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시선으로 본 한국 기자들의 세계

<기자들은 무엇으로 사는가>, 한국기자협회

by 오태규

근자에 들어 기자, 매스컴, 언론계에 대한 외부의 시선이 너무 안 좋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사건 이후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기레기'(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라는 단어는 일상생활에 완전히 정착했다. 사회 어디에서도 기자를 선망의 눈길로 바라보던 모습은 찾을 수 없고 증오와 냉소의 시선만 가득하다. 한국을 몇 년 떠났다가 돌아와 보니, 이전보다 훨씬 언론계를 보는 눈길이 훨씬 싸늘해지고 악화됐다는 걸 몸으로 느낀다.


그래도 인간과 인간이 어울려 사는 사회, 특히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건전한 소통과 비판의 역할을 하는 저널리즘과 저널리스트의 존재가 필수다. 거꾸로 생각하면 저널리즘이 사회가 기대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못하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이 언론에 대한 극도의 불신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기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도서출판 포데로사, 한국기자협회 편, 2016년 8월)는 기자들의 모임인 한국기자협회가 내부의 시선으로 총체적 난국에 빠진 기자 세계를 들여다보고 나름대로의 해법을 제시하려고 한 책이다. 1964년 창립된 한국기자협회는 전국의 신문, 방송, 통신사 소속 현직 기자 1만명 이상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기자단체다.


이 책의 출간 당시 기자협회를 이끌었던 정규성 회장은 '여는 글'에서 "그런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이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여기 오늘도 분주하게 살아가는 기자들의 모습에서 그 답을 찾으실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라는 의문은 남지만, 이 책의 출판 의도를 잘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책은 3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는 수습기자부터 퇴직 직전의 고참기자들까지 그들이 당면한 고민을 살펴 본다. 이를 통해 '펜과 마이크'를 통해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고 기자생활을 시작한 기자들이 언론사에 불어닥친 경영난과 인터넷 영향으로 점차 고단한 삶, '타락 위험'의 삶으로 들어가면서 '진정한 저널리즘'과 생존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부에서는 제대로 된 저널리즘을 방해하는 언론계 안팎의 압박과 환경을 살펴본다. 기자들에 대한 편견과 오해로 결혼, 연애 대상에서 배제 당하는 일에서부터 저널리즘을 무시한 경영 중심의 회사 운영에 맞서 싸우다 징계, 해고 당하는 경우가 소개된다. 또 비판적인 기사를 썼다가 정부와 기업들로부터 '전략적 봉쇄소송'에 휘말려 고생하는 이야기, 취재보다 협찬 얻기에 힘을 써야 하는 고참 기자들의 모습과 24시간 돌아가는 인터넷 환경에서 과로로 인해 건강을 해치는 사례를 목격할 수 있다.


3부에서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성역에 도전하는 기사를 쓰거나,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 맞서 전문가로 성장하는 기자들의 사례를 소개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최근 각 당 대선 후보의 인터뷰 방송으로 각광을 받았던 <삼프로TV>의 이진우 공동대표, <열린공감TV>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강진구 기자 등이 2016년 책 발간 당시에 성공 또는 새 길을 개척하는 기자의 모델로 나온 점이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주머니에 들어 있는 바늘은 언제가 드러나게 마련이라는 뜻의 '낭중지추'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들의 성공은 모두 제도언론의 틀 밖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제도언론의 실패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이 책은 내부의 시선을 중심으로 하면서도 '칼국수의 고명'처럼 몇 명의 외부자 시선을 보탰는데, 거기에 등장하는 인물이 시인 고은씨와 소설가 조정래씨다. 고은씨는 "오늘날 미디어에는 '울음'이 없다"고 말했고, 조정래씨는 "기자 본연의 임무는 사회의 등불 역할을 하는 것이죠"라고 했다. 내부자의 목소리를 통해 기자들의 어려움이 어떤가를 파악할 수 있다면, 두 거물 문인의 촌철살인의 한 마디는 시대 상황에서도 변할 수 없는 언론의 지향점을 가리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진정한 기자의 정신은 진실과 정의를 사수하는 것이다.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여 그 정신을 지켜 기자협회가 우리 사회의 큰 등불이 되길 바란다."


조정래씨가 인터뷰를 마치고 육필로 써준 메시지다. 경영지상주의, 파당주의, 선정주의에 매몰되어 점차 저널리즘 정신에서 멀어져 가고 있는 요즘 기자들의 어깨를 내리치는 죽비 소리처럼 들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진정한 기자정신은 진실과 정의를 사수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