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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태규 Mar 11. 2024

<서평> '윤석열과 검찰권력'에 관한 정밀 해부서

윤석열과 검찰개혁, 뉴스타파, 검찰독재,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지금 우리는 아무도  경험하지 못했던 검찰공화국에 살고 있다. 아니 검사 출신 대통령이 검찰과 이인삼각이 되어 통치하는 '검찰독재' 국가에 살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이끄는 검찰독재 정권은 공정과 상식, 법과 정의를 내세우지만, 실상은 그와 정반대다. 공정하지도 상식적이지도 않고 법을 무시하고 부정을 아주 태연하게 거리낌 없이 행사한다.

최근에 나온 대표적인 예를 하나만 들어 보자. 해병대 채 상병의 수해 지원 사망 사건에 개입해 공수처의 수사를 받던 이종섭 전 국방 장관이 수사를 받는 도중에 호주 대사로 임명됐다. 주요 피의자로 공수처가 출국금지까지 내려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그를 버젓이 대사로 임명하고 발령까지 냈다. 피의자를 대사로 내보내는 꼼수로 쓰며 해외 도피시킨다고 볼 수밖에 없는 범죄 행위다. 

이전에는 가혹할 정도로 촘촘하게 하던 공관장 인사검증도 설렁설렁하고, 이미 취해 놨던 출국금지도 수사에 협조하기로 했다면서 이의신청 즉시 풀어줬다. 이 하나의 사건만 봐도 그들이 말하는 법과 정의, 공정과 상식이 말뿐임을 알 수 있다. 간판에 법과 상식이라고 써놓고 가게 안에서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국정운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과 검찰개혁-검찰공화국 대선후보>(도서출판 뉴스타파, 한상진·조성식·심인보·최윤원 지음, 2021년 7월)은 윤석열 정권, 즉 검찰 정권이 탄생하기 전에 쓴 책이다. <뉴스타파>가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후보를 검증하기 위해 낸 책이다. 하지만 이 책에는 이미 미래의 검찰 정권 모습을 적나라하게 담고 있다. 날 때부터 '검찰주의자'라고 해도 과하지 않은 윤석열 검사가 정권을 잡으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예언이라도 하듯 말이다.

이 책은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 때부터 그를 줄기차게 검증해온 뉴스타파의 기자들과 <신동아>에서 30년 이상 검찰 취재를 해온 베테랑 기자가 합작해 쓴 윤석열 대선후보 검증서이자 검찰 권력 비판서다. 탄탄한 취재를 바탕으로 한 객관적 사실을 중심으로 검사 윤석열과 검찰 조직에 관해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이제까지 나온 출판물 중에서 윤석열과 검찰 조직을 가장 완벽하게 해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들은 문재인 정권이 적폐청산의 도구로 검찰을 동원하면서 검찰 조직을 한껏 키운 것이 윤석열 검찰 탄생이라는 비극을 낳았다고 진단한다. 문 정권은 적폐청산을 위해 검찰 특수부 조직을 키워줬을 뿐 아니라 수사의 책임자로 기용한 윤석열 검사를 무한 신뢰했다. 대전고검 검사였던 그를 일거에 몇 단계나 승진시켜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하더니, 검찰의 최고 책임자인 검찰총장까지 올려놨다.

윤석열이라는 검찰주의자가 대통령까지 넘보게 된 데는 그를 믿고 기용한 문재인 대통령의 오판과 무지가 작용했다. 검찰 개혁을 국정의 제1과제로 내세운 문 정권은 윤석열 검사를 활용했고, 윤석열 검사와 그의 검찰 사조직은 문 정권의 이런 전략을 역이용해 아예 권력을 삼켜버렸다. 이른바 '친위 쿠데타'를 성공시킴으로써 윤석열 사단이 서로 상대를 이용하는 수 싸움에서 완승한 것이다.  

문 정권은 총장 임명 과정에서 강한 반대론이 있었지만 적폐 수사를 잘해왔으니 검찰개혁도 잘할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다. 국회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때, 윤 대통령의 의형제로 불렸던 윤대진 검사의 형 윤우진 비리 사건과 관련해 변호사를 알선·소개해 줬다는 빼도 박도 못하는 명백한 흠이 드러났는데도 당시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은 그를 변호하기에 급급했다. 반대로 야당은 강력하게 낙마 공세를 펼쳤다. 문 정권의 적폐수사를 지지하던 시민들도 뉴스타파가 윤 총장의 이런 흠을 보도하자, 야당과 손을 잡고 적폐청산을 반대한다고 뉴스타파를 비판하고 윤 총장 후보를 비호했다. 문 대통령 처지에서 되돌아보면, '나도 속고 국민도 속은 것이다.'

이런 무지와 오산의  대가는 참혹했다. 문 대통령이 2019년 8월 민정수석이던 조국을 검찰 개혁 완수를 위해 법무 장관으로 지명하자, 윤석열 총장이 이끄는 검찰 집단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조국과 그의 부인, 아들딸을 대상으로 전천후 융단 폭격을 가했다. 대통령의 인사권에 비리 수사, 그들의 표현으로는 '살권수'(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빌미로 정면 도전했다. 이때 이미 윤석열 검찰총장과 그의 사단은 문 정권과 '헤어질 결심'을 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그 시점에서조차 문 정권은 윤 총장의 속셈을 정확하게 간파하지 못하고 허둥댔다. 그러는 사이, 윤 총장을 필두로 한 그의 사단은 살권수로 명분을 쌓으며 야당과 손을 잡고 '문 정권 타도'에 성공했다. 

조직의 이익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검찰의 생리와 그런 이해관계를 가장 잘 대변하는 윤석열이라는 존재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대가가 얼마나 큰가는 길게 설명할 필요 없다. 지금 우리가 일상의 삶에서 너무도 잘 느끼고 있으니까 말이다.

지금 그들은 아마 '한 번 해보니까 별거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고려 시대의 무신정권처럼 장기 집권을 꿈꾸고 있을지도 모른다. 고려 시대 무신 정권이 가진 것보다 더욱 강력한 무기, 세계 어느 나라 검찰도 가지고 있는 않은 최강의 무기가 그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바로 수사권과 영장청구권, 기소권이라는 무소불위의 권력이다.

이 책은, 검찰의 이런 무소불위 권력이 그대로 존재하는 한, 앞으로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검찰의 전횡을 막을 수 없다고 경고한다. '윤석열 따로, 검찰 따로'가 아니라, 윤석열이라는 검사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검찰 조직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또 다른 윤 검사의 등장을 막을 해결 방안은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 분리밖에 없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21대 국회에서 어설픈 합의서만 만든 채 미완으로 남은 과제, 즉 '수사청 신설과 검찰의 공소청으로 변화'가 검찰 개혁의 최종 종착지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책에는 검찰 조직의 문제와 윤석열 검사 개인의 문제가 잘 정리되어 있다. 윤우진 사건과 한명숙 전 총리 모해 위증 강요 사건을 비롯해 윤 대통령이 검찰에 재직하면서 관여한 각종 비리·의혹 사건뿐 아니라 그의 부인 김건희씨와 장모 최은순씨를 둘러싼 각종 비리 사건이 아주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윤 정권이 끝나면 다시 들춰내어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사건의 목록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 책의 미덕은 역시 기록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윤석열 검사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또 그의 가족들은 어떻게 축재를 했고 그 과정에서 의혹을 사고 있는지가 낱낱이 적혀 있다. 지금 거론되고 있는 '본부장 비리'의 총체적인 모습이 이미 다 나와 있다.

 우리나라 검찰 조직의 문제가 무엇인지도 잘 정리되어 있다. 이 책을 보면서 내가 느낀 우리나라 검찰의 가장 큰 문제는, 그들이 가진 무소불위의 힘을 악용해 '검찰에 부정적인 세력'을 가차 없이 제거하는 것이다. 즉, 살권수가 아니라 '검비수'(검찰에 비판적인 세력 수사)를 통해 그들의 기득권을 영원히 누리려는 생리와 태도다. 

 아무리 강퍅한 정권이라도 권력이 무한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런 기록이 존재하는 한, 언젠가는 정의의 심판을 받게 될 날이 올 것이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말은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리라. 

윤석열 검찰로부터 가족 전체가 도륙 당하다시피 한 조국 전 장관이 검찰 개혁의 깃발을 들고 만든 조국혁신당이, 22대 총선을 앞두고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일이 그 전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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