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작가로 살아남기

by 오명화

20년 가까이 프리랜서로 살고 있지만, 나도 한때 직장생활을 한 적이 있다. 굳이 친한 사이가 아니면 나의 과거에 대해 말하진 않기 때문에 기업에서 대리 직급을 달았던 직장생활에 대해 현재의 인연들 중에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가까운 친구나 우연한 기회에 나의 회사생활에 대해 듣게 된 일부의 사람들 뿐이다.


프리랜서에 대한 생각은 회사생활을 했을 때와 내가 프리랜서가 된 후의 생각이 180도 다르다. 프리랜서는 시간을 프리하게 쓰는 대신 소득도 프리해진다. 일하는 만큼 돈이 쌓이느냐? 그것도 아닌 것이, 프리랜서의 경우 일은 해주고, 돈을 못 받는 경우도 종종 생기기 때문이다.


직장생활과 프리랜서 생활을 모두 해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둘 다 장단점이 있다는 것. 직장의 정규직은 정해진 근무시간에 일하고 정해진 돈을 받으며 큰 문제가 없는 한 연차가 쌓이면 승진을 한다.

프리랜서는 일의 선택과 시간의 운용은 내게 맞게 적절히 조율할 수 있지만, 입금의 시기는 갑이 주는 시기인 경우가 많다. 물론 나처럼 방송사에서 일하는 경우엔 정해진 날짜에 원고료가 입금되지만, 방송사의 외주업체나 프로덕션의 일을 받아 원고를 쓰는 작가들은 일이 끝난 후 한두 달, 어떤 경우엔 몇 달이 지나서야 원고료를 받기도 한다. 초보 프리랜서일 경우 그 빈도는 더 잦다. 경제적으로 불안한 생활을 견딜 자신이 없다면, 월급이 적더라도 정규직에서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을 받고 생활해야 한다.


나의 경우 직장생활 3년 차가 넘어가니 출근이 전혀 즐겁지 않았고, 뭔가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더 커졌다. 내 마음대로 시간을 쓰며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처음 프리랜서가 됐을 땐 넘쳐나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할 것 같았는데, 실상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에도 늘 일에 종속된 시간의 노예가 되기 쉽다는 게 프리랜서의 맹점이었다. 한마디로 쉬어도 쉬는 게 아닌 상황이 되기 일쑤다.

프리랜서의 경우 그 직군이 다양하다. 글쓰기 분야에서만도 그 수가 셀 수 없이 많다. 내가 그동안 거쳐온 직업은 극작가, 잡지 기고 작가, 시나리오 작가, 라디오 드라마, 라디오 데일리 작가, 책 대필, 출간작가 등등 다양하다. 어떤 직업이든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실력은 기본이고 중요한 건 약속을 잘 지키는 것이다. 며칠까지 주기로 약속한 마감 날짜를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고, 특히 방송원고는 생방송 전에 원고를 넘기지 못하면, 경력이 10년이든 20년이든 징계 또는 해직의 사유가 된다. 부모가 돌아가신 순간에도 방송원고를 막아줄 대타 작가부터 걱정하는 게 데일리 방송작가의 숙명이다. 오래 했다고 글이 쓱쓱 나올 것 같지만, A4 10장 내외 분량의 원고를 매일 써내는 일은 짐작보다 어렵다.


방송 스텝들과 잘 지내고 원고를 제때 잘 써도 방송에는 봄, 가을 개편이라는 게 있고, 그때마다 작가의 밥줄은 왔다 갔다 한다. 프로그램이 사라지거나 PD 배정이 바뀌거나 또 다른 사유 등으로 작가가 계속 일할 수 없는 경우들이 벌어진다. 그래서 당연한 게 없다. 개편 때마다 마음을 비우고 기다리다가 연락이 오면 반갑게 계속하고, 인연이 거기까지인 경우엔 얼른 털어내고 다음을 기약하는 편을 선택한다.

프리랜서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경제적인 어려움에 대비하는 것이다. 지금은 일이 많고 수입이 꽤 괜찮아도, 일이 끊기면 다른 일을 구할 때까지 생계를 이어갈 예비 자금이 필요하다. 건강이 안 좋아서 일을 그만둘 수도 있고 다른 경쟁자에게 밀릴 수도 있고, 프리랜서가 백수가 되는 경우는 셀 수 없이 많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돈이 궁해지면 하기 싫은 일을 하게 되고, 그 일을 하며 스스로 자존감이 떨어진다. 소위 ‘견딘다’는 표현을 쓰는데 견디는 게 아니라 잠시 쉬어가는 거라고 스스로 생각하기 위해서는 6개월치 생활비 정도는 비축해 놓아야 한다. 프리랜서일수록 목돈을 만들어둬야 한다. 4대 보험도 없고 퇴직금도 없지만, 지역 의료보험과 각종 공과금은 숨만 쉬어도 한 달에 한 번 꼬박꼬박 나오기 때문이다.


프리랜서에게 또 중요한 건 포지셔닝이다. 글쓰기 분야, 아니 방송작가만 해도 그 세부 분야가 다양하다. 자신에게 맞는 직군을 찾아서 거기에 집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멀티가 되는 사람들이 환영받는 세상이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엔 ‘그쪽만 판 전문가’를 선호하는 게 또 프리랜서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프리랜서의 세계는 냉철하다. 자기 자신을 객관적인 눈으로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그 외에도 프리랜서에게 필요한 조건은 많다. 계약서를 꼼꼼히 잘 보고 써야 하고, 일한 것에 대한 대가를 제때 받기 위해 요구도 잘해야 한다. 나도 초보 때엔 돈 떼이고, 책 한 권을 쓰고도 내 이름을 넣지 못하는 대필의 아픔도 겪었다. 방송작가를 처음 시작했던 2003년이나 지금이나 원고료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은 어디에도 말 못 할 속사정이다. 이 모든 것이 걱정되고 귀찮을 것 같고 자신 없다면, 프리랜서의 세계엔 들어서지 않는 편이 속 편하다.

이전 02화유튜브시대의 라디오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