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태규 Sep 12. 2022

<수리남>을 보면서 <모가디슈>를 떠올렸다.

한국영화, 국제화, 넷플릭스, 황정민, 하정우

2022년 추석(9월 10일, 토요일) 연휴는 추석이 토요일에 걸리는 바람에 12일 대체 휴일까지 4연휴였다. 오랜만의 긴 연휴에 100년 만에 가장 큰 보름달이 쓴다는 예고도 있었던 터여어, 연휴 시작 전부터 마음이 푸근했다.


하지만 내가 사는 동네는 구름이 끼는 바람에 기대했던 만월 감상은 실패에 그쳤다. 대신 추석 연휴를 겨냥해 9일 넷플릭스에 개봉된 <수리남> 6부작을 4연휴 기간 중 모두 감상했다. 처음 제목을 봤을 때는 무언가 고장난 물건을 고쳐주는 사람인가 했는데, 남미 대륙의 북부에 있는 나라 이름이었다. 


수리남은 남쪽으로 브라질, 동쪽으로 프랑스령 기아나, 서쪽으로 가이아나와 국경을을 접하고 북쪽은 대서양에 맞닿아 있다. 네덜란드 식민지로 있다가 1975년 독립과 동시에 한국과 수교했다. 북한과도 수교한 남북한 동시 수교국이다. 현재는 베네수엘라 주재 대사가 수리남 겸임 대사를 맡고 있다.


윤종빈 감독이 연출하고 하정우(강인구 역) 황정민(전요환 역)가 주연을 맡았다. 감독과 배역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줄거리는 국가정보원과 우연하게 수리남에 사업을 하러간 강인구가 목숨을 건 협력을 하며, 수리남에 교회 목사로 있으면서 수리남 코카인 유통을 장악하고 있는 마약 대부 전요환을 검거하는 얘기다. 수리남의 대통령과 군부, 미국의 마약단속국.(DEA: Drug Enforcement Administration)도 간간이 등장한다이런 장면을 보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고 하지만 실화 비율보다 가공 비율이 훨씬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은 1시간여 짜리 6부작을 보면 알 수 있을 터이고,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지난해 개봉된 영화 <모가디슈>가 떠올랐다. 두 작품이 매우 비슷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선, 두 영화는 영화의 배경이 한국의 테두리를 넘어 국제화화했다는 공통점이 있다.소말리아 내전 때 남북 대사관 직원들이 협력하며 탈출하는 얘기를 그리고 있는 <모가디슈>는 영화 대부분이 소말리아를 무대로 전개된다. <수리남>도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영화이지만 무대가 수리남, 미국, 브라질 등이다. 한국도 첫 부분과 마지막에 잠시 나오지만 전체 분량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또 출연 배우 중에서 외국인 배우들의 비중이 매우 높다. <모가디슈>에서는 주요한 인물 중에서 외국인은 거의 없지만 <수리남>은 전요환 목사 조직과 라이벌 관계인 화교 마피아의 두목 첸진 역으로 대만 배우 장첸이 상당히 비중 있게 나온다. 대사도 영어 비중이 커졌다. 이것을 보고, <수리남>이 <모가디슈>보다 국제화 수준이 더욱 높아졌다는 걸 느꼈다.


두 영화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도 비슷하다. 하지만 내가 볼 때는 전체적으로 <모가디슈>가 <수리남>보다는 실화 비율이 훨씬 많은 것 같다.  


물론 다른 점도 있다. <모가디슈>는 한국의 관객을 주요 대상으로 만든 영화지만 <수리남>은 처음부터 세계 관객을 노리고 넷플릭스에 출시한 작품이다.


마약 범죄 시리즈물로는 콜롬비아와 멕시코의 마약 조직을 다룬 <나르코스>가 유명하다. <수리남>은 그들 시리즈물에 비하면 스케일이나 잔혹성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나르코스>에서 보기 어려운 세밀하고 아기자기한 이야기 구성이  돋보인다. 강인구의 국내 가족 이야기 등은 미국의 범죄물에서는 볼 수 없는 이야기다. 


스케일은 장대하지 않지만 잔잔하고 아기자기한 모습이 많은 <나르코스>와 전혀 다른 형식의 한국형 마약범죄 영화에 외국 관객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매우 궁금하다. <모가디슈>와 <수리남> 같은 영화가 나에게는 이미 국제화한 케이팝의 길을 따라가려는 한국 영화계의 노력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 기금 방식은 강제노동 해결의 '시작의 시작'일 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