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신종 우익'의 정체

<네트우익이란 무엇인가>

by 오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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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천황 절대주의'를 근간으로 하면서 길거리(오프라인)를 주무대로 삼아 활동해온 전통적인 우익과 달리, 사이버(온라인) 공간을 무대로 준동하는 신종 우익이 나타난 것은 2000년대다. 일본에서 이들을 '네트 우익'이라고 부른다.

1990년대에 일본제국의 침략과 일본군 위안부 존재를 부정하는 역사수정주의 운동이 발생했고, 이런 사회적 배경 속에서 2000년대 들어 온라인 공간을 무대로 하는 네트 우익의 활동이 활발해졌다. 극우 정치인 아베 신조가 두 번째 정권을 잡은 2012년께부터 네트 우익을 기반으로 하는 배외주의 운동이 격렬하게 전개되기 시작했다. 재일동포를 대상으로 한 헤이트 범죄가 극성을 부린 것도 이 시기다. 급기야 2016년에는 네트 우익 운동가인 사쿠라이 마코토('재일특권을 용서하지 않는 모임'의 전 대표)가 도쿄도지사 선거에 출마해 당당하게 11만표를 획득하면서 만만치 않은 세를 과시했다.

<네트 우익이란 무엇인가>(청궁사, 히구치 나오토 등 씀, 2019년 5월)는 일본의 국내외 학자 6명이 주제별로 나눠, 안개 속의 존재인 '네트 우익'의 실체에 접근하려고 노력한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대규모 사회조사로 얻은 데이터를 통해 그동안 그늘에 가려져 있던 네트 우익 활동가들의 실체를 객관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이다.

네트 우익은 일본 인구의 2%에 불과한 '희귀종'이기 때문에, 보통 규모의 사회조사에서는 파악하기 힘든 난점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3.11 동일본 대참사 이후 실시한 대규모 사회조사 때 네트 우익에 관한 항목을 집어넣어 조사를 한 덕에 이들에 관한 이들과 관련한 귀중한 자료를 얻을 수 있었다. 당시 네트 우익 관련 항목을 조사에 집어넣는 것을 주도한 학자를 포함해 두 사람이 이 자료를 분석한 논문을 이 책에 발표했다.

이들의 분석에 따르면, 일본의 네트 우익은 일반적으로 생각해왔던 것과 전혀 다른 특성을 보인다. 이제까지 네트 우익의 이미지는 남성, 저학력, 저소득계층, 젊은이였는데, 구체적인 분석을 해 보니 남성만 빼고는 전부 틀린 것으로 드러났다. 고학력자, 기술자, 자영업자, 은퇴자 등이 의외로 많았다.

먼저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네트 우익은 무엇인가'를 쓴 나가요시 기쿠코 교수(도후쿠대, 사회의식론)는 1)한국, 중국에 대한 부정적 태도 2)보수적 정치성향 3)정치 사회 문제에 관한 발신이라는 세 가지를 다 만족하는 사람을 네트 우익으로 정의했다. 이런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네트 우익은 네 가지 특징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첫째 자민당과 아베 총리에 호감을 갖고 보수를 자임한다, 둘째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거나 사회적 고립에 처한 사람이 아니다, 셋째 반중, 반한 및 일본의 전통을 중시하면서 권위에 순종한다, 넷째 정치, 사회 문제의 정보원으로 인터넷 의존이 강하다.

사회조사를 토대로 2016년 도쿄도지사 선거 당시 네트 우익 지도자인 사쿠라이 마코토를 지지한 사람들을 분석한 2번째 논문도 첫번째 논문과 비슷한 결론을 보여준다. 첫째 사쿠라이 지지층은 사회적 약자들이 아니며 심지어 고학력, 기술자가 다수 포함돼 있었고, 신문이나 방송보다는 인터넷이나 블로그를 즐겨 보고 있는 것이 드러났다. 또 일본 우파의 주요 관심사인 배외주의, 전통적 가치관, 반좌익, 역사수정주의, 개헌 지향을 공유하고 있고 심리적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았다. 두 편의 논문에서 알 수 있는 네트 우익의 최대 특징은 유럽의 경우 고학력층, 전문가층은 확실하게 극우를 기피하는 반면에 일본에서는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도 극우적인 주장에 거부감이 없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이밖에도 '네트 우익의 생활세계' '네트 우익과 참가형 문화' '네트 우익과 정치' '네트 우익과 페미니즘' 등 4편의 논문이 실려 있다.

이들의 생활세계는 장영업자처럼 지역밀착적이며, 군사 오타쿠, 종교, 무도의 서브컬처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조직적으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전통적인 우익과 달리, 이들은 개별적으로 야스쿠니신사 및 호국신사를 마음의 고향으로 삼아 참배하는 경향을 보였다.

내가 가장 충격을 받은 대목은 '네트 우익과 정치'에 나오는 내용으로, 아베 전 총리가 2014년 대승을 거둔 중의원선거에서 겉으로는 '아베노믹스' 등 경제 이슈를 내세웠지만 온라인 상에서는 네트 우익을 이용한 극우 담론을 내세워 선거운동을 펼쳤다는 것이다. 당시 아베의 표면적인 공약만 보고 개인적인 성향은 극우이지만 정책은 합리적이라는 해석이 많았는데, 실제로는 오프 공간과 온라인 공간을 영악하게 갈라치기하면서 네트 우익세력을 최대한 활용했다는 얘기다. 그리고 일본의 우파들이 위안부를 비롯한 역사문제를 네트 우익의 모집과 확산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눈길을 끈다. 역사문제에 대한 의식이 네트 우익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네트 우익이 세 확장의 도구로 역사 문제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동안 회색지대에 있던 일본 네트 우익의 실체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시점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상대를 잘 알아야 대응도 잘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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