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난 부모 vs 못난 부모

임희정 아나운서와 그의 부모님 인터뷰를 보고

by 오밥뉴스
사회생활을 하면 돈이라든지 학벌이라든지 타이틀, 명예 같은 것들로 남들이 나를 평가하곤 하잖아요. 거기에 맞춰서 그 기준으로 저희 부모님을 보면 한없이 작고 낮아 보이는 거예요. 부모님을 원망하거나 부끄러워한 시절이 있었죠.

저도 돈도 벌어보고 결혼해서 삼시세끼 밥도 지어보니 매일매일 노동을 반복한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이고 매일매일 가족들을 위해 끼니를 챙긴다는 게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 뒤늦게 알게 된 것 같아요. 저희 부모님이 저에게 주셨던 매일매일의 노동, 사랑, 헌신이 더 위에 놓여야 해요. 이제야 뒤늦게 알게 된 거죠.

부모님이 여유가 없었고 힘든 시간들이었지만 저를 굉장히 믿어 주셨어요. 저한테 가장 많이 하신 말씀이 ‘암시롱 안 해(아무렇지도 않아)’였는데, 제가 뭘 하든 제가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오든 ‘너는 항상 잘하고 책임질 줄 아는 아이니까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 잘할거다’라는 믿음요.

그래서 여유는 없었지만 제 자존감은 높았던 것 같아요. 제가 저를 믿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 청년들은 저보다 더 여유 있는 환경을 가졌어도 본인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라든지 자존감은 많이 낮아져 있는 것 같아요. 여러 요인들이 있겠죠. 자꾸 실패를 경험했다거나 하는. 가장 밑바탕에 중요한 것은 내가 나를 믿는 것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어요.” / 임희정 아나운서


*읽을거리: 한국일보 이진희 기자의 인터뷰/ 임희정 아나운서와 그의 부모님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911131403376340?did=DA&dtype=&dtypecode=&prnewsid=





오늘 아침 포털을 달궜던 한국일보의 인터뷰 글입니다. 오밥에서도 소개한 적 있는, '흙수저' 출신 아나운서, 임희정씨와 그 부모님의 인터뷰 글이었죠. 임씨는 부모님의 출신, 어려운 가정형편에 대해 '커밍아웃'한 글로 SNS에서 주목을 받았고, 최근에는 책으로도 자신의 가족사를 담담히 고백했다는군요.


임씨의 글이 이렇게까지 주목을 받는 이유가 뭘까요. 단순히 '막노동'(건설노동)을 한 부모님이 화려한 직업군의 아나운서 딸을 두었다는 화제성 때문일까요? 희소한 일로 보일 순 있겠지만 '세상에 이런 일이'까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실제 아나운서들의 집안형편과 가정환경 조사를 해보면 우리가 생각한 것과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도 저는 생각됩니다.


실상 소수의 몇 퍼센트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평생 매일의 끼니와 자녀의 미래 걱정으로 밤을 지새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 한 시절 부유했다 하더라도, 어려운 시절이 손님처럼 오고 또 가는 것은 인간사에서 막을 수 없는 섭리처럼 다가오는 현상입니다. 결론은 임씨의 경우 '개천의 용'이어서, 화제가 된 것이 아닐 거란 생각이죠.


그보단 임씨의 솔직함과 담대함이라는 삶의 태도가 오히려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지지를 받았을 거란 생각이 드는군요. 많이들 감추고 안그런 척, 어렵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살았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다고 하는 사람들 틈에서 저는 조금 모자라게 보이지만 실상 꽉 찬 삶을 살고 있습니다 라고 말하는 몇 안되는 '공인'이니까요.


대한민국은 직업엔 귀천이 없고, 기회는 균등히 열려 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배웠고, 배웠다는 교양인들은 대놓고 그에 저어되는 말과 행동을 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또렷하게 콕 집을 수 없는 무시와 냉대 편견이 어쩔 수 없이 존재하고, 그것이 누군가의 기회의 문을 좁히거나 그들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학부모가 되면 더 많이 느끼는 것 같습니다. 누구 누구의 아이는 부모님 직업이 뭐래, 어떤 브랜드의 몇 평대 아파트에 산대, 조부모님도 유력한 인사래... 이제 열 살이 채 안된 아이들에게 부모의 스펙은 끼리끼리의 모임과 교우의 기준이 되는 현실이란 것을. 그리고 열댓살이 넘어가면, 자기 자식 뿐아니라 자식의 동급생들에게까지 스펙을 만들어줄 수 있는 영향력을 둔 부모가 회자되고 실제로 그 능력을 가진 부모들은 자신이 가진 인적 자원을 총동원해 입시와 취업전선에 아이와 함께 뛰어든다는 사실을.


그러나, 그렇게 소위 '잘난' 부모만이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큰 돈을 벌거나 대단한 위치에 오르지는 않았지만 하루 하루의 끼니를 챙기느라 온몸을 던져온 부모님을 맨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자식은 어느 틈엔가 자라고 있는 것이죠. 고된 노동을 자식 탓이나 자신의 신세 한탄으로 채우기보단, "암시롱 안 해(아무렇지도 않아). 일이 없응께 멍청이같이 잠만 잔다”고 말하는 순명적 근면함이 때론 자식의 마음을 더 크게 울립니다.


"너는 항상 잘하고 책임질 줄 아는 아이니까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 잘할거다." 부모는 자신이 낳은 자식 앞에서도 겸손합니다. 믿어주는 것, 그 밑바탕에는 상대를 재지 않는 겸손함과 존중이 숨어 있습니다. 내가 낳은 자식이어서가 아니라, 나 아닌 타인도 나와 마찬가지로 스스로의 삶을 책임지는 위대한 존재라는 걸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겸손과 존중의 첫 걸음이니까요.


부모가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우리는 매일 고민하고 그것을 위해 직장에 나갑니다. 우리는 그저, 함께 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내가 사는 모습 그대로를, 내 아이들이 보고 있습니다. 그것이 교육이고 교육의 대안이고 내 자녀의 미래임을, 다시 떠올리는 하루입니다.


'오늘의 기사'를 보고 쓴 오밥뉴스, 이만 마칩니다.


오밥/ 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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