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멋져요

by 오명화

여자들만 다니는 학교에는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에 후배들에게 초콜릿을 받는 여자가 꼭 한두 명은 있다. 내가 바로 그런 여자였다. ‘예뻐요’라는 말보다는 ‘언니, 멋져요’라는 말을 들었고, 그 이유는 170cm의 키에 숏 컷인 외모가 한 몫 했을 것이다. 어쨌든 나는 멋진 언니라는 말이 싫지 않았다. 특히 남자가 아닌 여자 후배들의 말이어서 더 좋았다.


1992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로부터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지금의 고등학생들이 볼 땐 엄마뻘이 자명한 나이가 되었다. “니들 서태지 알지? 나도 한때 X세대였다.”고 어필해본들 젊어 보이고 싶은 꼰대로 비춰질 확률이 높다. 한마디로 멋짐과는 거리가 먼 나이가 되었다고나 할까?


엄마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그 나이가 돼보지 않으면 모르는 게 많다.”

그저 흘려들었는데, 40대 후반에 접어드니 체감하게 된다. 이삼십 대에 막연히 생각하던 40대의 모습이 전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흰머리가 생기고 몸은 여기저기 노화의 신호를 보내오는데, 나는 여전히 하고 싶은 것 많고, 내 분야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는 젊은 시절의 마음을 품고 살아간다.


이삼십 대에 고민이 커리어와 사랑, 관계에 관한 것이었다면, 50세를 목전에 둔 지금은 노후에 대한 이미지가 자주 떠오른다. 주변에서 만나온 ‘추한 노인’의 모습은 되지 말아야 할 텐데....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우아한 노인으로 늙고 싶은데, 현실은 우아하기는커녕 추한 노인이 되지 않기도 참 어려운 상황들이 펼쳐진다.

28세에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그 후 프리랜서로 살아왔다. 열심히 살아왔지만 삶은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펼쳐지는 경우가 많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언니 멋져요.”라는 말에 어울리는 중년 여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어떻게 이 ‘사추기’를 현명하게 꾸려가야 할까? 요즘 나의 화두다.


어느 작가가 말했다. 멋진 노년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지금 멋진 사람이 늙으면 멋진 노인이 되는 게 아니겠냐고. 맞는 말이다. 어느 날 갑자기 멋진 사람이 될 순 없다. 하루하루를 멋지게 살아내는 사람이 노년에도 멋진 사람이 되어있겠지. 멋진 언니로 늙고 싶다. 그럼 어떻게 지금을 살아가야 할까?


고령화시대라고 말을 하지만, 나이 들어가는 여자들의 이야기는 많이 다뤄지지 않고 있다. 그저 중년, 아줌마의 이야기로 눙쳐지는 ‘사추기’. 막상 이 나이가 되고 보니 고민이 많다. 이 시기를 잘 풀어가야 멋진 노년에 한걸음 다가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