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현재 생업은 라디오작가다. 2003년 8월부터 라디오방송 원고를 쓰기 시작했으니, 꽤 오래 일해 왔다. 그동안 KBS, BBS, TBS, TBN 등 여러 방송사를 거치며, 장기여행을 떠나거나 육아로 1년 정도 데일리방송을 떠나있을 때 말고는 라디오 원고 쓰기가 내겐 일상처럼 스며있었다.
누구나 유튜브 채널을 열어 개인방송을 하고, 세 살 때부터 유튜브를 보는 아이들이 흔한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아날로그 매체인 라디오 작가로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가끔 생각해본다. 혹자는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혹자는 빨리 다른 직업을 찾으라고 말한다.
라디오가 TV나 인터넷에 밀려 사라질 거라는 이야기는 꽤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나 또한 매체가 변화하는 세상에 발 빠르게 대처해야만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지 않을까 고민한 적이 있다. 그러나 라디오는 여전히 건재하다. 요즘은 청취자의 편지 대신 실시간 문자참여로 소통하고, 라디오 외에 휴대전화 방송사 앱으로 방송을 청취한다는 점이 조금 달라졌을 뿐이다. 전국 곳곳, 해외에 나가 있는 사람도 앱으로 방송을 들으며 같은 시간을 공유한다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다.
나는 라디오키드로 자랐다. 고등학교 시절 이문세 씨가 진행하는 <별이 빛나는 밤에>에 사연을 보내, 당시엔 핫한 아이템이던 삐삐를 선물로 받았던 학생이 이제 라디오 방송 작가로 살아간다. 이 유연해 보이는 연결고리가 흥미롭고, 아날로그적 감성이 좋다. 하지만 고민은 있다. 여자 나이 50세가 넘으면, 설 자리가 없어지는 건 이 직종도 마찬가지여서 언제까지 내가 좋아하는 라디오 원고를 쓸 수 있을까, 고민이 깊어진다.
유튜브시대에 라디오 작가로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는 뭐가 있을까? 주변 작가들을 보면, 지상파 방송에 국한하지 않고, 인터넷 방송이나 팟캐스트의 작가로 일하거나, 본인이 직접 팟캐스트 채널을 개설해 연출자이자 작가로 나서고 있다.
나이가 들고 경력이 쌓인다는 건 노련미라는 경쟁력이 될 수도 있지만, 함부로 일을 제안할 수 없는 나이든 일꾼, 트랜드에 뒤처지는 기성세대로 묶이는 서러움도 겪게 된다. 개인의 능력과 별개로 그런 대접을 받게 되는 순간들이 생긴다. 그런 상황에서 ‘난 달라’라고 하소연해봐야 소용 없다. 억울해도 그저 실력과 태도로 ‘여전히 통하는 사람’으로 인정받는 방법밖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