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프로TV, 대선국면서 돌풍
크리스마스가 낀 지난 주말, 인터넷 공간에서 가장 뜨거운 화제는 '삼프로TV'였다. 또 인터넷 발 화제가 시간이 지나면서 입 소문과 함께 오프라인까지 퍼지면서, 가히 '삼프로TV 돌풍'이라고 할 만한 현상이 일고 있다.
증권전문 유투브방송인 삼프로TV가 12월 25일,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각각 초청해 경제 문제에 관해 인터뷰를 한 프로그램을 동시에 내보냈다. 마침 윤 후보가 이 후보와 같은 자리에 나와 토론하는 것을 꺼려하고 있는 터여서, 양 후보의 경제정책을 간접 비교해 볼 수 있는 삼프로TV의 기획은 예고 단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경제 문제에 대한 두 후보의 인식 차이, 실력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났다. 경제라는 한 주제만 가지고 1시간 30분 정도 묻고 대답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각자 가지고 있는 밑천이 드러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여기에 당파성이 없이 깊이 있는 지식에 기반해 차분하게 프로그램을 이끌고 가는 세 명의 진행이 두 후보를 차분하게 비교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이런 프로그램을 공중파TV나 삼프로TV보다 자본력이 큰 전통매체의 자매 방송에서 하지 못한 것이 전통 미디어로서는 가장 아픈 대목일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 상에는 유연성이 부족하고 독자들에게 뭔가 가르치려는 태도에 익숙한 전통 미디어로서는 도저히 기획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관훈클럽의 관훈토론을 비롯한 각종 언론단체가 주최하는 토론회도 질문하는 기자들이 과도하게 플레이어 노릇을 하려고 하기 때문에 매력을 잃었다는 지적도 눈에 많이 띄었다. 파당성과 하향식 소통, 가르치기에 익숙한 전통미디어가 이번 삼프로TV의 돌풍을 보면서 무엇보다 크게 반성해야 할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삼프로TV와 같은 토론방송을 기획하지도 못한 것이 전통 미디어의 첫 번째 굴욕이라면, 이 프로그램의 여파를 뒤따라가며 보도할 수밖에 없는 궁색한 처지에 몰린 것은 전통 미디어의 두 번째 굴욕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 미디어들은 주로 두 가지 측면에서 이 프로그램의 여파를 보도하는 것 같다. 하나는 두 후보의 토론방송 중 어느 후보 편이 더 조회 수가 높은가 하는 양에 치중한 보도다. '이 후보 000만, 윤 후보 000만'이라는 식인데, 가장 안이하고 자극적인 보도가 아닌가 한다. 전체적으로 이 후보가 윤 후보보다 몇 십만 조회가 높지만, 이것이 곧바로 지지의 척도라고 볼 수는 없다. 냉정한 독자라면 또 아직 지지를 정하지 못하고 있는 중도성향의 유권자라면, 두 후보의 토론 방송을 함께 보면서 비교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두 사람의 방송을 모두 본 사람의 반응이 훨씬 중요하다.
물론 지지를 과시하기 위해 자기가 좋아하는 후보의 조회수를 늘리려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것은 수십 만 이상을 넘으면 큰 의미가 없다. 조회수로 비교하는 보도가 많이 나오는 것을 의식한 듯 국민의힘 쪽에서는 "동원된 숫자여서 의미가 없다"는 식의 얘기를 하는데, 구두 신고 발바닥을 긁는 식의 해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양이 아니라 댓글에서 드러나고 있는 정성평가일 것이다. 댓글란에 두 방송을 모두 보고 비교하는 글이 많지만 이것을 꼼꼼하게 분석해 전하는 기사는 거의 없다. 내가 굳이 이 자리에서 그 내용이 어떠한 것인지 일일히 전하지는 않겠지만, 두 방송을 다 보지 않고는 남길 수 없는 평가 글이 수두룩하다. 궁금한 분들은 직접 유투브 방송을 찾아 들어가 댓글란을 보기를 권한다.
또 한 가지는, 확인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받아쓰는 보도'다. 예를 들어, 국민의힘에서 이 후보의 '작전주를 통한 주가조작'에 개입했다는 주장을 하자 많은 미디어가 이런 주장을 그대로 전했다. 이런 보도는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상대 후보를 흠집 내려는 한쪽의 작전에 기자가 동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선 등 선거 국면이 되면 정당 사이에 상대 후보를 흠집 내려는 각종 근거 없는 주장이 난무하게 되어 있다. 언론은 이들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차분하게 확인한 뒤 보도를 하는 것이 정도다. 두 토론 방송을 다 시청한 처지에서 볼 때 '작전주 가담' 운운은 가당치 않은 데마고구다. 프로그램을 보고도 그런 식의 주장에 동조해 기사를 썼다면 독해력이 형편 없는 것이거나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거짓 보도를 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보도 행태는 방송을 처음부터 끝까지 본 사람에게 오히려 전통 미디어에 대한 불신을 깊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실제 한 지인은 "주가조작 운운 기사를 보면서, 우리나라 언론이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역설적으로 이번 삼프로TV의 토론 방송과 이와 관련한 전통 미디어의 상투적 보도가, 시민들에게 좋은 '미디어 문해력(리터러시)' 공부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