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영사관에서 근무를 하면서, 동포를 비롯해 현지의 많은 사람들이 '대사관과 총영사관의 위상'에 관해 잘못된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았다. 물론 국내의 일반시민 중에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 총영사관을 마치 '대사관의 하부기관'처럼 인식하는 오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대사관과 총영사관은 상하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과 외교장관 밑의 서로 동등한 위치의 독립기관이다.
일본에는 도쿄에 대사관이 1개, 그리고 북쪽의 삿포로로부터 남쪽의 후쿠오카까지 모두 9개의 총영사관이 있다. 한 나라에 대사관 외에 이렇게 많은 수의 총영사관을 두고 있는 나라는 극소수다. 일본과 비슷한 정도의 총영사관이 있는 나라는 미국, 중국뿐이다.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는 총영사관 없이 대사관만 있다.
일본에서 총영사관을 대사관의 하부기관으로 인식하는 오해가 유독 많은 것은, '1 대사관-9개 총영사관' 체제에서 기인하는 면이 큰 것 같다. 일본 전국을 관할하는 대사관 밑에서 각 총영사관이 전국을 몇 개 구역으로 나누어 분할 담당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일본에 있는 10개 공관장 가운데 대사로 임명되는 사람이 가장 임명권자와 거리가 가깝고 고참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외무고시 출신만을 놓고 보면, 가장 선배 기수의 사람이 주일대사로 임명되고, 그 밑의 기수가 총영사로 보임되는 식이다. 기관에는 상하관계가 없지만 사람 사이에 있는 상하관계가 자연스럽게 이런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하지만 가끔은 대사 가운데에서도 총영사관을 마치 하부기관처럼 대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외무고시 출신 공관장들은 공관 사이의 법률적 관계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고시 선후배라는 개인 사이의 범위를 넘지 않지만, 그런 것을 잘 모르는 일부 특임 대사는 '총영사관과 총영사'를 마치 '산하기관과 부하'로 여기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럴 때 사안을 잘 아는 외교관 출신 직원이 대사관(대사)-총영사관(총영사)의 위상이 법률적으로 그렇지 않다는 걸 잘 설명을 해주면 좋으련만, 그런 용기를 부렸다가 무슨 화를 당할지 모르기 때문에 대체로 알고도 모른 척한다는 것이다.
외교관 경력이 일천한 직원들 중에도 이렇게 암묵적으로 형성된 관행을 큰 문제의식 없이 받아들이는 경우를 종종 본 적이 있다. 그들에게 직접 대놓고 얘기하면 곤혹스러울 것 같아, 주례 회의 등을 통해 '대사관과 총영사관의 위상과 관계'에 관해 몇 차례 얘기를 했지만, 그런 얘기가 얼마나 그들의 인식에 영향을 줬는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맡은 바 업무를 잘하기 위해서도 "공적인 것은 공적으로, 사적인 것은 사적으로" 엄격하게 구분해 처리하는 의식과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