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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태규 Oct 01. 2021

'기시다 압승'이 의미하는 세 가지

일본 자민당 총재선거(2021.09.29)

9월 29일 실시된 제27대 일본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기시다 후미오 전 정조회장이 예상을 깨고 압승했다. 이로써 기시다 총재는 10월 4일 소집되는 임시국회에서 결정하는 제100대 총리를 예약해놨다.

애초 기시다 전 정조회장을 포함해 고노 다로 행정개혁상,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 노다 세이코 간사장대리 4명이 출마한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고노 후보의 우세가 예상됐다. 고노 후보는 총재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가장 바람직한 총재(총리) 후보 1등을 놓치지 않았다. 그것도 전부 2위와 압도적인 차이였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는 이런 여론과  전혀 상반됐다. 

 따라서 기시다 압승의 가장 큰 의미는, 자민당의 당심과 일반국민의 민심 사이 괴리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11월 중으로 예상되는 총선거에서 자민당이 고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두번째 의미는 자민당의 주류 세력인 아베-아소 연합(AA연합)이 아직도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2년 아베 신조 총리의 탄생으로 시작된 아베-아소 연합은 이번 총재선거까지 이김으로써, 무적 연합임을 과시했다. 정치공학의 시각에서 이번 선거를 분석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살펴 보면, 아소-아베 연합은 국민여론에서 앞서는 고노 후보가 1차에서 승리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다카이치 후보와 노다 후보를 내세웠다고 한다. 후보가 압축되면 1차에서 끝날 가능성이 크므로 다파전을 만들어 2차 결선투표까지 가도록 한 뒤, 의원표가 절대적인 영향을 발휘하는 2차전에서 자신들이 미는 후보를 당선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결과를 보면, 이들의 계산은 너무 잘 맞아떨어진 셈이 됐다. 

세번째 의미는 한일관계의 어려움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기시다 후보와 고노 후보 중 누가 당선된다 해도 한일관계가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지만, 그래도 둘 중에 누가 더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유리한가 꼽으라면 고노 쪽이라고 할 수 있었다. 기시다 후보는 국수주의적인 역사수정주의를 강하게 추진하는 아베-아소 연합이 미는 후보인데다, 그가 2015년 '불가역적 해결'을 담은 한일위안부 합의의 당사자다. 이런 배경 때문에 아베 노선에서 탈피하기가 쉽지 않다. 반면, 고노 후보는 2019년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해 남관표 대사와 만난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극히 무례"라는 발언을 하는 등, '비호감 인물'이긴 하지만 반 아베-아소 진영의 후보라는 점에서 이전의 대외노선에서 기시다 후보보다 자유로운 위치에 있었다. 다만 기시다 당선자는 전통적으로 주변국에 우호적인 외교를 해온 고치카이파의 대표라는 점에서, 일부에선 아베-아소 연합과 같은 주변국 외면 외교로 일관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본 정국은 이제 총선 국면으로 빠르게 넘어갈 것이다. 10월 21일이 중의원 임기 만료이고, 공직선거법상 11월 28일까지 총선거를 치러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자민당 총재로 뽑힌 기시다 후보는 '선거를 이끌 얼굴'로 약하다는 것이, 자민당 안팎의 중론이었다. 그래서 입헌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내심 국민에 인기가 높은 고노 후보보다 기시다 후보가 총재가 된 데 대해 쾌재를 부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야당의 힘이 정권 교체를 이룰 만큼 크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앞으로 열릴 총선의 관점 포인트는, 정권교체 여부보다는 자민당 의석이 얼마나 줄어들 것인가가 될 것이다. 총선에서 의석을 많이 잃으면 잃을수록 자민당을 비롯한 일본 정치도 변화의 폭이 커질 것이다. 한국은 일본 정치의 작은 변화에 단기적으로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기보다는 총선 결과까지 포함해 일본 정치의 큰 변동을 차분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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