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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태규 May 15. 2023

문제해결저널널리즘과 한국저널리즘의 문제

이정환, 미디어오늘, 강준만

어느 날, '문제 해결 저널리즘', '솔루션 저널리즘'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저널리즘의 주된 기능은 문제를 드러내고 비판하는 일이지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서는 것은 아니라고 배웠고, 그런 생각으로 기자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좀 낯선 개념이었다. 그래서 무슨 내용인지 더욱 알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도서관의 저널리즘 분야 서가를 기웃거리다가 <문제 해결 저널리즘>(인물과사상사, 이정환 지음, 2021년 11월)이란 책을 발견했다. 저자인 이정환씨는 올해 초까지 미디어 분야 전문 신문 <미디어 오늘>의 사장을 지낸 미디어 분야 전문가다. 책을 출판한 인물과사상사는 언론학자이자 사회 비평가인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깊게 관여하고 있는 있는 회사다.

책 뚜껑을 열어 보니, 여러 사람이 추천사를 썼는데, "솔루션 저널리즘은 '저널리즘의 혁명'이다"라는 제목의 강준만 교수 추천사가 첫번째로 나왔다. 그는 추천사에서 "지난 200년 넘게 저널리즘의 패러다임으로 군림해 온, 세상의 어두운 면을 고발하는 '나쁜 뉴스'라는 문법의 한계를 보완함으로써 '나쁜 뉴스'의 정당성도 살리는 동시에 '언론 혐오'라는 시대적 풍조에 도전하는 혁명"이라고 '솔루션 저널리즘'을 소개했다. 그리고 저자인 이정환씨를 "한국에 솔루션 저널리즘을 제안하고 방향을 제시해 왔다"면서 이 책이 그런 변화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의 추천사와 저자의 머리말도 있지만, 강 교수의 추천사는 이 책의

방향과 주제를 잘 드러내주고 있다. 거칠게 요약하면, 세상의 어두운 면을 고발하는 전통 저널리즘이 언론 혐오를 불러일으켰고 그런 것을 극복하고 보완하기 위한 혁명적인 저널리즘이 솔루션 저널리즘이라는 말이다.

저자인 이정환씨는 이 책에서 솔루션 저널리즘의 전도사 답게 미국과 유럽 등에서 태동한 솔루션 저널리즘이 무엇인지를 소개하면서, 어떻게 한국의 상황에 실천적으로 적용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책을 읽는 내내 솔루션 저널리즘, 문제 해결 저널리즘의 실체가 무엇이지, 한국의 기자들이 사회 여기저기 널려 있는 문제를 끄집어내어 비판하기도 벅찬데 과연 문제 해결까지 나서야 할까 하는 의문이 계속 머리에 맴돌았다. 어떤 사회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일부 큰 신문사가 대대적으로 펼치는 캠페인 기사,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영웅 만들기나 미담 기사와 어떻게 다른지 하는 의문도 생겼다.

저자도 이런 의문이 당연히 나올 것을 예상한 듯, 책 곳곳에서 문제 해결 저널리즘이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하는 전통 저널리즘과 배치되지 않는다는 점, 영웅담과 미담 기사와 다르다는 점을 과할 정도로 되풀이하며 설명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까 어떤 경우에는 문제 해결 저널리즘이 잘 작동하고 있는 전통 저널리즘과 어떻게 다른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의 애매한 설명도 있다. 또 마치 행동경제학에서 나오는 넛지를 통한 행동 변화 유도를 문제 해결 저널리즘이 추구할 보도 방향인 것처럼 서술한 곳도 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문제 해결 저널리즘이 전통 저널리즘의 대안은 아니더라도 보완재는 충분히 될 수 있다는 생각은 들었다. 저자도 문제를 드러내고 비판하는 데서만 그치지 않고 어떻게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고 있는지, 해결할 방법이 없는지에 신경을 쓰는 보도가 문제 해결 저널리즘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지금 기자들이 하고 있는 취재와 기사 작성 과정에서 해결과 해결 과정에 대한 생각을 집어 넣는 데에서 문제 해결 저널리즘이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최소한의 문제 해결 저널리즘이라면,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어 시민과 함께 기사를 생산하고 행동까지 하는 것은 최대의 문제 해결 저널리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씨의 얘기는 이 양단 사이에서 왔다갔다 한다고 보면 된다.

이씨가 강조하고 있는 문제 해결 저널리즘의 특징은, 증거를 제시하고 검증 가능하고, 복제 가능, 확장 가능한 것이다. 추상적인 주장이나 단순한 해결 방안의 전달이 아니라, 실제로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해결 방안이 다른 곳에서도 적용할 수 있고 응용할 수 있는 것이냐에 문제 해결 저널리즘의 성패가 달렸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당연히 캠페인성 기사나 영웅 만들기, 미담 기사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문제 해결 저널리즘에 입각해 쓴 기사의 사례, 한국의 보도 가운데 문제 해결에 좀 더 신경을 썼으면 좋았을 기사의 사례 등이 많이 나온다. 이런 사례는 한국 기자들이 더욱 좋은 기사를 쓰는 데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저자는 문제 해결 저널리즘이 감시, 비판, 의제설정을 중심으로 하는 저널리즘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확장하는 것이라는 말하고 있는데, 그런 정도라면 큰 거부감 없이 한국 언론계에서 수용할 수 있다고 본다. 저널리즘의 축을 문제 제기에서 문제 해결 쪽으로 전면적으로 이동하자고 하면 저항이 심하겠지만, 저널리즘의 다양화와 신뢰 회복 차원에서 문제 해결에 더욱 신경을 쓰자는 얘기에 반대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외국에서 아무리 효능이 있는 저널리즘의 시도라고 해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한국 실정에 맞게 잘 소화해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 해결 저널리즘도 그런 과정을 통해 한국 저널리즘의 토양을 풍부하게 하고 침체된 한국 저널리즘에 활력을 불어넣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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