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hwol Jun 05. 2023

모든 빛을 이야기하는 이야기

<다만 빛과 그림자가 그곳에 있었고> 정멜멜

바야흐로 2012년인가 2013년인가. 요즘 핫한 새 청바지 뉴진스 막내 멤버 혜인님이 2008년생이니까 바야흐로보단 고릿적이라고 하는 게 맞는 거 같긴 한데. ‘핫한’이란 표현도 그러고보니 좀 걸리긴 하지만. 싸이월드 파도타기로도 투데이가 늘지 않은지는 오래. 페이스북은 너무 부산… 아니 부담스럽고 할 줄도 모르고. 외출하자마자 은은하게 집이 더 고픈 이중적 휠링을 살리면서 나를 감추기도 드러내고 싶기도 한 이 와리가리한 느낌 살릴 곳 없나 보자보자 뭐 어디 없나 하던 참. SNS 르네상스 속 그 중심에 피어오른 단 하나의 등불 인스타그램이 있었더랬다. 나는 인스타그래머였다(과거형 맞습니다). 맞아요, 그 때. 수동 폴라로이드 카메라 모양 그거. 그 모양의 앱이었던 그 때 말하는 거 맞아요


지금에 와서는 세세한 기억은 안나도 당시의 인스타는 확실히 ‘감성’적이었다. 싸이월드 다이어리를 사진 한 장으로 축약했달까, 블로그 포스팅을 사진 한 장과 간결한 글로 표현한달까. 무튼 인스타의 주요한 킥은 다름 아닌 사진이었다. 지금에야 여러 사진을 하나의 게시물에 올릴 수 있지만 그때는 원 포스트 원 포토였다. 무조건. 그러니 사진 밑에 달릴 짧은 멘트도 멘트지만, 사진 한 장이 인스타그래머의 전체 무드를 결정짓기도 했다. 그만큼 중요했다. 나도 사진 한 장 올리는데 두 눈이 가운데 몰리는 지경까지 종종 이르렀으니까. 그래도 세피아는 안 썼다. 진짜로


또, 또 책 이야기 하나 나오지 않고 많은 말을 해버렸는데. 오늘의 작가님을 모시려면 인스타 이야기를 빼 놓을 수 없어 (역시나)장황해졌다. 정멜멜 작가를 알게 된 것도 인스타그램이었다. 어떤 경로로 정멜멜 작가의 인스타까지 흘러갔는지 모르겠지만 그때의 내 손가락과 내 직관이여, 정말 잘했다. 사진이 너무 좋았다. 해외 인스타그래머들의 사진도 입 떡 벌어지는 컷들이 많았지만 비할 수 없었다. 정멜멜 작가의 사진은 모니터로, 휴대폰 창으로 온기가 느껴졌다. 보기만 해도 따수워라, 그 자체였다. 사진은 잘 모르지만 그래도 내가 좋은 사진은 있고, 좋은 사진의 정의가 있다면 정멜멜 작가가 담는 모든 사진을 말하는 거 아닐까 싶은 장면들. 지금도 이 생각은 1g도 덜어지지 않았음을


그럼에도 <다만 빛과 그림자가 그곳에 있었고>가 출간된다 했을 때, 신나서 블루스를 췄던 것은 정멜멜의 사진만큼 글을 무척이나 좋아했기 때문이다. 사진집이 나와도 구매를 할 것이오, 에세이가 나온다면 무조권적으로다가 구매를 갈 길 박력과 포부가 있던 내게 에세이 발간은 가슴이 뛰는 뉴스였다. 제목도 너무 황홀하잖아요… 선생님, 어디에 계시든 어서 박차를 가해주세요! 작가의 사진만큼 글을 좋아했던 나는 책 출간 포스트가 정멜멜 작가 계정에 업로드 됨과 동시에 책을 주문했다


제목은 물론이거니와 책의 물성 또한 아름답기 그지 없어서 2022년 최고의 책 랭킹 대왕에 오른(앗 나의 작고 소중한 어워드입니다) 이 책은 일단 손에 쥐면 묵직하고, 구간마다 종이의 재질이 다르며, 사진은 반짝반짝 빛나고 글은 더 반짝반짝 발하는 에세이다. 에세이에 태깅을 이렇게나 많이 한 것도 처음이고, 읽고 또 읽고, 앞으로도 읽을 에세이로도 남을 예정이다(역시나 앗 나의 작고 소중한 어워드에서)


회사를 퇴사하고 애정하는 펍 사장님과의 너 내 동료가 되라 에피소드부터, 그녀의 작업 방식과 태도, 삶을 직면하는 방식과 태도까지 읽고 볼 수 있는… 책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여러분 무조건 구매하세요 라고 광화문 광장에서 외치고 싶은 책이지만 나는 일단 인터넷 구매로 한 권, 통의동 사진 서점 이라선에 가서 한 권을 샀다. 그리고 생각나는 사람에게 택배로 보냈다. 여건만 되면 앞으로도 쌓아두고 선물하고 싶은 책이고 선물할 책이며 선물로 책을 준 다는 것, 받는 다는 것 그 어떤 경우에도 나를 머쓱하게 할 일도 읽는 이의 튼튼한 라면 받침이 될 걱정도 없을 책이라고… 감히 외쳐봅니다


<다만 빛과 그림자가 그곳에 있었고>에 태깅한 부분들 모두 이야기하고 싶지만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보탠다면, 이 에세이는 지금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헤매는 모든 길 위에 기꺼이 빛도 그림자도 그 모두가 되어주는 이야기가 담겨 있고, 순간일지라도 결국 빛으로 향하는 길이었음을 체득하게 될 거라는 아득하지만 확실하고 단단한 이야기랍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