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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태규 Jul 24. 2023

우크라이나전쟁에서 한국의 미래를 탐색한다

우크라이나전쟁과 신세계질서, 이해영, 국제뉴스, 한반도

요즘 우리나라 신문의 국제면에, 우크라이나 전쟁만큼 많이 등장하는 뉴스는 없다. 하지만 뉴스의 질은 빈약하기 그지없다.


먼저, 우리나라 시각의 뉴스가 없다. 우리나라 주요 매체 중 우크라이나 전쟁 현장에 기자를 파견한 곳이 하나도 없으니 우리 시각을 기대하는 것은 사치인지도 모른다. 심지어 우리나라 대통령이 7월 15일 우크라이나를 깜작 방문한 현장에도 단 한 명의 우리나라 기자가 없었다.


그렇다면 대안으로 전쟁의 실체를 균형 있게 파악할 수 있는 뉴스라도 충실하게 전달해줘야 하는데, 거의 모든 관련 뉴스가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쪽의 것을 베끼고 종합한 것들이다. 당연히 서방의 관점, 즉 '친 우크라이나-반 러시아' 기사만 넘쳐난다. 


어느 전쟁이건 전쟁에는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싸우는 당사자들이 있다. 그래서 양쪽의 이야기를 균형 있게 듣고 보지 않으면 객관적인 실체를 확인하기 어렵다. 더구나 국제 정세 상 불가피하게 양편의 한쪽 편을 들지 않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도도 그런 분위기를 반영하게 되는 게 보통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우엔, 우리나라와 동맹인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우크라이나를 지지·지원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있다. 누가 먼저 전쟁을 걸었는가라든가, 강대국의 약소국 침략을 규탄한다든가 하는 원인 제공론과 가치론의 관점에서 한 편을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원인 제공론과 가치론은 현실을 추인하기 위해 동원되고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 왜곡이 있기 때문에 전쟁의 실체를 이해하고 전쟁 이후의 미래를 제대로 내다보려면 전쟁을 더욱 객관적으로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가 쓴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세계 질서>(사계절, 이해영 지음,  2023년 2월)는 서구 중심의 뉴스와 정보, 주장만이 판치는 우리나라의 여론 지형에서 보기 드문 책이다. 서구 중심의 시각으로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점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책이다.


이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시작을, 단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2월 24일로 보지 않는다. 멀리 거슬러올라가면 소련이 해체되면서 우크라이나가 독립한 1991년에 이미 전쟁의 씨앗이 뿌려졌다고 본다. 우크라이나는 독립 때부터 언어적, 인종적으로 동서로 분열된 '한 지붕- 두 나라'의 상태였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나토는 독일 통일 과정에서 옛소련과 한 '나토의 동진 금지' 약속을 야금야금 동진정책을 펼쳤다. 그리고 2004년 오렌지혁명, 2014년 유로마이단혁명 등 서구가 뒷받침한 동진정책에 러시아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 지금의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는 우리나라의 보도에서 접할 수 없는 우크라이나 내부의 권력관계, 역사와 문화, 인구 구성 등이 상세하게 나온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강한 극우 나치 세력의 존재 등은 전혀 접할 수 없었던 얘기다. 이런 배경 지식 없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귀중한 책이다. 구체적인 사항은 책에서 직접 확인하기 바란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24일, 동남부 지역의 러시아인 보호와 나치세력 제거를 명분으로 '특수 군사작전'을 전격적으로 펼쳤다. 서방은 이것을 침략 반대와 주권과 영토의 불가침을 규정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러시아를 규탄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도 이런 논리에 서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고 있다. 하지만 이 교수는 국제법의 강행 규범 위반으로 따지면, 이미 우크라이나가 돈바스의 소수 민족 자결권을 유린한 것도 똑같은 위반이라고 말한다. 도덕과 가치만을 앞세워 전쟁을 성격을 봐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큰 틀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자면 미국의 네오콘이 러시아를 약화하기 위해 기획한 전쟁으로 본다. 적을 원하지 않는 전쟁으로 유도해 자원을 고갈시킨 뒤 최종적으로 압박해 무너뜨라는 전략을 '브레진스 함정'이라고 하는데, 이 함정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브레진스키가 1978년 소련을 아프가니스탄으로 유도해 아프가니스탄을 '소련의 베트남'으로 만들었듯이, 지금 조 바이든이 러시아를 우크라이나로 유인해 우크라이나를 '제2의 아프가니스탄'으로 만드는 작업을 펼치고 있다는 얘기다. 인명 피해는 철저히 피한 채 우크라이나에 무기만 공급하며 러시아와 전쟁을 지원하는 미국의 모습을 보면, 그럴듯한 해석이다.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에 끼칠 영향이다. 단기적으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과 러시아의 반발이 가장 눈에 뜬다. 심지어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방문 때 러시아에 선전포고로 들릴 만한 '생즉사, 사즉생 정신의 연대'라는 말까지 했으니 앞으로 러시아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게 분명하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중장기적인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그 이후 재편될 세계질서는 우리나라의 운명을 가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귀추에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이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세계가 단극(미국 중심주의)의 해체와 다극화, 즉 신세계 질서로 재편될 것이라고 본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생존의 큰 도전과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 교수는 이미 북한은 기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서 발을 뺐거나 뺄 채비를 하고 있다고 본다. 누구보다 빨리 돈바스 양대 공화국을 승인하고 노동자 파견을 타진한 것에서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낡은, 현실성 없는 레코드만 틀고 있다고 말한다. 여전히 친미-친일에만 목을 매달고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가 지정학적 대전환에서 취할 대안으로, 우선 '친미 중립'을 제시한다. 우리 다수가 딛고 선 현실에서 출발해, 그 다음 단계로 중립적 공간, 즉 전략적 자율성의 공간을 확대해 나가자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 단계에서 통일이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고 회의하면서 통일에 대한 구상과 내용도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긴 시간 우리는 '공존'을 통일로 사고해야 할지도 모르다"는 그의 말에서, 앞으로 다가올 신세계 질서가 우리에게 결코 우호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읽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멀리 있지만 그 여파는 가까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객관적으로 잘 파악해 그 이후 올 질서에 대비하는 것이, 매우 긴급한 과제라는 것을 새삼 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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