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검-언-정 합작의 '마녀사냥' 퇴치법

<마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기득권세력, 전문고발꾼, 이종배

by 오태규

중세 때 마녀사냥이 기승을 부렸다. 교회 등 권력층이 재산이 많은 과부를 마녀로 몰아 처형함으로써 재산을 탈취하는 수단으로 썼다고 한다. 중세의 마녀재판은 수법이 악독했다. 마녀로 지목된 사람을 물에 빠뜨려 떠오르지 않으면 마녀가 아니라고 판결했고, 떠오르면 마녀로 확인됐다며 처형했다. 어떤 경우든 마녀로 찍힌 사람은 죽음을 모면하지 못했다.


현대에도 마녀사냥이 형태와 수법만 바꾼 채 자행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세계에서도 마녀사냥이 가장 성한 나라다. 가히 '현대판 마녀사냥의 전시장'이라고 부를 만하다.


한국에서 마녀사냥의 주요 주체는 기득권 수호의 첨병 노릇을 하는 검찰과 언론이다. 그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기득권 세력에 위협이 되는 사람이나 세력을 마녀로 낙인찍고, 동조 세력을 동원해 '살인 굿판'을 주도해왔다. 그들의 작업이 워낙 조직적이고 체계적이어서 한 번 마녀로 찍힌 사람은 항변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마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검찰과 언론, 혐오와 낙인의 카르텔>(메디치, 송요훈·이도경·전지윤 지음, 2025년 6월)은, 한국 사회에서 주기·반복적으로 자행되는 마녀사냥의 구조를 분석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제시한다. 전직 언론인(송요훈, 이도경)과 사회운동가(전지윤) 3명이 무고한 희생자를 낳는 마녀사냥을 더 이상 용납해선 안 된다는 생각으로 의기투합해 공동으로 저술한 책이다. 저자들이 언론과 운동 현장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마녀사냥의 실태와 구조를 생생하게 파헤치고 방지 대책까지 제시한다.


어느 면에서 한국 현대사는 마녀사냥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군사 정권 시절에는 '빨갱이' 만들기 조작으로 숱한 마녀를 생산하면서 권력 안정을 꾀했다. 박정희 정권 때의 인혁당 사건, 전두환 정권 때의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 노태우 정권 때의 유서 대필 조작 사건이 바로 떠오른다.


저자들은 윤석열 정권은 두 개의 마녀사냥을 통해 탄생했다고 본다. 첫 번째가 2019년 검찰 개혁 저지를 위한 조국 일가 사냥 사건이고, 두 번째가 세계적인 일본군'위안부' 운동가 윤미향 마녀사냥 사건이다. 저자들은 두 사건 중에서도 윤미향 사건을 이 책의 소재와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조국 사건은 그동안 다수의 출판물 등을 통해 윤미향 사건보다 많은 조명을 받았다는 점, 윤미향 사건은 일본 우익세력과 연계라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


윤미향 사건은 검찰이 주도하고 언론이 추수한 조국 사건과 달리, 언론이 먼저 선도하고 검찰이 뒷받침했다는 점에 특색이 있다. 하지만 선후의 차이만 있을지언정 기득권 수호를 위해 언론과 검찰 두 세력이 긴밀하게 연합한다는 본질에는 변함이 없다.


이 책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빼고,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친일, 한미일 안보 중시 기득권 세력의 눈엣가시인 윤미향 씨가 국회의원이 되자, 기득권 세력의 일원인 언론이 앞장서 총공세를 벌이는 모습이 실례를 바탕으로 잘 그려져 있다. 일본 우익 언론의 우려를 전하는 식으로 공세를 시작한 <조선일보>를 비롯한 기득권 언론의 공격이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씨의 기자회견을 빌미로 한층 거세지고 검찰이 가세하면서, 급기야 정의기억연대 마포 쉼터(평화의 집) 손영미 소장의 비극적 죽음을 불러왔다. 융단 폭격처럼 쏟아진 언론 보도와 수사 과정에서 무려 20개의 죄목이 거론됐다. 하지만 검찰 기소 단계에서 12개가 없어지고, 1심에서 기소된 8개 죄목 중 1개만 일부 인정됐다. 하지만 윤미향은 그런 결과와 관계없이 이미 두 세력의 합작으로 20개의 죄를 범한 악녀가 돼 있었다. 1부만 읽어봐도, 이 시대에 언론과 검찰 개혁이 왜 가장 절실하고 긴급한지 절감할 수 있다.


2부는 마녀사냥이 이뤄지는 구조와 사냥꾼들의 역할을, 윤미향 사건에 하나하나 대입하면서 파헤친다. 이 책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윤미향 마녀사냥에 가담하는 사냥꾼은 모두 다섯 부류다. 첫째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족벌·상업 언론이다. 그들은 보도와 논평을 통해 윤미향이 마녀라고 의제를 설정하고 틀 짓기 작업을 한다. 이들이 벌이는 압도적인 물량의 보도에 이른바 '진보 언론'도 슬며시 따라간다. 언론이 마녀로 분칠해 놓은 사냥감을 잡기 위해 두 번째 사냥꾼 검찰이 가세한다. 이때 죄가 나올 때까지 파헤치는 검찰의 '인디언 기우제' 식 수사가 이뤄진다. 셋째, 보수 정치권과 정치인이 나서 언론과 검찰이 만들어 놓은 구도를 더욱 증폭시킨다.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아 "재벌-보수 정치권-족벌·상업 언론-정치 검찰'의 기득권 카르텔의 이익을 지키는 게 마녀사냥의 핵심 목표이기 때문에, 그의 일원이자 방앗간의 참새 노릇을 하는 정치인들이 그냥 지나칠 리가 없다. 윤미향 사건에서는 '대장동 50억 클럽' 회원이자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의 기획자였던 곽상도 국민의힘 당시 의원이 '맹활약'을 했다.


넷째 부류가 지식인과 전문가, 다섯째가 전문 고발꾼이다. 조국 몰이와 윤미향 마녀사냥에서 모두 나섰던 회계사 김경률 씨가 지식인·전문가 부류의 대표라면, 전문 고발꾼의 대표는 우파 진영의 전문 고발 단체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연대(법세련)'를 만들고 그를 바탕으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 비례 의원이 된 이종배 씨다. 최근 김민석 총리 후보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고발되고 검찰이 즉각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배당됐다는 뉴스가 눈길을 끌었는데, 그 고발인이 바로 이 씨다. 이 책 170쪽부터 177쪽까지 그에 관한 자세한 얘기가 나온다. 아마 이제까지 나온 출판물 중에서 이 씨의 실체를 가장 구체적으로 까발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 책은 마녀사냥의 분석에만 그치지 않고 대처법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저자들은 "거대 카르텔이 작정하고 달려드는 마녀사냥에 개인이나 개별 단체가 적절하게 대응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라면서 "이럴 때일수록 주변의 지지와 연대가 절실하고, 무엇보다 주기적인 마녀사냥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 구조적 원인들을 제거하거나 바꾸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저자들은 누구나 마녀사냥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세 가지를 제언한다. 첫째, 언론이 만들어 놓은 틀(프레임)에 들어가 대응하지 말고, 그들이 만들어 놓은 틀을 바꾸라고 조언한다. 어도어의 민희진 전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하이브에서 씌워 놓은 해임 불가피 덫을 일거에 격파한 것을 좋은 예로 제시한다. 둘째, 이미지를 중시하라는 것이다. 윤미향 씨가 사건 당시 회견하면서 수술 후유증으로 땀을 비 오듯 흘렸는데, 언론이 이 모습을 그가 뭔가 숨기는 듯한 부정적인 이미지로 내내 악용했다는 것이다. 셋째, 타이밍을 잘 잡으라는 것이다. 언론의 융단 폭격 때마다 즉각 반론하기보다는 초기부터 적절하게 언론 중재나 소송을 적극 활용해 악의적인 프레임 만들기를 제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민주 시민들에게도 누군가가 보수언론으로부터 집중적으로 사회적 비난을 당할 때는 부화뇌동하지 말고 비판적 안목으로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한다. 더 나아가서 용기를 내어 마녀사냥에 반대하고 희생자에 연대하고 응원하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문한다. 미국의 저명한 흑인 인권 운동가 마터 루터 킹이 "우리는 적들의 말보다 친구들의 침묵을 더 오래 기억한다"라고 한 말을 기억하라는 것이다. 저자들은 진보 언론과 민주 진영에도 따금하게 일침을 가한다. 기득권의 여론 부추기기에 굴복과 '손절'을 멈추고, 평소에 도덕과 가치에 기반한 민주 진보 진영의 대안적 서사를 만들어 꾸준히 전파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저자들은 윤미향에 대한 마녀사냥은 '언론과 정치인의 문제 제기 → 전문가와 논객의 유죄 단정 → 극우 보수 단체의 시위와 고발 → 검찰 수사 → 언론 보도 확대'라는 순환 구조 속에서 증폭됐다고 지적하면서, 제2의 마녀사냥을 막기 위한 단기, 장기 처방도 제시했다. 단기적으로 징벌적 손해 배상과 명예훼손죄 폐지를 세트로 묶어 언론 환경을 정비하고, 구조적으로는 공론장을 활성화하고 미디어 비판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누가 마녀사냥의 다음 표적이 될 것인지 걱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언제든지 다시 시작될 마녀사냥에 함께 맞서며 비극의 되풀이를 막은 것이다."


이 책 에필로그의 마지막 문장이다. 언제 다시 자행될지 모르는 마녀사냥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마녀사냥을 방지하고 퇴치하는 데 도움을 준다면 더 말할 나위가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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