적 한일관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오태규/전 오사카총영사
<들어가는 말>
오사카총영사를 지내고 지금은 서울대 일본연구소 객원연구원으로 있는 오태규입니다.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한 사람으로서, 오늘 쟁쟁한 분들을 모시고 이 후보의 대일정책과 관련해 발표를 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오늘 발표 내용은 이 후보 또는 선거대책위원회 차원의 공식적인 주장이 아니라, 이제까지 나온 이 후보의 발언 등을 감안하면서 제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해본 사견이라는 점을 먼저 밝혀둡니다.
한일관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금의 한일관계가 “1965년 한일협정 이래 최악의 상황”이라는 말이 횡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 정도로 관계가 나쁘니까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절박한 문제의식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이런 상투적인 분석은 실상에도 맞지 않고 냉정하게 상황을 풀어나가는 데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제가 한일관계가 나쁘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정부 사이의 한일관계는 지금 아주 좋지 않습니다.
<한일관계 악화의 원인>
현재 한일관계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동원 노동자 문제입니다. 즉, 일본의 식민 지배를 둘러싼 역사인식의 차이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것이 다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풀리면 바로 한일관계가 장밋빛 탄탄대로를 달린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일 두 나라를 둘러싼 국제환경의 구조적인 변화가 과거와 다른 한일관계를 요구하고 있고, 이런 구조적 마찰 속에서 역사 갈등이 더욱 증폭되어 나타난 것이 지금의 한일관계의 현상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구조적인 요인은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냉전의 해체입니다. 냉전 때는 공산주의 세력과 자본주의 세력의 대결에서 이기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습니다. 한일의 역사인식의 차이도 이런 큰 대결 속에 묻히거나 억제돼왔습니다. 냉전 이후에는 진영의 논리보다 개별 국가의 이익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둘째, 한국 민주화의 진전입니다. 군사독재 정권 아래서는 시민들이 억울한 일이 있어도 제대로 말하거나 행동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민주화와 함께 억눌려 있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식민지 지배에서 피해를 봤던 사람들의 목소리도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셋째, 한국의 경제력이 커졌습니다. 한일의 GDP(국내총생산)가 1990년의 11.3배(2,830억 달러 대 31,970억 달러) 차이에서 2020년의 3.1배(16,310억 달러 대 50,490억 달러)차이로 축소됐습니다. 수교 당시인 1965년에는 약 30배(30억 달러 대 909억 달러) 차이였습니다. 심지어 국제통화기금(IMF) 발표에 따르면, 2018년에 구매력 기준으로 1인당 GDP에서 우리나라(43,001 달러)가 일본(42,725 달러)을 추월했고, 이후 이런 추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제력 차이 축소가 일본에 대한 자신감의 표출로 나타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 한국에 대한 견제와 질시가 커지면서 예전의 관용이 없어졌습니다. 넷째는 중국의 급부상과 북한정책에 대한 한일 양국의 시각 차이입니다. 메이지유신 이후 줄곧 동아시아의 최강국을 자부해온 일본은 2010년 중국에 세계 2위의 경제력 지위를 넘겨줬습니다. 이때부터 일본에서 중국에 대한 협력보다 견제의 움직임이 커졌습니다. 사회 전반의 우경화 흐름도 더욱 가속화되었습니다. 반면, 한국은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일 양국을 합친 것보다 큰 중국을 상대적으로 중시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또 남북 화해와 협력을 위해서도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큰 중국을 일본처럼 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습니다. 북한과 관련해서도 문재인 정권은 대화와 협력을 중시하는 정책을 추진한 데 반해, 일본은 대북 강경정책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이런 중국 및 북한을 둘러싼 동북아시아 전략 차이가 양국의 신뢰를 해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한일관계가 과거 30여 년 동안 급속하게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관계로 바뀌었습니다. 이것이 한일관계 악화의 큰 배경이 되고 있습니다. 과거사 인식 차이만이라든가 지도자의 성향에만 관계 악화의 원인을 찾는 것은 ‘격화소양(隔靴搔癢)’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악화한 한일관계를 타개해 나가는 데도, 한일 두 나라가 이런 구조변화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재명 후보의 실용적 대일정책>
이재명 후보는 8월 22일 김대중 대통령 사저에서 발표한 <대전환 시대의 실용주의적 통일외교>라는 제목의 연설과 11월 25일 열린 외신기자클럽 모두발언에서, 큰 틀의 대일정책의 기조를 밝혔습니다.
<대전환 시대의 실용주의적 통일외교>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과감하게 나서겠습니다.
대한민국의 신장된 위상과 국격에 부합하도록 한일관계를 재정립하고,
국익중심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구축해나가겠습니다.
일본과의 역사 문제, 영토주권 문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문제에는
단호히 대처하되 경제, 사회, 외교적 교류·협력은 적극 추진하는
투 트랙 전략을 견지해 나가겠습니다.
2021.8.22. 김대중 대통령 사저에서 발표
<외신기자클럽 초청토론회 모두발언>
한일관계 개선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습니다. 대한민국의 신장된 국격과 위상에 부합하도록 한일관계를 재정립하고 실용적인 접근을 통해서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구축해 나갈 것입니다.
한일관계 개선의 길은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과거를 직시하고 상호 이해와 신뢰에 기초한 관계를 발전시켜나가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부치 총리가 밝힌 식민지배에 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 그 기조를 일본이 지켜나간다면 얼마든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2021.11.25 외신기자클럽
두 연설문에 이 후보의 대일정책의 방향이 잘 압축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익중심의 실용주의’, ‘과거 반성 토대 위에서 미래지향 관계 구축’, ‘과거사와 기타 현안의 분리’가 열쇠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익중심과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은 한일관계의 구조적 변화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봅니다. 어느 나라건 외교의 목표가 국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보면, 여기서 국익중심보다는 ‘실용주의’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실용주의는 이념과 고정관념,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실질을 과감하게 추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이 후보는 외신기자클럽에서 대일외교에 실용주의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하는 물음에 역사 문제와 경제 등 기타 현안을 분리해 다루면 얼마든지 협력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역사 문제(위안부, 강제동원 노동자), 영토 주권 문제(독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 문제(후쿠시마 원전 수 방류 및 원전 사고 주변 농수산물 수입)에는 단호하게 대처하되, 그 밖의 문제(경제, 사회, 외교)에 대한 교류 협력은 적극 추진하겠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 발표문과 일맥상통하는 말입니다.
이 후보는 실용주의 대일외교에 안보협력도 포함될 것이냐는 물음에는 국가 간 협력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고 안보협력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일본의 과거사 반성과 상대방에 대한 위협의 해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후보의 대일정책을 요약하면, 한반도 주변의 구조 변화를 서로 잘 이해한 바탕 위에서 일본의 과거사 반성을 전제로 상생의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구축해나가자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과거사 반성이라는 전제조건이 있긴 하지만 정책의 방점이 과거보다는 미래에, 갈등보다는 협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양국의 미디어는 과거사를 비롯한 일부 문제에 관한 이 후보의 ‘단호한’ 발언만을 부각시키며 이 후보가 마치 ‘극단적인 대일 강경론자’인양 분칠하고 있습니다. 일부 현안에 대한 이 후보의 단호한 표현은 개인 성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 후보가 강조하는 ‘국민과 함께하는 외교’에서, 즉 한국 국민의 일반적 인식에 기초한 것이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의 발표가 실용주의자, 실용적 대일외교를 추구하는 이 후보의 모습이 더욱 부각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합니다.
<실용적 한일관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나>
저는 지금 단계에서, 현재 갈등의 초점인 역사인식 문제에 관해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고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개개 현안에 관해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얘기하는 것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조장할 수 있습니다. 양쪽이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기도 전에 공연한 논란만 불러일으키며 건설적인 해결 노력에 장애를 조성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구체적인 현안에 관한 해결방안을 찾는 데 소홀히 해도 되고,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 후보는 외신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어떤 대안을 만들 것일지 이 자리에서 확정할 수는 없지만 양국의 차이를 인정하고 협의한다면 충분히 대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대안도 충분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답변입니다.
지금은 양국이 서로 차이를 인정하고 실용적으로 접근할 토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이를 위해, 우선 한일 양국이 변화된 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상황의 변화는 위에서 말한 구조적인 변화입니다. 서로 상황인식을 공유하지 않은 채, 서로 접점 없는 주장을 해서는 실용적 관계를 구축하기 어렵습니다.
둘째, 양국의 지도자가 격의 없이 만나 신뢰를 쌓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정상 간 셔틀외교를 부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초기에 위안부 문제의 해결 없이는 일본의 총리를 만나지 않겠다는 강경 대일정책을 펼쳤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한일관계 악화만 불러왔습니다. 이런 잘못을 아베 신조 정권 때 일본이 그대로 되풀이했습니다. 이후의 정권도 답습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위안부와 강제동원 노동 사안과 관련해 “한국이 약속을 어겼다”, “한국이 국제법을 위반했다”면서 정상회담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사안에 모든 것을 걸어 양국관계 전체를 경색시키는 정책의 폐해는 이미 양국 국민이 충분히 경험한 바 있습니다. 일부 현안에 관해 의견이 다르더라도 정상부터 만나 대화를 해야 하고, 이런 속에서 해결의 분위기도 만들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 일본의 자세는 납치 문제라는 최대의 현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건 없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용의가 있다”는 자세와도 모순되는 것입니다.
셋째, 정부 차원에서 다방면으로 확대된 갈등을 2019년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 이전의 상태로 하루빨리 돌릴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이 2019년 7월 취한 무역보복 조치는 한일 역사 갈등을 경제와 안보 분야까지 확산시켰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역사는 역사, 그 외의 현안은 현안이라는 절제된 관계가 유지되었습니다. 일본은 무역보복 조치를 철회하고 한국은 한일군사정보협정(GISOMIA)의 계속 유지를 확약함으로써, 갈등 확산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 대화와 협력의 출발점을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넷째, 역사 갈등은 억제·관리하면서 풀어가면서, 그 외의 다방면의 교류는 적극적으로 활성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른바 투 트랙 접근입니다. 오사카총영사 3년을 하면서 제가 현장에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한일교류의 폭과 깊이가 과거 몇 십 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고 깊어졌다는 것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양국관계가 정치적으로 냉각되면 모든 분야의 교류가 동시에 얼어붙는 것이 공식처럼 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의 관계’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일 사이의 문화 교류는 영향을 받지 않고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특히, 과거 역사에 대한 채무, 채권 의식이 없는 양국의 젊은이들이 이런 교류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현상을 ‘정랭민온(政冷民溫)’ 또는 ‘정랭민열(政冷民熱)’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또 이런 분위기를 헤치지 않고 살려나가는 것이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중일 국교정상화 때 덩샤오핑이 말한 “분쟁은 보류하고, 해결을 후세에 넘기자”는 ‘덩샤오핑 방식’, 제 표현으로는 “갈등의 분자를 고정한 채 협력의 분모를 키움으로써 갈등을 완화하자”는 ‘분수식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섯째, 한일 두 나라가 모두 상대를 포용하는 ‘쌍방 포용정책’을 펴야 한다고 봅니다. 두 나라는 지리적인 근접성은 차치하고라도 가치와 제도, 생활방식을 많이 공유하고 있습니다. 경제, 안보, 감염증, 생활, 미래 건설 등 수많은 분야에서 상호협력을 통해 서로 큰 이익을 거둘 수 있는 동반자입니다. 서로 포용할 때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상대입니다.
나라와 나라의 관계에는 상대가 있으므로 한 나라가 일방적인 조치를 취한다고 해서 일이 잘 풀릴 수 없습니다. 손바닥도 맞부딪혀야 소리가 납니다. 이 후보는 일본과 손바닥을 맞부딪칠 준비와 자세가 되어 있음을 밝혔습니다. 여기에 일본이 적극 호응하기를 기대합니다. 서로 필요한 상대, 서로 귀중한 동반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다름을 인정하고 같음을 추구하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자세로 나아갈 때 새 시대에 맞는 상생의 실용적 한일관계가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