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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유경 Mar 04. 2019

[지니어스] , 누가 천재인가?

왜 지금 [지니어스]에 대해 쓰는가?

며칠 전 구글에게 물었다.

콜린 퍼스가 출연한 영화를 알려다오.

구글은 콜린 퍼스가 출연한 영화 44편 정도를 인기순으로 나열했다.

그런데 [지니어스]가 44편의 영화 중 44번째로 맨 하위로 나온 것 아닌가?

아니 이 영화가 그 정도로 인기가 없었단 말인가? 나는 나름 재미있었는데..

그래서 내가 재미있었던 포인트로 이 영화에 대해 써보고 싶었다.


시대적 배경은 1929년 뉴욕.

영화의 첫 장면은  쏟아지는 비 속에서  길 건너 찰스 스크리브너스 선스 출판사를  올려다보는 무명의 젊은 작가와 당대를 풍미한 책들로 둘러싸인 사무실에서 원고를 교정하고 있는 중년의 편집자가 대조적으로 교차된다.

당시 미국은 경제 대공황의 어두운 그림자 속으로 빠져들었으나 문학계는 선구적 수작들을 쏟아내며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토마스 울프(주드 로)는 <천사여 고향을 보라>,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를 비롯한 명작을 남겨 당대를 풍미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 문학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 작가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번역의 문제로 알려져 있다. 인물의 성격과 풍경 묘사에 뛰어난 토마스 울프는 시정이 넘쳐흐르는 독특한 문체로 유명한데 한국어로 번역되는 과정에 그 느낌을 살려내기가 어려워 독자의 호응을 끌어내는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창작자 못지않은 감수성과 실력을 갖춘 번역자가 다시 한번 과감하게 시도하여 성공하지 않는 한 한국어로 된 그의 문학작품을 만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 포인트가 영화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작가의 천재성만으로 소설이 탄생하는 것이 아니다.  


이 영화는 천재 소설가의 광기 혹은 재능에 대한 영화라기 보다는 냉정하고 안목있는 편집자가 작품의 옥석을 가려내고 연마하여 보석을 만드는 절제와 인내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편집자의 이름은 맥스웰 퍼킨스(콜린 퍼스).

f. 스콧 핏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어니스트 헤밍웨이 <낙원의 이편>등도 맥스웰 퍼킨스가 없었다면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거장이 된 소설가의 이름은 세월을 거슬러 기억하고 찬양하나 작품을 세상에 태어나게 한 산파의 존재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가 영화 속에서 수차례 말했듯이 작품은 작가의 것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야생마처럼 날뛰는 젊은 소설가 토마스 울프와  수도승처럼 절제하는 탁월한 편집인 맥스웰 퍼킨스의 상반된 성격은 영화 내내 살짝 흐트러져 있었던 주드 로(토마스울프)의 흐트러진 앞머리와 영화 내내 벗지 않았던 콜린퍼스(맥스웰퍼킨스)의 중절모로 상징된다.  특히 콜린 퍼스는 누구도 침범하지 않는 가장 안락한 공간인 침실에서 조차 모자를 쓰고 원고를 교정한다. 콜린 퍼스는 이 영화에서만큼은 헤어디자이너가 필요 없었을 것이다.  영화 속에서 단 한번 모자를 벗는 순간이 나온다. 38세의 토마스 울프가 뇌 질환으로 사망한 후 뒤늦게 도착한 유서를 읽는 장면에서이다. 그의 냉정하리만치 단단한 절제력이 고통과 슬픔으로 인해 무너지는 순간이 모자를 벗는 행동으로 표현되었다.


그럼 다시 묻는다.

영화[지니어스]에서 천재는 누구인가?

둘 중에서 한 명의 천재를 가려낸다면 당신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것인가?

토마스 울프는 내면에 엄청난 창작의 원천을 가지고 있다.  아름다운 단어를 한없이 쏟아내고 쏟아내고 또 쏟아낸다. 반면 맥스웰 퍼킨스는 탁월한 균형 감각을 가지고 있다.  때로는 줄거리를 방해하는 단어들을 덜어내고 덜어내고 또 덜어낸다.

쏟아내는 사람이 천재일까?

덜어내는 사람이 천재일까?

이 영화의 제목은 [지니어스]이지만  원작소설의 제목은  <맥스 퍼킨스, 천재 편집자 (Editor of Genius)>이다. 소설의 저자 A 스콧 버그는 작가 뒤에 숨은 조력자인 맥스 퍼킨스에 주목하였으니, '천재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은 덜어내는 사람, 맥스웰 퍼킨스가 되는 것일까?  물론 소설과 영화의 의도는 다를 수 있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당신의 생각 또한 다를 수 있다. 그러니 영화를 보고 당신이 한번 선택해 보라.


토마스 울프의 작품이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읽혔더라면 이 이영화가 더 와 닿았을 수 있었을 텐데 그 부분이 아쉽다.  토마스 울프가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를 소개한다. 이 글을 통해 작가의 향기를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는 고독하게 태어났습니다. 그것은 과거에 산 사람이나 미래에 살게 될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고독하게 살다가 고독하게 죽는 것입니다. 우리는 서로가 낯선 사람이며 끝내 이해하지 못합니다....







KBS 아나운서 오유경

전 KBSKWAVE편집인/ KBSAVE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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