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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 휘서 Mar 17. 2021

나는 유튜브형 인간일까?

#1 결심


얼마나 고민했는지 모른다. 유튜브에 발을 들일 지 말 지를. 시청한 지는 4년, 크리에이터가 되어 볼까 갈팡질팡 한 지는 2년이 넘었다.


고민만 수차례 하다가 드디어 첫 발을 떼었다. 이제 크리에이터로 발을 담근 지 몇 주 되지 않은 초초보이지만 그간의 시행착오와 성장하면서 겪게 될 서사를 남기면 좋을 것 같아 틈틈이 기록에 남기려 한다.


바야흐로 2년 전, 블로그와 유튜브를 놓고 고민했더랬다. 결국 블로그를 택했다. 이유는 딱 하나. 나는 글 쓰는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영상보다 글이 편했다. 글이라면 매일 쓸 수 있지만 영상을 만드는 건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익숙하고 편한 매체, 잘할 수 있는 쪽을 택했다. 얼굴을 공개하며 일상 곳곳에 카메라를 들이댈 자신이 없었다. 구독하고 있던 유튜버가 건강 이상 징후를 발견해 두려움에 떨던 모습 또한 시작을 주저하게 했다. 할 이유보다 하지 못할 이유가 승기를 잡아 죽 시청자로 남았다.

Photo by Alexander Shatov on Unsplash

다시 유튜버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복합적으로 왔다. 우선 플랫폼이 전통 미디어를 능가하는 매체로 성장해 버린 현실이 놀라웠다. 시청자와 크리에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유입되면서 영향력이 막강해졌다. 트렌드 얼리어댑터가 모인 스타트업 독서모임에서 몇 년 전 이런 얘길 주고받은 적이 있다. '과연 유튜버는 얼마나 갈까?', '싸이월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시대적 변천이 적용될까?', '유튜브를 대체하는 플랫폼이 나타날까?' 등의 질문을 놓고 토론이 오갔다. 플랫폼의 흥망성쇠를 보는 시각분분했다.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대체할 플랫폼이 나타나지 않은 걸 보면 유튜브의 성장이 계속될 듯하다.  당시 멤버들이 신기하게 생각한 점 중 하나는 요즘 애들은 무언가를 검색할 때 포털이 아닌 유튜브에서 찾아본다는 거였다. 국어사전 및 백과사전, 언론 기사 결과까지 한 번에 보여주는 포털보다 아마추어의 장인 매체를 더 선호한다는 사실이 아연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이제는 나조차 특정 분야는 유튜브부터 검색하게 되었다. 최신 정보를 생생하게 보고 싶을 때 즐겨 찾는다.


이제 사람들은 신문, 잡지, 방송 등의 권위와 신뢰, 검증을 빌리지 않고서도 각자의 관심사에 따라 스스로 콘텐츠를 선택한다. 자격증이나 학위 등이 없이도 누군가에게는 전문가가 되는 인식이 유튜브에서는 팽배하다. 적어도 진입에 있어서는 어떤 커트라인도 합격 유무도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꾸준히 좋아하고 즐겨하는 분야가 있다면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고 그 분야에 꾸준한 애정을 쏟는다면 커리어와 동반 성장한다. 이미 수많은 유튜버가 커리어 파이프라인으로 활용하며 다양한 기회를 창출하고 있지 않은가. 매력적인 커리어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음은 콘텐츠 가치에 대한 고민이었다. 블로그 글에 많은 애정을 쏟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묻히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네이버 메인에 수십 차례 글이 실려 구독자가 늘고 인기글을 수만 명이 보는 기쁨이 컸지만 포털의 특성상 글이 상단에 오래 걸려 있을 순 없었다. 결국 몇 년이 지난 글은 검색 알고리즘에서도, 구독자에게도 멀어진다.

콘텐츠가 수익이 되는 구조가 미약한 점도 제작의 꾸준한 동기부여가 되지 못했다. 그간 기자로, 에디터로 일하면서 무료로 글을  적이 없다. 매체 및 기관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노출 페이지, 원고지 매수, 시간, 프로젝트 등을 기준으로 페이가 결정된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보다 최소 5배 이상 고료가 올랐다. 경험과 전문성, 시간이 쌓여 경력이 되는 것이 업계의 인식이라면 블로그 세계에서는 글은 공짜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물론 상위 몇 프로 파워블로그는 기준선이 있겠지만 생각보다 낮은 걸로 알고 있다. 쪽지나 메일을 통해 많은 제안을 받았는데 대부분 서비스 체험을 하니 글은 무료라는 뉘앙스가 강했다. 이미 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된 글을 쓰는 나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었다. 개인 채널의 콘텐츠가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보존되는 , 투자한 시간에 비례해 수익으로 연결되는 매체를 찾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얼굴 공개를 하지 않아도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점이 심리적 저항감을 무너뜨렸다. 초기 유튜버는 대부분 1인 미디어라는 모토로 카메라 앞에 섰다. 이름만 대면 아는 대형 유튜버가 그랬고 초기에 구독한 대다수의 브이로그 유튜버의 공식처럼 여겨졌다. 그래서 이제껏 유튜버라면 얼굴 공개가 필수인 줄 알았다. 1년 전쯤에야 많은 형식이 존재한다는 걸 깨달았다. 영화 요약, 테마 음악, 핫이슈 및 뉴스 전달, 4K 풍경 등 콘텐츠 자체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채널이 차고 넘쳤다. 심지어 브이로그이지만 얼굴은 입술까지만 보이게 카메라 각도를 설정하거나 멀리서 찍은 실루엣만 선보이는 방법, 얼굴 공개 없이 행동반경만 보여주는 형식 등 공개 형태는 창작자 마음이었다. 사진 찍히는 걸 좋아하지만 영상은 부담스러운 나 같은 사람에게 제격이었다. 유튜브를 하면서 사생활은 보장받고 싶은 이가 참고할 만한 선례가 많았다. 그 부분에서 방법을 찾으니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고민의 기로에 섰던 때로부터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글이 편하다. 그렇지만 해 보고 싶다. 앞선 이유가 모두 합쳐져 결심을 굳혔지만 이와 별개로 근본적인 욕구도 있다. 살면서 이제껏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창작을 하고 싶은 마음. 어렸을 때부터 꽤나 다양한 예술 분야를 접해왔다. 회화, 판화, 조형, 사진, 디자인, 염색, 수예... 특히 학부 수업을 통해 참 많은 장르를 경험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절대  영역이 아니라 생각했던 '영상' 이제 도전해 본다. 어떤 예술 장르보다 지금 가장 활발하게 범용되는 매체로 접근성이 낮아졌으니. 나라는 사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무언가가 꼭 있을 것이다. 경험과 시간의 힘을 믿으며 유튜브라는 세계로 풍덩 뛰어든다.



*다음 편은 #2 준비과정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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